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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 다툼에… '황혼 재혼' 막는 자식들

입력 : 2015-10-02 18:53:43 수정 : 2015-10-02 21: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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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혼인신고 무효소송 잇따라
“유산 걱정에 태도 바꾸기 일쑤”
사실혼 많아… 법적보호 어려워
“지금 이 집에서 당장 나가 주세요.”

60대 여성 A씨는 어느 날 사실혼관계에 있던 남편 B씨의 자녀들로부터 청천벽력과 같은 소리를 들었다. 20년 전 자신보다 스무 살이나 많은 B씨와 만나 함께 살던 A씨는 B씨의 식당에서 조리를 도맡아 하고, B씨가 사망하기 5년 전 치매를 앓자 간병도 했다. ‘새어머니’ 역할을 성실히 했다고 여겼던 A씨는 자식들로부터 ‘아버지 명의로 된 집에서 나가 달라’는 내용의 소장을 받고 분노했지만 딱히 대응할 방법이 없다는 것을 알고 망연자실했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고령화로 황혼 이혼과 재혼이 증가하면서 나이 든 부모의 재혼에 반대해 자식들과 재산을 놓고 법적 분쟁을 벌이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2년 전 세상을 떠난 김모(사망 당시 68세)씨는 본처와 협의이혼하고 나서 만난 C씨와 동거를 시작, 11년간 사실혼관계로 지냈다. 김씨는 숨지기 1년 전 암 판정을 받고, C씨는 김씨의 간호를 하다 김씨가 숨지기 3달 전에 관할구청에 혼인신고를 했다. 하지만 김씨가 세상을 뜨자 김씨와 전처 사이의 딸은 “아버지와 C씨의 혼인을 무효로 해 달라”며 소송을 냈다. 딸은 “새어머니가 아버지의 정신이 온전하지 않은 틈을 타 혼인신고를 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혼인신고서에 김씨의 서명이 있고, 당시 의식이 ‘명료’한 상태였다는 병원기록이 존재하는 점을 들어 받아들이지 않았다. 항소심을 맡은 서울가정법원 가사2부(부장판사 배인구)는 마침내 원심과 같이 “김씨의 혼인의사가 없었음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C씨의 손을 들어줬다.

법률혼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우리 민법상 이혼이나 배우자의 사별 등으로 새롭게 시작한 노년의 사랑은 현실적으로 법적 보호를 받기가 쉽지 않다. 당사자들은 초혼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나 ‘남세스럽다’ 등의 이유로 혼인신고 없이 사실혼관계로 지내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사실혼관계에 있는 배우자는 사실혼 파기 시 재산분할을 청구할 순 있지만, 상대 배우자가 사망하면 유산을 상속받을 권리는 없다. 이 때문에 사실혼관계를 유지하며 함께 살던 배우자가 다른 한쪽의 사망을 앞두고 뒤늦게 혼인신고를 하게 되면 재산 상속에 불리해진 자식들이 소송을 내는 경우가 생긴다.

법조계 관계자는 “늙어서 홀로 된 노인들이 자식에게 부양과 간병의 짐을 지우기 싫어 새로운 사람과 사실혼관계를 이루는 경우가 매년 늘고 있는데 막상 부모가 사망하면 상속 재산 때문에 태도를 바꾸는 자식들이 많다”고 말했다.

김민순 기자 soo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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