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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 스토리] 벼랑끝 내몰린 제주 골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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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08-28 18:49:20 수정 : 2015-08-28 20:5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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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기업이 운영하는 L골프장은 전국 4군데 골프장에서 매주 월요일 그린피를 대폭 인하하거나 2인 플레이를 허용하는 등 다양한 이벤트를 실시하고 있다. 이 기업 소유의 제주골프장은 매주 월, 화요일 그린피와 카트비, 식음료 등을 포함해 7만원을 받는다. 정상요금(10만원)에 비해 3만원이 싼 금액이다. 여기에 여성은 1만원을 더 할인해 준다.

#. 제주 R골프클럽은 다소 생소한 ‘머니 백 개런티’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머니 백 개런티란 회원들이 눈과 안개, 바람, 폭설 등 날씨 때문에 라운딩을 할 수 없을 경우 그린피는 물론 항공료와 숙박비, 교통비 등 여행경비 일체를 돌려주는 제도다. 이 골프장은 홀인원 경품으로 콘도미니엄 1채를 내놓기도 했다.


전국 골프장들이 이처럼 고객을 ‘모시기 위해’ 온갖 이벤트를 총동원하고 있다. 이벤트는 요일·시간대 탄력요금제, 조조할인, 식음료 요금 인하, 마일리지제 운영, 여성우대 차별화 등 셀 수 없을 정도다. 일부 골프장은 여름철 열대야 올빼미족을 위해 야간에도 개장하고 있다.

제주지역 한 골프장 관계자는 “가만히 있어도 고객이 몰리던 시절은 가고 발품까지 팔아가며 여행사와 동호회 등 단체팀을 유치하는 등 생존경쟁이 치열하다”고 현재 골프장이 처한 위기를 전했다.

설상가상으로 제주도 내 모 골프장 총지배인 K씨는 요즘 속이 새까맣게 타들어간다. 고객 감소로 가뜩이나 경영난에 허덕이는데, 정부가 최근 세법 개정안을 발표하면서 제주지역 골프장에 한해 적용되고 있는 회원제골프장 입장료(그린피)에 대한 개별소비세 감면제도를 올해 말로 종료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 개정안이 확정되면 제주도 내 회원제골프장의 입장료에도 개별소비세와 교육세, 농어촌특별세, 부가가치세 등이 부과돼 2만4120원의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 이렇게 될 경우 골프장 이용객이 더욱 줄어들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골프장은 고객이 내야 할 이 세금을 이용료에 얹어 받고 있다.

제주 중문골프장이 매월 둘째, 넷째 금요일 일몰 후에 해안을 낀 골프장 페어웨이를 걷는 달빛걷기 이색 이벤트를 시행, 관광객 등으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개별소비세가 면제된 제주도 골프장은 평균 입장료가 다른 지역보다 주중 3만6000원, 주말 3만1000원 각각 싸다. 2002년부터 관광활성화 등을 이유로 정부가 면세 혜택을 준 결과다. 그럼에도 제주도 회원제골프장의 사정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세법 개정안이 원안대로 확정될 경우 요금 인상과 이용객 감소, 경영악화라는 악순환이 고착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미 위기에 빠진 제주 골프장이 일본처럼 줄도산 사태를 맞을 수도 있다는 전망이 벌써부터 나오는 이유다.

한국골프장업제주지역협의회와 제주도관광협회 등은 “제주는 항공편을 이용해야 오갈 수 있어 다른 지역에 비해 관광비용이 많이 드는 만큼 개별소비세 감면 같은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며 감면제도를 계속 유지해 달라고 정부에 건의했다.

제주 골프산업이 불황의 늪에 빠진 데는 골프장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면서 경쟁이 심화됐고 적자가 쌓여 경영난이 심화됐기 때문이다. 현재 운영 중인 골프장 30곳 가운데 4곳은 기업회생 절차를 진행 중이다. 7개 업체가 자본잠식 상황이고, 이를 포함해 8개 업체가 153억원의 지방세를 체납하고 있다. 일부 골프장은 인건비도 제때 지급하지 못하고 있다. 이대로 가다간 대기업이 운영하는 몇몇 골프장만 살아남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제주도 골프장에 종사하는 인력은 캐디 1500여명을 포함해 4000여명에 달한다. 지난해 골프관광객 104만명에 따른 연간 수입은 6000억원대로 도내 스포츠산업 수입의 83%를 차지한다. 감귤산업 수입과 맞먹는 ‘효자산업’이다. 이 때문에 골프산업 붕괴는 지역경제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전국 골프장 평균 이용객 수가 늘었지만 제주지역 골프장 내장객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28일 한국골프장경영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473개 골프장의 내장객은 연인원 3314만3528명으로 2013년 3105만7645명보다 6.7% 증가했다. 하지만 제주도는 지난해 178만명으로 전년 대비 4.4% 줄었다. 외지인과 외국인은 5.4%, 도민 3% 각각 감소했다. 홀당 내장객도 전국은 3738명으로 전년도(3581명)에 비해 4.4% 증가했지만, 제주는 2566명에서 2460명으로 하락폭이 가장 큰 4.1%가량 줄었다.

10여년 전만 해도 황금알을 낳은 거위처럼 여겨져 ‘골프천국’을 꿈꾸던 제주도 내 골프장이 ‘벙커’에 빠진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가격 경쟁력 약화로 골프장 이용객 수 감소, 골프장 난립, 편법 가격인상, 과당경쟁 등을 꼽고 있다. 제주도는 2002년까지 8곳에 불과했던 골프장이 2004년부터 해마다 3∼4곳씩 늘어나면서 현재 30곳으로 늘었다. 적정 수준보다 2∼3배 많은 수준으로 분석되고 있다.

일부 골프장은 구조조정 등으로 자구책을 마련하기보다는 이용객들을 ‘볼모’로 해결책을 찾으려 하다 보니 여기저기서 원성을 사고 있다. 담합이라도 한듯 카트비를 8만원에서 10만원으로 인상하고 있는 것 등. 2008년 제주도가 경쟁력 강화를 위해 카트비 인하를 권장하고 나서면서 당시 대부분의 골프장들이 6만∼8만원이던 카트비를 4만∼6만원으로 내리기도 했지만 그 효과는 오래가지 못했다. 현재 거의 모든 골프장이 8만∼10만원을 받고 있다.

이용객 고모(43)씨는 “5인승 중형 승용차 렌터카도 24시간에 3만∼5만원 정도면 빌릴 수 있는데, 4∼5시간 이용하는 카트료를 10만원 내야 한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제주도 회원제골프장 관계자는 “정부가 대중골프장 캐디·카트 선택제 시행을 유도해 골프장 이용료를 인하하는 방안을 추진하더라도 골프장 사정은 더 나아지지 않을 것이며 오히려 회원제골프장 운영난을 부추기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제주=임성준 기자 jun258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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