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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83 vs 70… 홀대받는 노인보호구역

입력 : 2015-09-01 19:21:01 수정 : 2015-09-01 17:2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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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 예방 안전시설 등 갖춰
만족도 높지만 찾아보기 힘들어
노인복지시설 309곳 둔 영등포
보호구역 지정된 곳은 고작 1곳
‘어린이’와 달리 국가지원 전무
예산 전액 지자체 부담 등 문제
“우리 입장에서야 이래저래 안전시설이 있으니 든든하지.”

지난달 26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노인종합복지관 뒤편 도로. 복지관을 지나던 김해연(66·여)씨가 차량 난입을 막기 위해 인도에 설치된 방호울타리를 가리키며 “여기 나이 많은 사람들이 많이 다니니까 이런 시설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울타리 건너 도로에는 흰색 ‘노인보호’ 표시와 과속방지턱, 미끄럼방지 구간 등이 갖춰져 있었다. 이 구간은 관할 지자체가 지정한 노인보호구역이다. 

2007년 노인보호구역으로 지정된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노인종합복지관 뒤편 도로. 영등포구에 단 한 곳뿐인 노인보호구역이다. 김승환 기자
영등포구의 경우 노인복지시설이 총 309곳이나 있지만 이 중 노인보호구역으로 지정된 곳은 이곳이 유일하다.

지난달 30일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 시내 노인보호구역 수는 총 70곳으로, 1683곳인 어린이보호구역의 약 4% 수준이다. 정부의 ‘노인보호구역의 지정 및 관리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노인복지시설 등의 주변도로를 노인보호구역으로 지정할 수 있다. 노인보호구역 지정 대상 지역이 서울에만 수천여곳에 이른다.

경찰에 따르면 노인 교통사고는 고령 인구 증가 현상과 함께 2010년 2만5810건에서 지난해 3만2170건으로 매해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이에 비해 어린이 교통사고는 1만4095건(2010), 1만3323건(2011), 1만2497건(2012), 1만1728건(2013), 1만2110건(2014)로 대체로 감소 추세다. 정부는 노인 교통사고 예방을 위해 노인보호구역 내 주간시간대(오전 8시∼오후 8시) 법규위반시 가중처벌하는 법령을 제정해 지난 4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노인보호구역으로 지정된 곳이 거의 없어 정부의 처벌 강화 대책을 속 빈 강정으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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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들은 시민들의 무관심으로 노인보호구역이 잘 지정되지 않는다고 하소연한다. 보호구역으로 지정하기 위해서는 해당 시설이 우선 지자체에 신청을 해야 하는데 그 수 자체가 많지 않다는 것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관할 구청을 통해 신청을 독려하고 있지만 반응이 시원찮다”면서 “노인보호구역 내에서 불법주차하면 일반적인 불법주차 과태료의 2배를 부과하기 때문에 주민들이 노인보호구역 지정 신청을 넣은 시설장에게 항의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예산 문제도 노인보호구역 지정을 더디게 하는 원인 중 하나다. 어린이보호구역은 사업 예산의 50%를 중앙정부가 부담하지만, 노인보호구역은 해당 지자체가 전액 부담해야 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어린이보호구역 사업과 비교해서 형평성이 어긋나는 노인보호구역 국고 지원 문제를 중앙정부에 수차례 건의했지만 아직까지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도로교통공단 강수철 책임연구원은 “국고 지원 시스템을 개선하고 노인보호구역을 확대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며 “노인보호구역 내에서 발생하는 과태료를 보호구역 지정 및 개선 사업에 활용하는 방안도 고려해볼 수 있다”고 제안했다.

김승환 기자 hw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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