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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홍칼럼] 한국인 모두가 알고 있는 국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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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08-31 21:44:00 수정 : 2015-08-31 21:4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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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브랜드 개발로 국격 높이겠다는 관료적 탁상발상
남에게 인정받으려면 우리부터 반성해야
문화체육관광부가 ‘대한민국을 세계에 전하는 국가브랜드’를 공모하고 있다. 공모 내용은 우리의 전통문화를 기반으로 하는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핵심가치를 담은 영상 사진 디자인 글 음악 등이다. 문체부가 지난 8월 발표한 ‘국정 2기 문화융성의 방향과 추진계획’에 따른 것이다. 대통령 신년 업무계획 보고에도 국가브랜드 개발이 첫번째 줄에 올랐다. 문체부 자료에 따르면 국가브랜드를 통해 ‘문화를 통한 코리아 프리미엄 창출 및 문화영토 확장’을 하겠다고 했는데,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다. 지난 5∼6월 두 달 동안 공모해 전시까지 했던 국가브랜드 ‘대한민국의 유전자(DNA)를 찾습니다. 코리아(KOREA)!’의 사진·그림·동영상 응모작들과는 또 어떻게 다른 것인지도 아리송하다.

‘국가브랜드’란 표현은 낯설지 않다. 이명박정부 대통령직속 기관이었던 ‘국가브랜드위원회’가 국가 품격을 높인다고 야단법석을 떤 덕에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던 소리다. 문체부 공무원들은 문화융성 방안을 고민하다 전 정부 시절의 ‘국가브랜드’ 작업을 떠올렸을 것이다. 그리고 국가브랜드위원회 자료를 샅샅이 뒤졌음 직하다. 그런데 미안한 얘기지만 문체부의 국가브랜드 구상은 시간에 쫓겨 급하게 차려놓은 부실한 밥상 같다. 이명박정부 국가브랜드위원회가 그렸던 밑그림, 대한민국의 위상과 품격을 획기적으로 올리겠다며 제시했던 ‘배려하고 사랑받는 대한민국’이란 비전의 발끝도 따라가지 못한다. 흉내를 내려면 눈 딱 감고 제대로 따라하는 것이 차라리 나을 뻔했다. 전담기구도, 철학도, 비전도 없이 고작 몇몇 영상과 디자인 등으로 대한민국을 세계에 알리겠다고 나선 것은 확실히 오버다.

김기홍 논설실장
한국처럼 국가브랜드에 매달리는 나라도 드물다. 먹고살기 바빠 거울 한 번 제대로 들여다볼 엄두도 내지 못하다가 이제 먹고살 만해지니 제 자신과 주변을 돌아볼 여유가 생긴 탓이라고 치자. 그렇더라도 없던 품위나 품격을 남에게 보여주자고 하루아침에 벽돌 찍어내듯 만들 수는 없는 일이다.

국가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일에 정부가 앞장서는 것도 볼썽사납다. 정부가 걸핏하면 국민을 다그치며 한쪽으로 몰아가려는 짓은 이제 그만둘 때가 됐다. 겉으로는 국민소통이고 국민참여인데 실제로는 일방통행이다. 관료적 탁상발상이고 탁상행정이다. 싸이의 강남스타일, K-팝, 드라마 같은 한류가 세계인들을 사로잡으며 대한민국을 알리고 있다. 공무원들이 정권을 이어가며 반복하는 어설픈 국가브랜드 마케팅으로는 절대 할 수 없는 일이다. 정부는 걸핏하면 국민에게 손 벌려가며 뭘 억지로 할 생각은 하지 말고 그냥 물러나 지켜보고 있는 것이 낫다.

국가브랜드는 국가의 품격이다. 정부와 정치, 사회 각 분야, 시민의 역량을 모두 합친 것이다. 국가건 개인이건 품격을 갖췄다는 것은 남에게서 인정받고 신뢰받고 사랑받는다는 뜻이다. 국가브랜드 지수 순위에서, 특정 국가가 자국의 이익이 아닌 인류 공동선 증대에 얼마나 기여했나를 집계하는 ‘좋은 나라 지수’(Good Country Index·GCI) 순위에서 뒤로 밀려나 있는 것은 그만큼 우리가 남에게서 인정받고 사랑받을 만큼 좋은 나라가 아니라는 얘기다. 국격에 관한 한 피차 남에게 손가락질할 처지가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얼마 전 휴가 때 읽은 책 소개를 하면서 “우리 국민들의 저력은 이미 세계시장에서 인정을 받아왔지만 무한한 연속성과 창조성, 그리고 우리의 정체성으로 연결시키지 못하고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고 했다. 책 이름이 ‘한국인만 모르는 다른 대한민국’이라는데 우리 능력을 좀 더 꽃피우지 못하고 자꾸 뒤처지는 안타까운 현실은 모든 한국인이 이미 알고 있는 것들이다.

국격의 핵심은 글로벌 시민소양, 국가 전체의 권위와 신뢰가 높은 선진사회다. 나라에 대해 자부심을 갖지 못하고, 미래가 불안하다고 여기고, 살기보다 죽는 쪽을 택하는 국민이 많은 나라에 품격이 있을 리 없다.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야 할 이들이 적지 않다.

김기홍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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