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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크스바겐에 올가을은 시련의 계절이다. 온 나라 의회에 불려 다닌다. 그제 국회 국감장에 나온 폭스바겐코리아,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대표. 벤츠코리아 대표도 덩달아 증인석에 섰다. 폴크스바겐 미국 대표는 미국 하원에 불려 갔다. 폴크스바겐 한국 대표 두 사람은 손을 가지런히 모은 채 고개를 숙였다. 미국에서도 사과했다.

반응이 영 신통치 않다. “사과한 것이냐”는 말이 나온다. 한국에서도, 미국에서도 똑같다. “보상계획은 무엇이냐”고 물으니 나온 대답, “명확한 조사 결과가 나와야 대책을 세울 수 있다.” “범죄행위 아니냐”고 물으니 답이 똑같다. 도로 아미타불이 돼 버린 사과. 하기야 해외 판매를 책임지는 현지법인 대표가 무슨 말을 하겠는가.

무신불립(無信不立). 논어를 읽지 않아도 ‘믿음이 없으면 바로 설 수 없다’는 것을 그들이라고 모를까. 유대인을 학살한 나치 범죄를 두고 지금도 고개를 숙이는 독일인. 무신불립 네 자를 깨치지 않았다면 나오기 힘든 행동이다. 그것을 알기에 ‘라인강의 기적’도 일구지 않았겠는가.

이런 생각을 해본다. 사농공상(士農工商). 전근대 계급질서에서 상인은 천대를 받았다. 왜? 나의 이익을 앞세우니 농업을 기반으로 한 공동체질서를 어지럽히는 요인으로 봤던 걸까. 상인의 상(商) 자는 패망한 은(殷)을 이르는 말이기도 하다. 나라는 망하고, 경제적 기반을 잃고 유랑길에 올라 장사로 연명한 은나라 사람들. 동이족으로 알려진 그들은 춘추시대를 연 주(周)의 체제를 위협하는 세력이니 상인으로 천시하지 않았을까. 관중(管仲)조차 사농공상 네 부류를 말하며 “상인은 반드시 시장에 거처하도록 해야 한다(處商必就市井)”고 했으니 무슨 뜻일까.

지금은 다르다. 유통이 만들어내는 부가가치를 따지는 시대다. 그렇다 해도 믿음이 없다면? 파산이 가깝다. 독일 검찰은 왜 나선 걸까. 독일을 대표하는 상인이 ‘독일의 신용’을 깨니 참기 힘들지 않았을까. 폴크스바겐은 어떻게 될까. 쓰러질까. 그럴 것 같지 않다. 비 온 뒤 땅은 더 굳어지는 법 아닌가. 과즉물탄개(過則勿憚改). 잘못이 있으면 고치기를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그들도 잘 알고 있지 않을까. 독일이 걸어온 길이 그렇다.

폴크스바겐의 사과가 미치지 못함만 탓해야 하는가. 돌아봐야 할 것은 우리의 신용이다. 뽑아도 뽑아도 자라나는 소비자 등치는 독버섯. 주변에 널려 있다. 과즉물탄개는 낡은 책 속의 경구일 뿐이지 않은가.

강호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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