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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제비뽑기’ 건설 담합, 대체 어느 나라 얘기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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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10-04 22:11:26 수정 : 2015-10-05 02:0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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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제비뽑기’ 건설 담합이다. 대형 건설사들이 4000억원짜리 서해선 홍성∼송산 구간 복선전철 공사에서 짬짜미를 하다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280억원의 과징금 처분을 받았다고 한다. 적발된 회사는 현대건설, SK건설, 대림산업, 현대산업개발 4곳이다.

내로라하는 건설사들이 벌인 ‘담합 파티’는 파렴치 수법 그대로다. 건설사 담당자들은 2011년 9월 서울 종로의 한 찻집에 모여 가격 경쟁을 피하기 위한 작전에 들어갔다. 투찰 가격은 공사 추정가(4652억원)의 94.65∼94.98%선에 맞추기로 합의했다. 이들이 모의한 낙찰업체 선정방식은 제비뽑기였다. 대림산업이 운 좋게 1번을 뽑았다. 일주일쯤 지나 실시된 공사입찰에서 4개 회사는 제비뽑기 순위대로 가격을 써냈고, 낙찰의 행운은 가장 높은 94.98%를 써낸 대림산업에게 돌아갔다.

건설사 담합은 한해에도 몇 번씩 반복되는 건설업계의 대표적 적폐이다. 지난해에는 3조원이 넘는 호남고속철 건설공사에 삼성물산을 비롯한 28개사가 서로 짜고 공사를 나눠먹다 들통이 났다. 담합 수법으로 ‘사다리 타기’까지 동원됐을 정도다. 국민의 이목이 집중된 4대강 사업도 예외가 아니었다. 건설사들은 사전 각본대로 들러리를 서거나 서로 밀어주면서 정부의 경쟁입찰을 물거품으로 만들었다.

담합을 근절하려면 단호한 처벌은 당연하다. 공정위의 솜방망이식 과징금으로는 안 된다. 이미 숱하게 반복되는 담합범죄가 여실히 증명하고 있지 않은가. 담합을 되풀이 하면 미국처럼 아예 회사 문을 닫게 하는 강력한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 담합을 저지른 임직원에 대해서도 반드시 형사책임을 물어야 한다.

하지만 무조건 채찍만 휘두른다고 고질적인 담합을 뿌리 뽑을 수는 없다. 담합의 온상 역할을 하는 입찰 풍토를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효과가 크다. 그런 의미에서 정부가 담합 원인으로 지목된 최저가낙찰제를 종합심사낙찰체로 바꾸기로 한 조치는 옳은 결정이다. 새 제도는 시공 가격뿐 아니라 공사 수행능력, 건설안전 실적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낙찰자를 선정하는 방식이다. 정부는 연내 관련법을 개정해 내년부터 시행에 들어간다고 한다.

이제 남은 것은 건설사의 태도 변화다. 세계시장을 활보하는 대형 건설사들이 담합 비리로 굴비 엮이듯 하는 모습은 정상이 아니다. 건설업계는 철저한 반성과 함께 뼈를 깎는 자정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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