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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가 R&D사업 비리 들춰보니

입력 : 2015-09-13 19:47:21 수정 : 2015-09-15 10:2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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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퍼컴퍼니까지 설립, 발주 대가 ‘뒷돈’
지난해 미래창조과학부 산하기관 직원 A씨 등은 특정업체에 연구개발 과제를 발주하는 대가로 뇌물 15억원을 받았다가 적발됐다. A씨 등에게 과제를 하청받아 연구개발비 13억4000만원을 지급받은 B씨는 9억4000만원을 공장 증축에 쓰고 2억원은 뇌물로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뇌물을 받는 과정에서 친척 명의의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해 회계증빙, 세금신고까지 했다. 국가 연구개발 사업을 둘러싼 비리와 부실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미래부가 13일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우상호 의원에게 제출한 ‘국가 R&D(연구개발) 제재 현황’ 자료에는 2013년부터 지난달 7일 현재까지 모두 502개 연구과제에 대한 연구개발비가 환수대상에 올랐다. 연구개발비 소관 부처로는 산업통상자원부와 중소기업청, 미래부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연구개발비 부정 사용, 연구결과 불량, 법령 위반 등으로 사업비 환수가 결정됐지만 한푼도 납부하지 않은 기관이 200여곳에 달했다. 국민 혈세를 허투루 사용한 것도 모자라 토해내야 할 돈도 “나 몰라라”하는 모럴 해저드가 심각한 수준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서울대는 지난해 해양수산부로부터 지원받은 해양생명공학기술개발사업비 14억6000만원이 연구개발 불량으로 환수대상에 올랐지만 현재까지 사업비를 납부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고려대도 중견연구자지원사업을 위해 미래부로부터 지원받은 6억원이 법령 및 협약 위반으로 환수대상에 포함됐으나 사업비 납부를 외면하고 있다.

돈 많은 대기업도 환수대상 기관에 이름을 올렸다. 삼성정밀화학은 소재부품기술개발사업으로 15억5000만원을 지원받고 연구개발을 포기했지만 연구비를 납부하지 않다가 지난달 25일 연구비를 납부했다. 삼성SDI는 신재생에너지융합원천사업으로 각각 19억8000만원과 5억5000만원을 받았다가 연구결과 불량으로 연구비를 전액 반납했다.

현대중공업은 2013년 신재생에너지융합원천사업으로 각각 71억7000만원과 71억원의 연구개발비를 지원받았으나 연구개발을 포기하면서 142억7000만원을 고스란히 반납했다.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도 바이오의료기기산업핵심기술개발(R&D)사업으로 11억7000만원을 지원받았으나 법령 위반으로 사업액을 전액 반납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지난달 보고서에서 “국가 연구개발과제를 기획 선정 단계에서부터 조직적으로 사전 담합이 발생하고 부적합한 연구기관이나 기업이 연구개발 과제를 수주해 연구비 부당집행이 이뤄진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후 통제 강화 중심의 정부대책이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없다”며 “연구개발 과제의 기획·선정 평가 시스템을 공정하고 투명하게 운영할 수 있도록 운영 과정을 개선해 사전 통제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박영준 기자 yj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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