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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사는 냄새가 물씬 나는 곳…'골목'에는 정이 있었네

입력 : 2015-09-02 09:13:04 수정 : 2015-09-02 09: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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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찬 10주기 '골목을 사랑한 사진가' 출간
"골목안은 어머니의 품처럼 포근하고 따뜻하다. 작고 납작한 집들이지만 서로서로 껴안기도 하고, 바람 한 점 끼어들 틈 없이 바짝바짝 붙어 있어 어찌 보면 정겹기도 하다."(27쪽)

골목안 풍경을 주제로 사진집을 내고 개인전을 열어온 김기찬(1938~2005)의 10주기를 맞아 '골목을 사랑한 사진가'가 출간됐다. 

생전에 그가 촬영한 사진, 삶과 골목에 대해 반추한 글을 실은 1부에 이어 2부에선 그를 회고한 선후배 사진가뿐 아니라 사회학자, 기자, 건축가, 미술비평가, 역사학자 등의 글을 엮었다.

동양방송국 영상제작부장, 한국방송공사 영상제작국 제작1부장 등을 거친 그는 산업화와 개발로 사라진 서울 근교 골목을 찾아 카메라에 담았다.

사진 속에는 남자보다는 여자가 많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당시에는 대낮에 남자들이 일 나가지 않고 집에 있을 리 없으니 "만나는 사람들이 여인네들이요, 아니면 어린아이에 강아지뿐"이었다.

엿장수, 연탄, 우체부, 노부부, 아이들 등을 함께 담았다.

처음 사진을 시작할 무렵 서울역과 염천교에서 만난 행상들의 생활 터전을 뒤쫓아 들어온 게 골목길이라지만 그에게는 그 길이 '마음의 고향'으로 자리 잡았다.

책 2부에 실린 글에서 김호기 연세대 교수(사회학)는 "내가 주목하고 싶은 것은 김기찬의 사진에 담긴, 기억을 부르는 이 향수의 의미"라며 "이 향수는 지나간 것을 그리워하는 회고주의가 아니며 그가 담아두려 한 것은 골목안의 풍경 속에 살아온 우리 삶 자체"라고 말한다.

건축가 윤한수는 '다시 가 본 김기찬의 골목'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지난 10년간 골목길 지도에 엄청난 변화가 일어나 "마을이 통째로 없어지고 그 자리를 고층 아파트가 대신하고 있다"고 적었다.

전문가들이 짚어준 김기찬 작품의 의미와 가치를 따라가다 보면 정작 사진가는 왜 화려하지도 않은 골목 안을 주목했는지 궁금증이 생길 법하다.

책에서 찾은 김기찬의 대답은 소박했다.

"더욱 호감이 가는 것은 가난하게 살았지만 소박한 삶의 질감들이 담벼락이건 땅바닥이건 간에 흠뻑 깔려져 있어 사람 사는 냄새가 물씬 나기 때문이다. (중략) 골목안 사람들은 상조사에 게을리하질 않는다. 서로 돕고 산다. 공동체 의식이란 게 배워서 되는 것도 아니고 누가 시켜서 되는 것도 아닌 것 같은데 골목에선 자연스럽게 이뤄진다. 내 사진 속에 중림동 골목이 크게 자리 잡고 있는 까닭도 이런 이유에서다. 아니 사진뿐만 아니라 내 마음속의 고향으로 남아 있는 곳이다."(27~47쪽)

눈빛. 240쪽. 1만8천원.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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