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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경제학’에 대한 신념, 경제위기 돌파 선두에 서다

입력 : 2015-10-10 03:00:00 수정 : 2015-10-10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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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 S 버냉키 지음/안세민 옮김/까치/3만원
행동하는 용기-경제위기와 그 여파에 대한 회고/벤 S 버냉키 지음/안세민 옮김/까치/3만원


“국민들이 더 잘 살 수 있도록 하는 데 쓰이지 않는 경제학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2006∼2014년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을 지낸 벤 S 버냉키의 지론이다. 신간 ‘행동하는 용기’는 종래 경제학이 인류에게 무슨 이득을 줬는지 생각하게 한다. 버냉키는 연준을 떠난 뒤 1년 동안 쓴 이 자서전을 통해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제위기를 정면 돌파했다는 자신감을 드러낸다. 세간의 평가는 아직 설왕설래하는 편이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2006년 2월 경제학 교수이면서도 상당한 리더십과 행동력을 겸비했다는 평가를 받는 유대인 출신 버냉키를 연준 의장에 임명했다. 리먼브러더스 파산으로 시작된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는 버냉키의 첫 시험대였다. 그는 제로 금리라는 초유의 수단을 동원한다. 과거에 한 번도 써본 적 없는 금리정책이다. 

저자 벤 버냉키는 사상 초유의 금리정책인 제로금리를 적용해 경제위기를 돌파하고자 노력했다.
연합뉴스
이후 제로 금리는 일본에서 상당한 효과를 본 듯하다. 버냉키가 물러난 지금의 미국 경제는 기대만큼 잘 나가지 못하지만, 당시로선 제로 금리 정책이 여론의 지지를 받았다. 현재 미국 실물경제의 성장은 더디고 부의 편중도 위기 때보다 훨씬 심화됐다.

버냉키의 반대파들은 그를 ‘헬리콥터 버냉키’라고 비난했다. 헬기에 달러를 잔뜩 실은 뒤 풀어 제친다 해서 붙여진 별명이다. 전통 경제학 교수이면서도 종래 경제학이 가르치지 않은 정책들을 실험해 나름 재미를 봤다는 비아냥을 듣기도 했다.

전임 의장 앨런 그린스펀과 비교해 버냉키는 상대적으로 작아 보인다. 그린스펀은 종종 위기를 자초한 인물로 지목되곤 한다. 버냉키는 본심이야 어떻든 그린스펀을 칭송한다. “1999년 공화당 대통령 예비선거 기간 중이다. 존 매케인이 만약 그린스펀이 사망하면 그의 눈에 선글라스를 끼우고 집무실 의자에 앉혀 놓을 것이라고 말했을 정도였다.”

버냉키는 경제학에 입문한 동기도 들려준다. 그는 MIT에서 박사과정 첫해가 끝날 무렵 스탠리 피셔 교수를 통해 밀턴 프리드먼과 애나 슈워츠의 저서 ‘미국 통화의 역사’(A Monetary History of the United States)를 소개받고 감명을 받았다. 그는 이 책에서 프리드먼과 슈워츠의 통화정책 접근 방법에 매료되었다고 말했다. 프리드먼과 슈워츠는 통화정책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알기 위해 100년간의 미국 역사를 통독했다고 버냉키는 밝혔다.

버냉키는 이를 통해 국민이 행복하지 않은 경제학은 필요없다는 지론을 갖게 됐다고 전한다.

그는 위기 돌파를 위해 새로운 방안을 찾는 데 집중한다. 재임 중 자신의 작업을 ‘블루스카이 싱킹(bluesky thinking·창조적 집단사고)이라고 불렀다. 위기에 대응하여 종래의 통화정책보다는 갖가지 초유의 방안을 동원했다. 외국에 달러를 내줄 때도 다른 통화를 담보로 잡고 내줬다. 달러가 투기자금으로 새나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버냉키는 그린스펀에 비해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많이 듣는 편이라고 자평한다. 실제 그는 여러 사람의 의견을 종합해 결론을 내리는 스타일이다. 버냉키는 “그린스펀은 중요한 안건에 대해서는 자신이 이미 결론을 가지고 있으며, 토론을 자신이 생각하는 결론으로 이끌어가는 데 탁월한 능력을 지녔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그리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한 부시 전 대통령의 스타일도 소개했다. 그는 부시에 대해 “보수냐 진보냐를 떠나 참모들의 이야기를 많이 들어주면서 농담도 잘하고 참모들을 편하게 대해 주는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당대의 뛰어난 경제학자들이 연준이나 경제자문위원회 멤버로 활동한 내용들이 나온다. 논문 또는 교과서를 통해서만 접할 수 있는 그레고리 맨큐, 미시킨 같은 학자들이다. 자서전을 통해 그들에 대한 재미난 에피소드를 접할 수 있다.

버냉키는 수조 달러에 이르는 엄청난 자금을 방출하는 연준을 8년간이나 지휘했다. 세계적인 경제위기에 맞서 실패자로 낙인 찍히고 싶지 않았기에 그 누구보다도 고심했다는 흔적을 드러냈다. 금융위기 초기 부실덩어리였던 AIG에 850억달러 대출을 처음 결정할 때 버냉키 자신이 역사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는 중압감이 이루 말할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버냉키는 현재 브루킹스연구소의 상임 특별연구위원으로 일하고 있다.

정승욱 선임기자 jswook @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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