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르헤스는 언어를 통해 아름다움을 발견하고자 했다. 보르헤스는 1980년 여든의 나이로 미국 뉴욕과 시카고, 보스턴을 여행했을 때 수많은 청중들 앞에서 이렇게 말했다. “군중이라는 것은 환상이에요. 그런 것은 존재하지 않아요. 나는 여러분에게 개인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는 거예요.” 당시 눈이 먼 보르헤스에게 ‘말’은 유일한 소통 방식이었다. 그에게 말하기는 글쓰기 못지않게 내밀한 언어 형식이자 세상과의 통로로 자리하고 있었다.
문학평론가 황현산은 “보르헤스를 읽는다는 것은 모든 방향으로 뚫려 있는 정신을 만난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그는 그 뚫린 길을 어떻게 만났고, 또 그 길에서 무엇을 만나고 무엇을 만들었는지 가볍고도 명석한 언어로 말한다”고 평가했다. 보르헤스가 시력을 잃고 모든 글을 구술해서 쓰던 시절에 이루어진 이 대화는 구어가 문어의 논리성을 확보하고 문어가 구어의 구체성을 다시 회복하는 신기한 문체의 한 기적을 보여준다. 시대를 개척한 혜안을 접할 수 있는 책이다.
정승욱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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