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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리포트] 트럼프 현상이 주는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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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10-04 22:27:34 수정 : 2015-10-05 02: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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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대선 관련 뉴스… 석 달 넘게 독점하지만 ‘막말’ 이미지 강해 본선 경쟁력은 의문
유권자와 눈높이 소통… 한국 정치인이 배워야
미국 공화당 대선 경선주자로 나선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대선 관련 뉴스를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다. 방송과 종이신문, 인터넷 매체를 가리지 않고 나타나는 모습이다. 방송 프로그램은 곧잘 트럼프를 불러내 그의 생생한 목소리를 전한다. 2일 발매된 주간지 ‘피플’ 인터뷰에서 “방송이 온통 나에 대한 이야기로 도배해 광고비가 따로 들지 않는다”고 발언했던 트럼프의 자신감이 이해될 정도다. 언론은 그의 발언을 실시간으로 전하고 있다. 출마선언 직후부터 3개월 넘게 벌어지고 있는 현상이다. 애초 미국 언론과 트럼프 사이에 ‘암묵적인 묵계’가 있지 않았나 하는 의심이 갈 정도다.

트럼프는 리얼리티 방송 프로그램을 진행한 경험 덕분에 미디어를 능수능란하게 활용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언론 인터뷰에 적극 응하면서도 때론 특정 언론을 비판하곤 한다. 지난 9월 2차 TV토론 주관방송사인 CNN방송의 세 시간의 토론을 끝내고는 “아주 좋은 시간을 보냈다”고 평가하는 등 방송 출연에 우호적이다. 트럼프는 TV토론을 언급할 때마다 자신의 등장으로 시청률이 높아져 방송사들이 많은 광고 수익을 올렸다는 점을 강조하곤 했다. 언론과 대중에 자신의 높은 상품가치를 적극 알리는 모양새다. 그러면서도 지난 8월 1차 TV토론을 주관했던 폭스뉴스에 대해서는 한참 시간이 흐른 뒤 자신을 차별하고 있다며 출연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선언해 전선을 구축하기도 했다.

박종현 워싱턴특파원
자신의 부각을 탐탁지 않게 여기는 공화당 주류를 향해서는 ‘제3후보 출마 가능성’을 흘리면서 이들의 차별 가능성을 적절하게 견제하고 있다. 정치 메인무대에 등장한 중고 신인치고는 얄미울 정도로 능수능란하다. 미국 정치논객들 사이에는 보수매체인 폭스뉴스와 공화당 주류가 그의 후보 지명을 미더워하지 않는다는 시선이 진하다. 그가 공화당의 정통파 후보에 비해 본선경쟁력이 없을 것이라는 분석에서다. 이들뿐만 아니라 트럼프가 공화당의 본선행 티켓을 거머쥘 것으로 예상하는 이들은 많지 않다.

이런 시선에는 그동안의 대선 경험이라는 역사적 ‘팩트’와 트럼프로는 곤란하다는 ‘감성’이 혼재돼 있다. 역대 대선은 정치 신인의 등장까지는 허용할지라도 정치권 외부 인사의 백악관 입성은 불허해 왔다. 2차세계대전 이후 대선 후보들은 부통령이나 주지사는 아니더라도 정치권 언저리에는 있었던 이들이었다. 또 역대 대선에선 중위층의 지지를 받는 후보가 최종 승자가 돼 온 게 사실이다. 당장 ‘이민자 비하’ 발언 등은 공화당 지지자를 대상으로 하는 당내 경선에서는 이로울지 모르나 본선에서는 치명적인 약점으로 작용할 게 뻔하다. 감성적인 거부감은 트럼프의 출신이나 발언에서 찾게 된다. 트럼프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막말’이나 ‘무식’이라는 미국 유권자가 많은 상황에서 공화당 주류 입장에서는 그를 보수 정당 후보로 받아들이기도 곤란할 것이다. 국가경영의 콘텐츠가 빈약한 부동산재벌 출신의 리얼리티 프로그램 진행자에게 미국호의 운항을 맡길 수 없다는 정서도 강한 듯하다.

다른 경쟁자들 입장에서는 마라톤 초반 레이스에서 선두를 달렸던 선수가 월계관을 거머쥐는 경우는 흔치 않다는 사실도 떠올릴 법하다. 할리우드의 여름을 달구는 블록버스터가 다음해 오스카상을 예약하는 것도 아니다.

트럼프 현상은 시간이 흐르면 빛이 바랠 가능성이 그만큼 많다. 하지만 우리 정치인들이 배울 교훈은 분명히 있다. 바로 소통이다. 트럼프는 유권자의 눈높이에 맞춰 자신의 생각을 전하는 방법을 알고 있다. 그것도 쉬운 언어로 전하고 있다. ‘광대짓’도 마다하지 않는다. 지난 9월 말에도 경쟁자인 젭 부시와 마르코 루비오 후보의 발언을 흉내냈다. 경박하다는 비판이 넘치지만 그런 형식의 발언이 선거전 프레임을 주도한 것도 사실이다. ‘이민개혁’ 문제 등이 구체적인 사례다.

‘솔직함’과 ‘당당함’도 유권자들에게 인정받는 대목이다. 지적이면서도 깔끔한 태도로 2008년과 2012년 대선에 승리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기억 때문에 주저했을 법도 한데, 트럼프는 그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자신을 알리고 있다. 소통에 관해서는 트럼프가 현재 미국 대선의 대세 아닌가.

박종현 워싱턴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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