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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빈약한 역사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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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09-03 20:27:58 수정 : 2015-09-03 17:3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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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교과서에 일제가 왜곡한 한국의 역사가 버젓이 기술되어 가르쳐지고 있다고 한다. 한국학중앙연구원이 2014년도 30개국 교과서를 분석한 결과, 미국, 영국, 러시아, 스페인 등의 교과서 448권 가운데 199권에서 총 279건의 오류가 발견되었다고 한다. 일본이 얼마나 용의주도하게 역사왜곡을 현재도 추진하고 있는가를 방증하는 자료이다.

일본의 역사왜곡 중에서 한사군과 임나일본부는 그 핵심사항이다. 한사군은 고대에 고조선이 멸망한 후 한(漢)나라의 식민지가 한반도에 설치되었다는 주장이고, 임나일본부도 고대(4∼6세기)에 일본 야마토정권이 한반도 남부, 가야백제 영역에 식민지를 경영했다는 주장이다. 이는 친일사학자인 이병도가 일제가 주장한 내용을 그대로 제자들에게 전수한 내용이다. 아직도 한국의 대학과 관변연구소들은 식민사학, 즉 일본이 한국을 식민지로 만들고 그것을 정당화·의식화하기 위해 그물 쳐 놓은 것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일제는 조선을 식민지경영하는 동안 수많은 사서를 수집하고 분류하면서 불리한 자료는 폐기하거나 숨기고, 한국은 처음부터 식민지였다는 사실을 주입하는 데에 역사를 이용했다. 일제는 태평양전쟁의 패전으로 물러갔지만 아직도 한국에서는 식민사학이 역사학계를 지배하고 있다. 역사의 정규군이라고 하는 주류사학자들이 한사군과 임나일본부를 겉으로는 인정하지 않는 척하면서 간사한 말장난으로 추종하고 있는 마당에 외국의 교과서가 한국의 근대화를 일본의 자본과 원조 때문으로 기술하고 있는 것은 약과라고 할 수 있다.

중국의 동북공정을 학문적으로 대항·저지하기 위해 설립된 동북아역사재단도 이병도의 제자들이 점령하는 바람에 한사군과 임나일본부를 정당화하고 말았다. 동북아역사재단은 2007년도부터 하버드대학교 한국학연구소에 무려 10억원의 국고를 들여 6권의 한국상고사 관련 서적을 영문으로 발간했는데 그 내용이 고대 북한지역이 중국의 식민지, 한반도 남부는 일본의 식민지였다고 하니 참으로 한심하기 짝이 없다.

이번 한국학중앙연구원의 조사도 고대사 문제보다는 정치적 현안인 ‘동해’와 ‘일본해’의 표기 등의 파악을 위해 발단이 된 것이겠지만 한국 역사학계의 진짜 문제는 아직 한 번도 주체적 역사를 기술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손톱 밑에 가시 드는 줄을 알아도 염통 밑에 쉬 스는 줄 모른다’는 속담이 어울린다.

박정진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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