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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타워] 금메달 줘야 할 캐러밴 선수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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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10-06 21:54:08 수정 : 2015-10-07 00: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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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군인체육대회 35억 저비용으로 7300여명 숙소 해결
2018 평창올림픽 발상의 전환 통해 알뜰대회로 치러야
대규모 국제대회 선수촌이 이동식 숙소 캐러밴이라니. 얘기를 듣는 순간 나도 모르게 무릎을 쳤다. 지난달 문경 세계군인체육대회 조직위원회를 이끄는 수장인 김상기 조직위원장(전 육군참모총장)과의 인터뷰 자리에서다. 경비를 대폭 절감한 탁월한 발상의 전환이 아닐 수 없다. 그동안 국내에서 열린 다른 국제대회는 왜 이런 생각을 못했을까.

국제 스포츠 대회를 치를 때 가장 많은 비용이 들어가는 분야는 경기장과 선수촌이다. 재정이 감당하지 못하는데도 무리하게 경기장을 짓다 보니 대회가 끝나면 적자에 허덕이기 일쑤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해 열린 인천아시안게임. 18조5000억원의 경제적 효과와 26만8500개의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는 장밋빛 전망을 토대로 2조원을 쏟아부어 대회를 치렀다. 하지만 결과는 예상과 정반대였다. 대회 뒤 인천시에 돌아온 빚은 무려 1조300억원. 주범은 바로 경기장이다. 경기장을 새로 16개를 지었는데 해마다 운영 적자가 엄청나다. 올해 예상 수익은 130억원이지만 시설관리비는 연간 315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대표적인 시설로 개·폐회식이 열린 주경기장은 건설에 4700억원이나 투입됐지만 한 해 관리비만 33억원에 달한다. 그러나 주경기장은 아시안게임이 끝나고 1년 동안 행사를 유치하지 못해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최현태 체육부장
전라남도가 개최한 영암 포뮬러원(F1) 그랑프리 대회도 마찬가지다. 경주장 시설비 4285억원과 대회 개최비 4467억원 등 합계 8752억원이 투입됐다. 하지만 수익은 1185억원에 불과하다. 더구나 전남도가 4년 동안 대회를 개최하면서 발생한 누적 운영적자는 19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여기에 도가 경주장 건설 재원 마련을 위해 발행한 지방채만도 1980억원이다. 이 때문에 도는 애초 2016년까지 대회를 개최하기로 계약했지만 적자를 감당하지 못해 2014년 대회를 중단했다.

2012년 열린 여수엑스포도 상황은 비슷하다. 무려 12조1000억원이 투입됐지만 시설관리비만 연간 100억원이 넘게 지출되고 있다. 행사 후 용지매각으로 빚을 갚을 계획이었지만 용지매각은 3년째 겉돌고 있단다.

2일 개막한 세계군인체육대회는 이런 과거의 실패를 철저하게 공부한 듯하다. 새로운 경기장 하나 짓지 않고 대회를 치르고 있으니 말이다. 가장 눈에 띄는 시설이 캐러밴으로 만든 선수촌이다. 이 대회에 전 세계에서 방문한 선수단은 모두 120여개국 7300명에 달한다. 세계군인체육대회는 FIFA가 주최하는 월드컵 등 단일 종목 국제대회를 제외하고 종합 스포츠 대회 규모로는 올림픽(204개국), 유니버시아드(167개국) 대회 다음으로 세 번째로 큰 국제 종합 스포츠대회다. 이 때문에 애초 조직위와 문경시는 다른 국제 스포츠대회와 마찬가지로 아파트를 지어 선수촌으로 활용한 뒤 나중에 분양하는 방식을 고려했다. 그런데 800억원의 비용이 문제가 됐다. 전체 예산 1653억원의 절반 정도를 선수촌 건설에만 쏟아부어야 할 판이었다. 더구나 문경은 인구 7만명의 소도시. 대규모 아파트 단지는 미분양될 것이 불보듯 뻔했다. 조직위와 문경시는 이에 과감하게 선수촌 건설을 백지화했다. 대신 기존 시설을 활용하기로 했다. 영천 3사관학교에 2000여명, 괴산의 학생군사학교에 4000여명을 수용하기로 하고 나머지 1500명은 문경에 침대, 화장실, 샤워시설을 갖춘 캐러밴 350동을 지어 숙소로 활용하는 절묘한 발상을 이끌어냈다. 캐러밴도 직접 지은 것은 아니다. 업체가 이를 대당 2650만원에 제작하고 문경시는 이를 대당 1000만원에 리스했다. 800억원이 들어갈 선수촌 건설비가 불과 35억원에 해결된 것이다. 이 캐러밴은 대회가 끝나면 민간에게 판매된다. 대당 1650만원에 분양했는데 불과 3주 만에 예약판매가 완료될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최근 국내에 캠핑 붐이 조성된 것을 제대로 파악하고 접근한 탁월한 아이디어다.

경기장도 기존의 시설을 그대로 활용하고 있다. 이를 위해 문경을 메인으로 경북 8개 시군에서 분산돼 대회를 치르고 있다. 그야말로 경제적인 국제 스포츠대회의 모델인 셈이다.

우리는 2018년 2월 평창에서 동계올림픽을 치른다. 그러나 벌써 평창 역시 막대한 경기장 건설비용과 인프라 구축비용 때문에 기존에 실패한 국제 스포츠 대회를 답습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쏟아진다. 동계올림픽 조직위 관계자들은 세계군인체육대회에 해답이 있음을 잊지 말기 바란다.

최현태 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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