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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 아이 사진에 전세계 공분…유럽 장벽 바뀔까

입력 : 2015-09-04 00:03:46 수정 : 2015-09-03 23: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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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익사”(스페인 엘문도), “전 세계 침묵의 결과”(이탈리아 라레푸블리카)….

2일(현지시간) 터키 도안통신이 보도한 사진 한 장이 전 세계를 울리고 있다. 통신에 따르면 터키 서부 해안도시 보드룸 해양경비대는 이날 오전 해변에서 시신 4구를 수습했다. 이 중에는 빨간색 티셔츠와 푸른색 반바지, 검은 운동화 차림의 세 살짜리 남자아이 아이란 쿠르디도 껴 있었다. 얼핏 엎드려 곤한 잠을 자는 듯 보이지만 바닷물에 반쯤 잠긴 머리와 온기 하나 없는 몸은 그가 이미 영원한 잠에 빠졌음을 말하고 있었다.

통신은 터키 접경 시리아 코바니에 살던 아이란과 어머니 리한(35), 형 갈립(5) 등은 수니파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를 피해 이곳에 왔다고 전했다. 보드룸 인근에 있는 아크야를라르는 그리스 코스섬으로부터 5㎞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하루에도 수천명의 난민들이 몰린다. 유엔난민기구(UNHCR)는 올 들어 지난달까지 독일과 프랑스 등 서유럽으로 가기 위해 에게해를 건넌 난민이 20만5000명이라고 집계했다.

아이란 가족은 밀입국 브로커에게 1000유로(약 133만원)를 건네고 코스섬으로 향하는 배편을 구했다. 하지만 아이란 가족 등 6명을 태우고 1일 밤늦게 출발한 소형보트는 파도에 휩쓸려 이내 뒤집혔다. 앞서 난민 17명을 태우고 코스섬으로 떠난 배도 마찬가지 운명이었다. 탑승자 태반이 구명조끼를 입지 않아 어린이 5명과 여성 1명 등 최소 12명이 숨졌다. 2명은 실종상태다. 시신이 수습된 희생자 중에는 아이란 어머니와 형도 있었다.

익사한 아이란의 모습은 ‘파도에 휩쓸린 인도주의’라는 뜻의 해시태그(#KiyiyaVuranINsanlik)로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SNS)와 외신을 통해 급속히 퍼져나가 전 세계적인 공분을 불러일으켰다. 영국 일간지 인디펜던트는 관련 사진을 홈페이지 전면에 올리며 “이처럼 참혹한 사진마저도 (난민에 대한) 유럽의 태도를 바꾸지 못한다면 도대체 무엇이 더 필요한가”라고 호소했다.

난민 문제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자 유럽의 양대 축인 독일과 프랑스는 유럽연합(EU) 회원국이 난민을 분산 수용한다는 원칙에 합의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3일(현지시간)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과 전화 통화에서 독일, 프랑스 양국은 EU가 회원국에 구속력 있는 난민 쿼터를 부과하는데 합의했다”고 밝혔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송민섭 기자 sts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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