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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의 퇴행적 행태 꾸짖은 “일본의 양심”

입력 : 2015-09-18 20:46:13 수정 : 2015-09-18 20:4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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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의 노래
평화헌법 9조 수호운동 헌신… ‘日의 지성’ 가토 슈이치 회상기… “누구도 희생 타인에게 강요못해”
가토 슈이치 지음/이목 옮김/글항아리/2만5000원
◆양의 노래- 가토 슈이치 자서전/가토 슈이치 지음/이목 옮김/글항아리/2만5000원


김충식 지음/메디치미디어/1만5000원
◆목화꽃과 그 일본인- 외교관 와카마쓰의 한국 26년/김충식 지음/메디치미디어/1만5000원


‘양의 노래’는 가토 슈이치(1919∼2008)의 자조적인 회상기다. 전쟁으로 수많은 인명을 앗아간 일본제국의 퇴행적 행태를 통렬히 꾸짖는 글 모음이다. 그는 전쟁 반대를 규정한 일본헌법 9조를 지키는 운동에 헌신한 의사 출신 지식인이다. 일본 학자들에게서는 보기 드문 저항적인 휴머니즘 시각이 그를 통해 드러난다. 한국에는 비교적 덜 알려진 인물이지만 일본에서는 저항 지식인의 사표로 존경받고 있다. 소설가 오에 겐자부로(80), 인문학자 쓰루미 슌스케(1922∼2015) 등과 ‘9조 모임’을 만들어 평화헌법 수호 운동을 벌였다.

저자는 양띠해에 났다고 해서 책 제목도 ‘양의 노래’로 지었다. 그는 다른 양들처럼 떼(무리)를 짓지도 따라가지도 않았다고 했다. 일본에서 떼를 따라가지 않으면 ‘왕따’가 되기 십상이다.

저자 가토 슈이치는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오에 겐자부로’, 인문학자 ‘쓰루미 슌스케’와 더불어 일본헌법 9조 수호 운동을 벌이면서 일본 정부에 대해 참회를 촉구한 진보적 지식인이었다.
저자의 회상기 한 토막. “전쟁 시대 일본에서는 사람을 모독할 때 ‘그래도 당신이 일본인인가’라는 말이 유행했다. (중략) 일본인 집단에 대한 귀속의식을 중심으로 단결을 강조하고(1억 1心), 개인 양심의 자유를 인정하지 않고(멸사봉공), 신인 천황을 숭배한다(궁성요배). 많은 일본인이 그런 규격에 맞춰 살아가고 있었다.” 그는 일본헌법 9조를 ‘일본인이 이어가고 있는 정신의 모험’이라고 했다. 과거에 대한 반성과 미래를 향한 서약을 담은 국제적 공약이라고 정의했다. A급 전범이었던 기시 노부스케 전 총리를 준엄하게 비판한 대목은 다음과 같다. “전쟁은 정치적 행위이며 모든 정치적 행위의 가치는 상대적이다. 그러나 전쟁으로 잃은 생명의 가치는 이루 헤아리기 어렵고 절대적인 것이다. 상대적인 목적을 위해 돌이킬 수 없는 절대적인 방식으로 헤아릴 수 없는 희생을 타인에게 강요하는 행위는 옳지 않다.”

‘목화꽃과 그 일본인’ 역시 일본의 양심적 지식인 이야기다. 이 책은 일제강점기 원산, 목포 등에서 외교관으로 일한 와카마쓰 도사부로(若松兎三郞)의 일대기를 담았다. 김충식 가천대 교수가 썼다. 와카마쓰는 한국을 사랑한 일본의 관료였다. 그는 한국 땅에 처음 목화와 천일염을 보급한 인물이다.

목포항에서 바라다보이는 고하도에는 일본 외교관 와카마쓰 도시부로의 ‘육지면 시험재배’를 기념하는 비석이 있다. 1902년 목포 일본영사관에서 근무하던 그는 목포와 무안 일대의 일조량과 강우량을 치밀하게 측정하고 미국원산의 개량종 육지면을 심었다.
메디치 제공
저자에 따르면 지금 우리가 쓰는 솜옷이나 무명옷의 원재료는 고려 말 문익점이 중국에서 올 때 붓두껍에 숨겨온 그 재래면이 아니다. 대부분 미국산 개량종 육지면이다. 와카마쓰는 목포에 부임한 직후인 1900년대 초엽 육지면 재배에 성공했다. 당시 질과 양에서 재래면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우수한 소재였다. 남서해안 개펄에서 나는 천일염의 제조법 역시 와카마쓰를 통해 들어왔다. 당시 우리나라에 천일염전은 존재하지 않았다. 소금이라면 바닷물을 끓여서 만든 자염(煮鹽)뿐이었다. 사실 일제의 침략전쟁에 쓰기 위해 면과 소금을 생산했지만, 이 때문에 남서해안은 육지면과 천일염의 제조지로 자리 잡게 됐다.

와카마쓰는 일본에 돌아가서도 재일 한국인의 인권 보호를 위해 노력했다. 한국인이 한국인 교회당에서 자유롭게 예배를 볼 수 있도록 일본 경찰을 설득했다. 저자는 “그가 일본제국의 이익을 위해 성실하고 꼼꼼하게 일한 관료라는 사실을 부인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에 더해 한국 목화의 현대화에 기여하는 등 한반도 산업과 경제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면서 “와카마쓰라는 사람을 독자에게 있는 그대로 전할 필요가 있었다”고 밝혔다.

언론인 출신 저자의 필력과 유려한 문체 때문에 소설처럼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정승욱 선임기자 jswook @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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