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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남미로 떠난 한 중년… 50년 인생과도 같은 50일간 여행

입력 : 2015-09-12 00:00:00 수정 : 2015-09-12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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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윤오 지음/나눔사/1만5000원
50년 여행, 50일 인생/홍윤오 지음/나눔사/1만5000원


“여행은 인생 그 자체다. 50년 살아온 것이나, 가보고 싶었던 곳으로 50일 여행한 것이나 같다는 생각이다. 만남과 헤어짐이 있고, 소유의 기쁨과 상실의 아픔이 있다. 희로애락이 있고 기승전결이 있다.”

한 중년이 홀로 떠나 적은 중남미 여행기는 김성한의 소설 ‘방황’의 첫 구절로 시작한다. 저마다 여행을 떠나는 이유와 사연이 있다. 목적지를 정하는 것도, 여유롭게 혹은 급히 떠나는 것도 마찬가지다. 저자는 정신적, 현실적으로 견디기 힘든 상황에서 중남미 나 홀로 여행을 결행했다. 현실도피라기보다는 자신과의 대화를 위해서였다. 일종의 일시적이고 내면적인 망명이었다. 50년 인생과도 같은 50일간의 여행길에서 중년의 그가 본 것은 무엇이었을까.

망루를 내려와 다시 방파제를 따라 걷는다. 방파제 끝에는 낡은 잔교가 놓여 있다. 어쩌면 이 풍경은 옛 모습 그대로이리라. 평생을 모험과 이벤트로 살아온 작가는 이 다리 끝에서 배를 타고 바다로 나아갔다. 살아온 삶 역시 배를 타고 먼 바다로 나간다. 문득 수평선 위로 거대한 청새치 한 마리가 포말을 일으키며 솟구쳐 올랐다가 다시 바다 깊숙이 가라앉았다. 그것은 ‘희망’이었다. ‘노인과 바다’의 배경지인 쿠바의 코히마르에서 만난 헤밍웨이는 ‘인간은 파괴될 수는 있어도 패배할 수는 없다’는 명제를 일깨워준다. ‘희망을 버리는 건 부끄러운 일이고, 더욱이 그것은 분명한 죄’라는 사실도. 여행에서 돌아온 저자는 ‘인생 뜻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지만, 그러나 세상은 공평한 것이고, 사필귀정(事必歸正)이고 사불범정(邪不犯正)’이라는 결론을 얻는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여행, 그러나 막상 하려고 하면 쉽지 않은 여행에 관한 책이다. 홍만식이라는 3인칭 주인공을 내세운 소설 형식의 여행수상록이다.

김신성 기자 sskim65@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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