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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찬의 軍]'10월 위기설·참수작전'…軍 '북한 자극하기' 잇따라

입력 : 2015-09-01 16:19:53 수정 : 2015-09-01 16: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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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2일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 고위급 접촉에서 남북 대표들이 악수를 나누고 있다.

지난달 북한의 목함지뢰와 포격도발 직후 발생한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이 같은달 25일 남북 고위급 접촉으로 해소된 지 1주일이 지났다.

남북은 고위급 접촉 합의에 따라 추석을 계기로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실무접촉을 준비하는 등 냉각기를 맞은 남북관계에 ‘훈풍’이 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군 당국은 “북한이 또 다시 도발하면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뿐만 아니라 모든 수단을 동원해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다” “적 지휘관을 타격하는 ‘참수공격’도 활용할 것”이라는 발언을 잇따라 내놓으면서 “북한을 불필요하게 자극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 백승주 국방차관 “北, 10월 장거리 로켓 발사할 듯” 논란

1일 오전, 국방부 브리핑룸은 어수선한 분위기에 휩싸였다. 백승주 국방차관이 일본 교도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남북 합의로 인해 10월 북한이 장거리 로켓 발사나 핵 실험 등의 전략적 도발을 할 가능성이 오히려 커진 측면이 있다”며 “북한은 이번 합의로 체면이 손상됐다는 평가가 많기 때문”이라고 말한 데 따른 것이다.

오전 10시30분. 정례브리핑이 시작되자 백 차관의 발언에 대해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이 “외부 전문가의 분석을 토대로 일반적인 의미에서 답변한 것”이라는 해명을 내놓자 기자들은 “백 차관이 그렇게 판단하고 답을 한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니냐” “포격도발 이전과 이후의 상황이 다른데, ‘도발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 전문가를 들어보지 못했다”며 재차 설명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김 대변인은 “(차관) 본인은 그렇게 판단을 했다고 하니까 그 말을 전할 뿐”이라면서 명확한 답변을 회피했다.

‘북한이 도발하면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를 포함해 대응한다’는 백 차관의 발언이 정부 차원의 의견을 반영한 것이냐는 질문에도 김 대변인은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

브리핑 직후 국방부 관계자는 “교도통신과의 인터뷰는 9월에 열릴 서울안보대화(SDD)와 관련된 것인데, 다른 부분이 부각됐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북한 정세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외신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발언이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실제로 교도통신은 자사 홈페이지 머릿기사에 ‘한국 백승주 국방차관, 北 10월 도발 가능성 확대’를 메인으로 올려놓고, 백 차관의 발언 요지를 정리한 기사에도 북한 도발 가능성을 먼저 거론했다.


북한의 KN-08 장거리 탄도미사일. 사진=노동신문


남북은 지난달 25일 고위급 접촉에서 ‘비정상적인 행위’가 없는 한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단하기로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백 차관이 “군사적 도발을 한다면 합의로 중단된 확성기 선전방송을 재개한다”라고 말한 것은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 조건인 ‘비정상적인 행위’에 북한의 군사적 도발을 포함시켰다는 의미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10월 장거리 로켓 발사 가능성 역시 북한의 목함지뢰와 포격도발 이전에는 국내외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설득력있게 제기됐지만 남북 고위급 접촉 이후 로켓 발사 가능성이 줄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오는 등 기류가 바뀌고 있다.

백 차관의 발언은 개인적인 위치가 아닌, 대한민국 국방부 차관이라는 점에서 상당한 무게를 갖는다. 따라서 발언에 좀 더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 “유사시 김정은 北 제1위원장 제거할 ‘참수작전’ 고려”

장거리 로켓 발사보다 북한을 더욱 자극하는 것은 우리 군이 최근 밝힌 ‘참수작전’이다. 조상호 국방부 군구조개혁추진관은 지난달 27일 서울 전쟁기념관에서 열린 한국국방안보포럼(KODEF) 주최 세미나에서 “우리 군이 북한보다 앞서 있는 부분을 적극적으로 발전시킬 것”이라며 “심리전과 참수작전, 정보우위, 정밀타격 능력 등을 모두 활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참수작전은 적국이 핵·화학무기 같은 대량살상무기(WMD)를 사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일 경우 이 무기의 최종 승인권자를 사전에 제거한다는 개념이다. 미국은 적국의 핵무기 사용징후가 포착되면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전략폭격기 등을 투입한다. 최근에는 핵무기 사용 승인권을 지닌 최고 지휘자를 제거하는 전략을 추가했다.

하지만 북한 입장에서 볼 때 참수작전은 ‘최고존엄’인 김 제1위원장을 암살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밖에 없다. 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 ‘최고존엄’에 대한 비방이나 위협 등에 매우 예민한 반응을 보인 북한의 입장에서는 남북 고위급 접촉 공동보도문이 ‘잉크도 마르지 않은’ 상황에서 나온 ‘참수작전’을 모독으로 생각할 수 있다.

실제로 지난 24∼28일 평양을 방문해 27일 김양건 북한 노동당 통일전선부장 겸 대남 담당 비서와 만난 박상권 평화자동차 명예회장은 “김 부장이 참수작전에 강한 유감을 표시했다”고 본지에 전했다.

박 명예회장에 따르면, 김 부장은 “합의문 잉크도 마르기 전에 군부(국방부)에서 ‘참형’이라는 말을 쓸 수 있나”며 “(협상을 마치고 돌아오자마자) 뒤통수를 치면 내가 무슨 힘을 갖고 다른 일을 추진할 수 있겠느냐는 말을 꼭 전해 달라고 했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박 명예회장은 “김 부장이 ‘제발 더 이상 (북한을) 자극하지 말라’며 ‘어떻게 국가원수에게 ‘참형’이라는 말을 하느냐’고 하더라”며 “그는 ‘기껏 (고위 당국자 접촉) 합의해 놓고 나니까 참형이라는 말이 나오니 기절초풍할 것 같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연합훈련 중인 한미 공군의 F-16전투기.


일각에서는 군 당국이 참수작전을 시행할 능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엄포용’으로 내놓은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참수작전이 성공하려면 우리 군의 순항미사일 ‘현무-3’나 공군의 ‘팝아이’ ‘타우러스’ 등의 장거리 공대지미사일 등으로 김 제1위원장의 집무실이나 현지지도 현장을 불시에 공격해야 한다. 하지만 북한이 대량살상무기를 사용할 징후가 포착될 즈음에 김 제1위원장은 이미 지하 수백m에 위치한 벙커나 백두산 등 후방지역으로 피신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미군의 벙커버스터로도 쉽게 공격할 수 없는 수준의 방호시설이 구축돼 있을 가능성이 높아 참수공격 자체가 불가능해질 수 있다. 또 김 제1위원장의 유고 상황에 대비한 비상계획이 가동되면 북한 전역의 대량살상무기들이 중앙 사령부의 통제 없이 남한으로 발사되는 최악의 상황도 발생할 위험이 있다.

한 군사전문가는 “군사적으로 효용성이 의심되는 작전을 공개하면 국내 여론은 지지하겠지만 북한만 자극해 남북관계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며 군 당국의 냉정한 대응을 촉구했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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