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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새 잡는 유리벽… 5년간 3834마리 '비명횡사'

입력 : 2015-10-06 16:55:41 수정 : 2015-10-07 14:5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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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간 천연기념물 ‘솔부엉이’ 등 조류 3834마리 유리충돌로 죽어
지난해 유리창에 충돌해 치료 중에 숨진 천연기념물 팔색조
자료사진
“버드세이버를 요청합니다.”

한국조류협회의 홈페이지(www.bird.or.kr) 게시판에는 독수리 등 맹금류 모습을 본뜬 스티커인 ‘버드세이버’(bird saver)를 요청하는 글이 하루에 10건 가량씩 올라온다. 맹금류 스티커인 버드세이버를 건물 유리벽에 붙여 놓으면 다른 새들이 실제 맹금류로 착각하고 해당 건물을 피해 날아가도록 유도할 수 있다. 일종의 ‘허수아비’인 셈인데, 학교와 공장, 주택, 도로 방음벽 공사현장 등 요청하는 기관도 다양하다. 글의 대부분은 새가 날아와 부딪혀 죽는 모습을 보고 안타까운 마음에 연락했다는 사연들이다.

최근 고층 건물이나 외벽이 유리로 된 건물이 늘어나면서 야생 조류가 건물에 부딪혀 죽는 ‘조류충돌’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새들이 비행하다 유리에 충돌하는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건물 외벽 유리에 설치된 버드세이버.
부산아쿠아리움 제공
6일 세계일보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장하나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환경부의 ‘2011년∼2015년 9월 전국 야생동물 구조치료센터로 접수된 조류충돌 사례’는 6034건에 달한다. 전국의 조류충돌 5년치 현황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중 3834마리는 폐사했고 1947마리는 치료 후 자연으로 돌아갔다. 32마리는 충돌 후유증으로 영구 장애를 얻었다.

국내에서 조류충돌로 구조된 개체를 종별로 살펴보면 천연기념물인 솔부엉이(500마리), 황조롱이(397〃), 소쩍새(326〃), 수리부엉이(275〃) 등 223종에 달한다. 자연유산인 천연기념물을 보호하기 위해 문화재청이 한국조류보호협회와 함께 버드세이버를 무료로 보급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조류충돌은 매년 1000건을 넘어서는 실정이다.

미국이나 캐나다 등에서는 조류충돌을 방지할 수 있는 디자인 지침을 마련하고 있으며 철새들의 이동이 많은 기간에는 새들의 착각을 막기 위해 고층건물의 불을 끄는 식의 캠페인도 벌인다. 실제 미국 뉴욕 타임스 사옥의 경우 유리면 노출을 줄이기 위해 세라믹 튜브를 유리벽에다 설치하는 등 조류충돌 방지용 설계가 반영돼 지어졌다. 

한국철도공사가 강촌역 일대 방음벽에 설치한 맹금류 스티커.
자료사진
하지만 정부의 실태파악과 예방책 마련은 미흡한 실정이다. 환경부는 “‘버드세이버’ 설치 의무화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논의된 바 없으며 향후 조류충돌 현황을 파악해 새의 서식이나 이동이 많은 곳에 적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장하나 의원은 “조류충돌은 국내외적으로 야생조류를 위협하는 큰 문제가 되고 있으며, 세계 각국은 조류충돌방지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며 “건축 설계 시 조류충돌 방지 규정 등 야생 조류 보호를 위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병욱 기자 brightw@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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