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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유럽은 난민사태에 도덕적 책임을 다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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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09-04 20:34:11 수정 : 2015-09-04 20:4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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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해변에서 익사체로 발견된 세 살배기 아이란 쿠르디가 유럽의 잠자는 양심을 일깨울 것인가. 이 아이는 내전 중인 시리아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로 피지도 못하고 스러졌다. 파도는 끊임없이 몰려오지만 엎드려 꼼짝하지 않았다. 차고 거친 바다에 나서면서 티셔츠와 반바지 차림이었다. 구명조끼 하나 걸치지 않았다. 어머니와 여섯 살 된 형도 같이 숨졌다. 혼자 살아남은 아버지는 절규하고 있다. 오로지 살기 위해 유럽으로 가다 목숨을 잃은 현실이 너무 참혹하다. 가슴이 먹먹해진다.

유럽 언론은 아이란의 마지막을 담은 사진을 1면에 실으면서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영국 인디펜던트는 “여기 이렇게 죽은 시리아 아이의 사진마저 난민에 대한 유럽의 태도를 바꾸지 못한다면 도대체 무엇이 그렇게 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가디언은 “난민의 참상이 얼마나 끔찍한지 통절하게 느껴진다”고 했다. 스페인 엘문도는 “유럽의 익사”라고 비유했고, 이탈리아 라레푸블리카는 “전 세계가 침묵한 결과”라고 비판했다. 유럽 언론은 난민 사태 해결에 소극적인 유럽연합(EU) 국가들이 신속히 행동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죽음의 행렬을 방관하는 것은 인간성에 반하는 몰지성 그 자체다. 유럽국가와 유럽인들의 자성이 시급하다. 그동안 난민수용에 반대하던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국내외 압박에 굴복, 입장을 바꿨다. 캐머런은 “영국은 도덕적인 나라이며, 난민 사태에 대한 도덕적 책임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영국을 비롯한 유럽이 인도주의 전통과 명예를 지키려면 도덕성 회복운동에 나서야 한다. 말로 외칠 게 아니라 행동이 뒤따라야 한다. 정치적 난민들을 적극 분담 수용, 도덕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

EU국가들은 14일 난민 사태를 논의하기 위한 긴급 각료회의를 열 예정이다. 유럽은 무엇보다 난민들이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난민들의 목숨을 앗아가는 불법 브로커들의 일망타진을 위해 공동작전에 나설 필요도 있다. 유럽나라에만 맡겨선 난민 사태를 풀지 못한다. 국제사회가 함께 나서야 한다. 미국 민주당 상원의원 14명은 미국 정부가 적어도 내년 말까지 시리아 난민 8000명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 의원은 “세계 최악의 난민 위기를 앞장서 해결해 모범을 보이는 것이 도덕적, 법적으로 옳고 안보를 위해서도 미국에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난민사태는 인권의 문제다. 유엔도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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