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여간 한국미술을 집중 탐구했다는 큐레이터 장막스 콜라르는 ‘빨리빨리’를 키워드로 프랑스인이 느끼는 ‘한국’을 엿보게 해주고 있다. 프랑스인에게 서울은 현대화되고 아주 첨단으로 달리는 에너지 넘치는 곳이다. 발전, 진보 이미지가 강하다. 반면 한국인이 느끼는 서울은 지나치게 빠름에서 오는 부담감, 소외감이 크다. 한국작가들이 어떤 문제의식으로 이를 풀어가고 있는지에도 초점을 맞춘다고 했지만 프랑스 관객에겐 뒷전으로 밀렸다. 최우람 등 다이내믹한 작품에 사람들이 몰렸다.
마르세유시가 담배공장을 리모델링해 만든 도심문화재생공간 ‘프리슈 라 벨 드 메’. 전시와 공연 공간까지 갖추고 있지만 최근에 무대기술학교까지 설립해 문화발전소로서의 입지를 굳혀 나가고 있다. |
‘릴 3000’ 전시행사에 서울을 비롯해 프놈펜, 디트로이트, 에인트호번, 리우데자네이루가 초대된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프놈펜은 대학살 이후 어떻게 도시가 다시 태어났는가에, 디트로이트는 폐허가 된 공장과 창고가 어떻게 문화적으로 재생됐는가에, 에인트호번은 디자인위크 등으로 어떻게 문화도시로 거듭났는지에, 리우데자네이루는 에너지덩어리인 카니발 음악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실제로 ‘릴 3000’ 개막식 거리 퍼레이드엔 리우 카니발팀이 참여했을 정도다. 궁극적으론 릴 카니발도 모색하고 있다. 문화를 통해 르네상스의 힘을 획득하겠다는 전략이다.
릴 역사 앞을 지나고 있는 ‘릴 3000’ 개막식 거리퍼레이드 장면. 역사 앞으로 최정화 작가의 연꽃 설치작품이 보인다. |
프랑스는 ‘문화가 사회를 변화시키다’라는 확고한 철학을 가지고 문화정책을 펴고 있다. 파리의 대표적 우범지역이었던 크리메에 스튜디오를 만들어 작가들을 입주시키면서 동네가 명소가 된 사례는 이제 흔한 일이 됐다. 특히 지방 대도시들은 문화를 통한 도시재생프로젝트에 적극적이다. 한국작가들이 프랑스를 글로벌로 나가는 플랫폼으로 삼기에 호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파리=글·사진 편완식 미술전문기자 wansi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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