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소 자신" VS "도 넘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승리로 일단락됐던 롯데그룹 ‘형제의 난’이 소송전으로 비화했다. 경영권 분쟁에서 밀려난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8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상대로 본격적인 소송전을 천명했다. 목표는 ‘경영권 탈환’이다. 신 회장은 지난달 17일 국회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해 ‘2차 경영권 분쟁 소지가 있냐’는 질문에 “가능성이 없다”고 일축했다.
◆신동주 “소송 100% 이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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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SDJ코퍼레이션회장·왼쪽)과 부인 조은주씨가 8일 서울 소공동 웨스턴조선호텔에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상대로 한 소송계획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하기 전 생각에 잠겨있다. 서상배 선임기자 |
신 전 부회장은 이날 오전 서울 웨스틴조선호텔 기자회견장에 짙은 회색 정장에 넥타이를 맨 모습으로 취재진 앞에 등장했다. 지난달 초 일본으로 출국한 후 한 달여 만에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신 전 부회장의 직함은 ‘SDJ코퍼레이션’ 회장으로 바뀌어 있었다. 소송을 위해 국내에 ‘SDJ코퍼레이션’이라는 회사를 설립해 사전에 치밀하게 준비해온 것으로 보인다. SDJ 코퍼레이션 고문은 민유성 전 산은금융지주 회장 겸 산업은행장이 맡았다. 민 고문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파워포인트(PPT)까지 동원해 경영권 탈취의 부당성을 강조했다.
민 고문은 “광윤사가 일본 롯데홀딩스의 실제적인 경제적 컨트롤”이라며 “광윤사 지분을 38.8% 가진 신 회장이 지분 50.0%를 가진 신 전 부회장을 한·일 계열사 모든 등기이사직에서 일방적으로 해임한 것은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민 고문은 한국 롯데의 지주사격인 일본 롯데홀딩스의 지분을 경제적 가치로 따졌을 때 “실제 경제적 주주는 신동주 36.6%(지분), 신동빈 29.1%, 신격호 8.4%” 순이라고 주장했다. 김수창 변호사는 소송 승산에 대해 “당연히 100% 이긴다”고 장담했다. 신 전 부회장도 기자회견에서 “신격호 총괄회장의 즉각적인 원대복귀 및 명예회복과 불법적인 결정을 한 임원들의 전원사퇴 등이 목표”라며 “목표를 달성하면 경영 투명성 제고 등 롯데그룹 개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신동빈 “도를 넘은 행위다”
신 총괄회장의 위임을 받아 소송을 제기하겠다는 신 전 부회장의 발표에 한국 롯데그룹이 ‘도를 넘은 행위’라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롯데그룹은 이날 신 전 부회장의 기자회견 직후 입장 자료를 내고 “고령으로 건강이 좋지 않은 총괄회장을 자신들 주장의 수단으로 또다시 내세우는 상황은 도를 넘은 지나친 행위”라고 밝혔다. 롯데그룹은 이 같은 소송전에도 경영권은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광윤사 지분구조상 신 전 부회장이 경영권을 이어받아야 한다는 주장에는 “광윤사는 일본 롯데홀딩스의 지분을 28%만 갖고 있어 현재의 일본 롯데홀딩스 및 한·일 롯데그룹 경영권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며 “이는 8월 17일 일본 롯데홀딩스의 주총을 통해 이미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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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격호 총괄회장 친필 서명 영상 공개 신동주 부회장 측이 8일 공개한 아버지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영상. 신 총괄회장이 위임장 작성을 위해 펜을 들고 있다. SDJ코퍼레이션 제공 |
롯데그룹은 이어 “신 총괄회장의 소송 참여 경위와 법리적 판단의 실효성에 대해서는 7월과 8월에 있었던 해임지시서, 녹취록, 동영상 공개 상황에서도 드러났듯 진정한 의사에 따른 것인지 의심된다”며 신 총괄회장의 판단력 이상설을 다시 제기했다. 20여일간 일본에 체류 중이던 신 회장은 이날 신 전 부회장의 기자회견 도중인 오전 11시38분 김포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신 회장은 비서진으로부터 신 전 부회장의 기자회견 사실을 보고받고 별다른 언급 없이 공항을 빠져나갔다.
김기환 유통전문기자 kk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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