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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오찬서 찬밥 신세… “설마” 하던 낙천 전망
“어쩌면…” 딱한 처지
배신의 저주 딛고 다시 공천 받을지… 총선 최대 관전 포인트
자유당 정권 말기 지방의 국민학교. 서울에서 전학 온 한병태는 급장 엄석대의 횡포에 직면한다. 합리적 가치관의 혼란을 느낀 병태는 대항한다. 석대와 반 아이들은 집단으로 따돌리고 좌절한 병태는 굴복한다. 이문열 소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은 권력관계를 우의(寓意)적으로 그리고 있다. 왕따는 사회 곳곳에서 여전히 진행 중이다.

지난해 ‘의리 열풍’이 전국을 휩쓸었다. 패러디물이 쏟아졌고 한 연예인은 ‘의리 세일’로 대박이 났다. 여당 대표 경선에서는 서청원 후보가 ‘30년 의리의 정치인’을 홍보했다. 의리와 왕따는 맞물리는 단어다. 의리 열풍은 왕따 심화의 반작용으로도 볼 수 있다.

허범구 정치부장
지난달 26일 청와대 영빈관. 박근혜 대통령이 새누리당 의원 130여명에게 베푼 오찬은 잔치 같았다. 북한 도발을 이겨낸 박 대통령에게 찬사가 잇달았다. 박 대통령은 “오랫동안 해내지 못한 공무원연금 개혁을 이루는 데 앞장서 주신 데 대해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국회법 개정안 파동’을 부른 공무원연금 개혁안 처리를 공식 치하한 것은 사실상 처음이다. 김무성 대표와 원유철 원내대표는 “박근혜정부 성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화답했다. 당시 의사결정에 동참했던 지도부는 박 대통령과 헤드테이블에 앉아 축제 무드를 즐겼다. 딱 한 명만 빼고. 정작 칭찬받아야 할 유승민 전 원내대표는 가장 구석진 자리에 있었다. 대통령과 악수는커녕 눈빛도 못 나누는 ‘투명인간’이었다.

근래 여당 의원과 만나면 빠지지 않는 얘기가 있다. 유 의원의 총선 공천 문제다. 유승민 공천을 주장하는 친박계는 거의 없다. 유승민 공천을 자신하는 비박계도 드물다. 유 의원이 원내대표를 사퇴한 지난 7월과는 분위기가 다르다. 공천 탈락 전망이 ‘설마’ 수준에서 ‘어쩌면’이나 ‘아마도’로 바뀌고 있다. 치솟던 그의 지지율이 빠지고 공천 계절이 다가온 때문이다. ‘유승민’ 석 자가 부담스러운 이름이 됐다는 소문도 돈다. 불이익을 우려한 탓이라는 것이다. 한 당직자는 1일 “유 의원을 지지했던 대구 의원들 사이에선 ‘나 떨고 있니’라는 말이 나올 만하다”고 전했다. 국회법 파동 시 유 의원 곁을 지켰던 김희국 의원은 지난달 말 대구시당위원장을 포기해야 했다. 유 의원도 신경 쓰이는 눈치다. “나와 친한 의원들이 피해볼까봐 걱정”이라고 했다.

임기 반환점을 돈 박 대통령은 잘나가고 있다. 2일 중국을 방문해 3일 전승절 참석의 새 역사를 쓴다. 지지율은 49%까지 뛰었고 국정운영은 탄력받고 있다. 이 추세라면 수직적 당·청관계가 강화되며 박 대통령이 공천 주도권을 쥘 수 있다. 영남권 ‘콘크리트 지지층’은 강력한 무기다. 수도권 중진 정두언 의원은 사석에서 “친노패권주의보다 심각한 게 친박·영남패권주의”라고 지적했다.

박 대통령에게 ‘배신자’로 낙인찍힌 유 의원으로선 외롭고 힘든 시기가 불가피하다. 김 대표가 지난달 21일 주요당직자회의에서 “유승민 파이팅”을 외친 것은 민망한 장면이다.

여당이 총·대선을 치르려면 유 의원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넓다. ‘따뜻한 보수’를 꿈꾸는 그는 우리 사회에 절실한 경제민주화를 추구하며 중도층에 어필하는 차기 주자다. 이런 평가에도 유승민 도우미를 선뜻 자처할 동료는 희박할 것이다. “유 의원은 모든 악조건을 상정해 대비해야 한다”고 주변 인사는 강조했다. 그의 지역구(대구 동구을)엔 공천 경쟁 예상자가 벌써 거론되고 있다. 유 의원 거취를 둘러싼 관측도 난무한다. 수도권·무소속 출마설, 신당창당 합류설 등이다. 당사자는 “택도 없는 소리”라며 “대구에서 뼈를 묻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변수는 내달쯤 결정될 공천 방식이다. 하향식인 전략공천 유지 여부가 관건이다. 비박계 재선 의원은 “유 의원을 솎아내는 데 전략공천이 악용되면 역풍이 거셀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두 번 낙천했던 김 대표의 반전을 들어 “유 의원은 희생되더라도 결국 살아 돌아올 것”이라고 했다.

유 의원의 최선책은 무소속으로도 당선될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다. 최근 지역구를 자주 찾는다고 한다. 유승민 공천 향배는 총선 정국의 최대 관전 포인트다.

허범구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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