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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먹을까요?” 말 한마디에 커지는 행복

입력 : 2015-10-10 03:00:00 수정 : 2015-10-10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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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주민들 일상 속에 녹여낸
더불어 사는 삶의 소중함 담아
가에탕 도레뮈스 글·그림/박상은 옮김/한솔수북/1만1000원
텅 빈 냉장고/가에탕 도레뮈스 글·그림/박상은 옮김/한솔수북/1만1000원


“우리 함께 먹을까요?”라고 이웃이 건넨 말 한마디에 행복이 마법처럼 커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책의 독특한 판형(모양)과 세련된 그림이 눈길을 끈다. ‘다 함께 나누는 음식’이라는 소재를,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의 일상 이야기 속에 녹여내 개성 강한 그림책을 만들어냈다. 세로로 길쭉한 책은 각 층에 살고 있는 이웃들의 모습을 하나씩 보여 주면서, 동시에 여러 가지 재료들을 칸칸이 담고 있는 냉장고의 모습을 연상시킨다. 재미있는 것은 책장을 한 장씩 넘길 때마다 더해지는 색깔의 변화다. 가난한 거리의 악사 앙드레이 할아버지가 먹을거리를 찾아 한 층씩 올라가면서 오렌지, 노랑, 초록, 빨간색 등이 더해지고, 마침내 알록달록 화려한 색깔이 모두 어우러져 펼쳐진다. 층층이 더해지는 색깔은 당근, 치즈, 밀가루, 쪽파, 토마토 등의 재료를 나타내는 색깔이자 서로 다른 삶을 살아가는 이웃들을 표현하는 색깔이기도 하다. 크림색 바탕만 깔린 첫 장에서 하나씩 색을 더해 가다 마침내 펼쳐지는 화려한 색색의 향연은 ‘더불어 살아가는 삶’이 얼마나 풍부하고 아름다운지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책은 이웃을 만들고, 그들과 함께 살아가며, 기꺼이 나누어 먹는 음식의 가치를 깨닫게 해준다.

음식은 사람들이 어울려 살아가게 하며, 더불어 살아가게 만드는 기회를 마련한다. 마치 다 함께 만들어 낸 맛있는 파이처럼. 이웃과 함께 힘은 합하고, 행복은 나누자는 얘기다.

긴 하루를 보내고 집에 돌아온 앙드레이 할아버지. 분주한 일상을 보내느라 아무 먹을거리를 사지 못한 탓에 집안 찬장이며 냉장고가 텅텅 비었다. 먹을 만한 게 없는 것은 다른 이웃도 마찬가지다. 배가 몹시 고픈 앙드레이 할아버지는 당근 세 개만을 들고 위층에 사는 나빌 아저씨를 찾아간다. 그렇게 위로 올라가며 ‘모자란 재료로 뭘 만들어 먹을까’를 함께 고민하는 동안 각자 ‘뿔뿔이’ 살아가던 사람들은 비로소 ‘함께’ 요리하면서 진정한 ‘이웃’이 된다. 맨 꼭대기 층으로 올라간 사람들이 모두 모여 머리를 맞대고 이야기를 나누며, 자신들이 가져온 재료들을 합해 파이를 만들기로 결정하는 과정은 따뜻하고 즐겁다. ‘함께 살아간다’는 것은 이러해야 하지 않을까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힘을 합쳐 파이를 만들고 있을 때 더욱 놀라운 일이 일어난다. 여기저기 아파트와 거리에 사람들이 모여 특별한 파이를 만들고 있는 게 아닌가. 행복한 결말을 향해 가던 이야기는 현실에서 각자의 삶을 돌아보게 만드는 반전을 숨기고 있다.

이 모든 것이 배고픈 앙드레이 할아버지의 꿈이었다며 실망하는 순간, “앙드레이 할아버지, 저녁 같이 드실래요?” 하며 부르는 나빌 아저씨의 다정한 목소리. 이것은 이웃과 함께 하는 삶이 쉽지 않지만, 아주 불가능한 것도 아니라는 메시지를 조용하고도 강렬하게 전해 주는 것이다. 2015년 볼로냐 라가치상 수상작.

김신성 기자 sskim65@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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