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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공장이 문화공간으로…도심에 활기를 불어넣다

입력 : 2015-10-06 20:36:35 수정 : 2015-10-07 08:3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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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띄는 佛 도시재생프로젝트 프랑스의 북부도시 릴은 요즘 3년마다 열리는 종합문화축제인 ‘릴 3000’으로 시끌벅적하다. 구 기차역사와 문닫은 공장들이 문화공간으로 재생돼 전시와 공연들이 펼쳐지는 중심지가 되면서 도시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기 때문이다. ‘한불 상호교류의 해’를 맞아 한국작가들을 초대한 전시도 열리고 있다. 최정화, 서도호, 이불, 최우람, 정소영, 이슬기 등 한국현대미술 주요작가들을 소개하는 기획전시 ‘서울, 빨리빨리’다.

1년여간 한국미술을 집중 탐구했다는 큐레이터 장막스 콜라르는 ‘빨리빨리’를 키워드로 프랑스인이 느끼는 ‘한국’을 엿보게 해주고 있다. 프랑스인에게 서울은 현대화되고 아주 첨단으로 달리는 에너지 넘치는 곳이다. 발전, 진보 이미지가 강하다. 반면 한국인이 느끼는 서울은 지나치게 빠름에서 오는 부담감, 소외감이 크다. 한국작가들이 어떤 문제의식으로 이를 풀어가고 있는지에도 초점을 맞춘다고 했지만 프랑스 관객에겐 뒷전으로 밀렸다. 최우람 등 다이내믹한 작품에 사람들이 몰렸다.

마르세유시가 담배공장을 리모델링해 만든 도심문화재생공간 ‘프리슈 라 벨 드 메’. 전시와 공연 공간까지 갖추고 있지만 최근에 무대기술학교까지 설립해 문화발전소로서의 입지를 굳혀 나가고 있다.
‘릴 3000’의 올해 주제가 ‘르네상스’라는 점에서 프랑스인들의 관심 포인트를 짐작케 해줬다. 이는 축제개막식에 침석한 마르틴 오브리 릴 시장의 축사에서 분명히 드러났다. 프랑스 사회당 당수를 지낸 인사답게 그는 간결하고 명확하게 메시지를 전달했다. 그는 지금 프랑스에서 필요한 것은 ‘르네상스의 힘’이라고 했다. 이 어려운 시기를 벗어나려면 중세를 탈출하게 해준 르네상스의 가치를 되살려야 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세계화 과정에서 그런 동력은 유럽을 넘어 다른 곳에서도 찾아야 한다고 그는 주문했다.

‘릴 3000’ 전시행사에 서울을 비롯해 프놈펜, 디트로이트, 에인트호번, 리우데자네이루가 초대된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프놈펜은 대학살 이후 어떻게 도시가 다시 태어났는가에, 디트로이트는 폐허가 된 공장과 창고가 어떻게 문화적으로 재생됐는가에, 에인트호번은 디자인위크 등으로 어떻게 문화도시로 거듭났는지에, 리우데자네이루는 에너지덩어리인 카니발 음악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실제로 ‘릴 3000’ 개막식 거리 퍼레이드엔 리우 카니발팀이 참여했을 정도다. 궁극적으론 릴 카니발도 모색하고 있다. 문화를 통해 르네상스의 힘을 획득하겠다는 전략이다.

릴 역사 앞을 지나고 있는 ‘릴 3000’ 개막식 거리퍼레이드 장면. 역사 앞으로 최정화 작가의 연꽃 설치작품이 보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프랑스 측의 문화교류 의지도 예전보다 놀랄 정도로 강력하다. 체재비 지원뿐만 아니라 창각공간 제공도 적극적이다. 프랑스에서 전시회 하나를 마련하려면 구걸하다시피 했던 예전의 상황이 격세지감일 정도다. 지중해 항구도시 마르세유에서도 도심문화재생공간인 ‘프리슈 라 벨 드 메’가 나서 한국 국립현대미술관의 한국 미디어아트 주요 소장품들을 소개하는 ‘미래는 지금이다’전을 열고 있는 중이다. 이 공간은 예술가와 지원인력 등 500여명을 수용하고 있는 공간이다. 미술은 물론 음악 등 공연 예술인도 포괄하는 종합문화공간이다. 장 루벨 등 건축가들이 ‘사회건축’차원에서 담배공장이었던 공간을 문화공간으로 재생했다. 한국작가들도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초대를 할 예정이다.

프랑스는 ‘문화가 사회를 변화시키다’라는 확고한 철학을 가지고 문화정책을 펴고 있다. 파리의 대표적 우범지역이었던 크리메에 스튜디오를 만들어 작가들을 입주시키면서 동네가 명소가 된 사례는 이제 흔한 일이 됐다. 특히 지방 대도시들은 문화를 통한 도시재생프로젝트에 적극적이다. 한국작가들이 프랑스를 글로벌로 나가는 플랫폼으로 삼기에 호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파리=글·사진 편완식 미술전문기자 wansi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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