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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기력'이 없어서 16개월째 수족관에 갇힌 '오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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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09-16 15:25:53 수정 : 2015-09-16 19:4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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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고래 ‘오월이’가 수조 속을 맴돌았다. 지름 9m, 수심 2m인 치료용 수조는 바다를 누비던 오월이에게 비좁아 보였다. 지난 13일 오후 해운대 부산아쿠아리움을 찾은 관람객들은 전시실 안 통유리를 통해 오월이를 지켜봤다. 그러다가 수조를 향해 스마트폰 등의 카메라 플래시를 터뜨렸다. 그 때마다 오월이는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며 수조 구석으로 몸을 숨겼다.

지난해 5월 부산 기장군 앞바다에서 구조된 멸종위기종 상괭이(돌고래) ‘오월이’가 지난 13일 부산의 한 아쿠아리움 치료 수조에서 헤엄을 치고 있는 모습. 부산=조병욱 기자
이 돌고래는 지난해 5월 부산 기장군 앞바다에서 발견됐고 이름이 오월이로 지어졌다. 몸길이가 1.8m 남짓에 몸무게는 70㎏ 정도의 쇠돌고래과 ‘상괭이’로 등지느러미 대신 긴 융기가 특징이다. 국제적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돼 보호대상이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장하나 의원(새정치민주연합)에 따르면 영국계 회사인 부산아쿠아리움은 해양수산부 지정 해양동물전문구조치료기관으로 동물 구조 유지에 정부 지원을 받고 있다. 오월이는 벌써 1년4개월째 이곳에 살고 있다. 국내에 구조·방류에 대한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아쿠아리움 측은 치료가 진작에 끝난 오월이를 ‘기력 없음’을 이유로 계속 데리고 있다. 이 돌고래는 발견 당시에도 별 다른 외상이 없었다고 한다. 더욱이 최근에는 40억원을 들여 ‘상괭이 병원’이라는 관람코너까지 만들어 관람객에게 공개했다. 아쿠아리움 측은 ‘그 동안 구조한 동물을 치료, 방류하는 과정을 쉽고 재미있게 볼 수 있도록 만든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아들(5)과 함께 이 곳을 찾은 김모(35·여)씨는 “바다에 살아야 할 돌고래가 저렇게 좁은 수조에 갇혀 있는 것을 보니 불쌍하다”며 안타까워했다. 아쿠아리움 관계자는 “오월이는 9월말부터 해양 적응훈련을 거쳐 방류될 예정”이라며 “돌고래는 구조된 시기와 수온 등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치료가 끝나도 바로 방류할 수 없다”고 말했다. 치료를 목적으로 데려온 동물이 관람용으로 활용되는 건 오월이 뿐만이 아니다. 해당 아쿠아리움은 현재 바다거북 3마리도 구조·치료 중인데 푸른 바다거북 2마리는 벌써 9개월째 수족관에 갇혀 있다. 이 가운데 한 마리는 치료가 끝나 아쿠아리움의 대형 관람용 수조에서 관람객을 맞이하고 있다.

이항 서울대 수의대 교수는 16일 통화에서 “구조한 야생동물은 회복되는 대로 빨리 돌려보내야 야생 적응에 어려움이 적다”며 “사람이 돌보는 것에 적응되면 야생에 익숙해지기 쉽지 않을 뿐더러 사육 상태의 포유류 동물은 인수공통감염병에 걸릴 우려도 크다”고 지적했다.

부산= 글·사진 조병욱 기자 brightw@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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