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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와 상상 사이… 문학에 혜안을 주다

입력 : 2015-09-02 00:53:10 수정 : 2015-09-01 16: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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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르헤스의 신간 ‘보르헤스의 말’
이 시대 최고의 현자로 추앙받는 루이스 보르헤스(1899∼1986)는 아르헨티나 소설가이자 시인이다. 신간 ‘보르헤스의 말’(사진)은 그가 기자나 작가와 했던 인터뷰 열한 꼭지를 모아놓은 책이다. 보르헤스는 인터뷰마다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조지프 러디어드 키플링, 에드거 앨런 포, 월트 휘트먼, 에밀리 디킨슨에 대한 애정을 숨김없이 드러낸다. 실제와 상상이 뒤섞인 그의 작품들은 세계 문학과 철학에 혜안을 제공했고 자크 데리다, 미셸 푸코, 움베르토 에코를 비롯한 옹호자들을 낳았다.

보르헤스는 언어를 통해 아름다움을 발견하고자 했다. 보르헤스는 1980년 여든의 나이로 미국 뉴욕과 시카고, 보스턴을 여행했을 때 수많은 청중들 앞에서 이렇게 말했다. “군중이라는 것은 환상이에요. 그런 것은 존재하지 않아요. 나는 여러분에게 개인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는 거예요.” 당시 눈이 먼 보르헤스에게 ‘말’은 유일한 소통 방식이었다. 그에게 말하기는 글쓰기 못지않게 내밀한 언어 형식이자 세상과의 통로로 자리하고 있었다.

문학평론가 황현산은 “보르헤스를 읽는다는 것은 모든 방향으로 뚫려 있는 정신을 만난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그는 그 뚫린 길을 어떻게 만났고, 또 그 길에서 무엇을 만나고 무엇을 만들었는지 가볍고도 명석한 언어로 말한다”고 평가했다. 보르헤스가 시력을 잃고 모든 글을 구술해서 쓰던 시절에 이루어진 이 대화는 구어가 문어의 논리성을 확보하고 문어가 구어의 구체성을 다시 회복하는 신기한 문체의 한 기적을 보여준다. 시대를 개척한 혜안을 접할 수 있는 책이다.

정승욱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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