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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정부지원 5배 늘어나는 로스쿨… 교육예산 ‘블랙홀’ 되나

입력 : 2015-09-28 13:23:25 수정 : 2015-09-28 14: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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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등록금으로 ‘돈스쿨’ 논란을 빚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에 소외계층 장학금 지원 등의 명목으로 수십억대의 예산이 지원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적 약자층의 로스쿨 진입을 원활하게 한다는 면에서 긍정적이지만, ‘세금낭비’를 이유로 기존의 사법시험 제도를 비판했던 로스쿨이 정작 스스로가 ‘세금 먹는 블랙홀’이 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 10일 교육부가 밝힌 2016년도 예산안에 따르면 ‘로스쿨 교육역량 강화’를 위한 예산이 올해 9억3600만원에서 5배 늘어난 53억2600만원으로 책정된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부는 해당 예산 중 37억7600만원이 취약계층 학생들을 위한 장학금 지원을 위해 신설됐다고 밝혔다. 경제적 약자들도 법조인이 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기 위해서라는 설명이다. ‘장학금 지원’ 분야에 정부의 세금이 투입되는 것은 처음이다. 기존에는 각각의 로스쿨이 자체적으로 자금을 마련해 장학금을 제공해 왔다.

로스쿨의 비싼 등록금과 장학금 문제는 사법시험 존치를 주장하는 측면에서 문제삼는 단골 메뉴였다. 지난달 31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로스쿨 협의회 기자회견에서도 이 같은 문제는 다시 도마에 올랐다. 당시 기자회견장에 자리한 ‘사법시험 존치를 위한 고시생 모임’ 소속의 한 학생은 로스쿨의 비싼 등록금을 문제삼으며 “로스쿨 등록금이 너무 비싸 부모님으로부터 경제력을 물려받지 못한 학생은 입학을 엄두조차 내지 못한다”며 강도 높게 비판한 바 있다.

로스쿨의 비싼 등록금 때문에 선뜻 지원을 하지 못했던 학생들은 세금을 통한 장학금 지원 소식을 반기는 분위기다. 서울소재 4년재 대학에 재학중인 김모(23·여)씨는 “장학금을 받기가 쉬워보이지는 않지만 기회가 그나마 늘어난 점은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취업준비생 진모(27)씨도 “최근 로스쿨이 ‘현대판 음서제’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고위층 자제들의 취업 통로로 쓰인다고 해 기분이 좋지 않았다”며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이 늘어나는 것은 바람직해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동안 ‘고비용 구조’를 문제로 사법시험을 비판해 왔던 로스쿨에서 이처럼 많은 세금을 지원받는 것에 대해 ‘자기 모순’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특히 최근 로스쿨에서 장학금 지급률을 낮춰온 전력이 있어 “다른 방향으로 유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심의 눈초리도 있다. 지난번 국감에서 새정치민주연합 박혜자 의원이 교육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서울소재 10개 로스쿨의 평균 등록금은 2012년 1845만원에서 올해 1919만원으로 74만원 올랐지만 평균 장학금 지급률은 2012년 44.5%에서 올해 40.3%로 오히려 4.2%포인트 낮아진 것으로 조사됐다.

로스쿨 지원을 위해 다른 교육예산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서울지방변호사회 관계자는 “로스쿨에 장학금이 늘어나는 것은 기회 균등 차원에서 올바른 방향으로 생각되지만,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등 다른 공립교육을 벌이는 현장에서 필요한 예산이 로스쿨 때문에 삭감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또 다른 법조계 관계자는 “교육예산은 의무교육을 위해 사용돼야 바람직할텐데, 공교육도 아닌 전문대학원에 대규모의 교육예산이 투입되는 것이 과연 올바른 것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비판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정선형 기자 linea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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