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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당함 호소했다가… 거리에 나앉은 車 판매왕

입력 : 2015-08-28 19:06:27 수정 : 2015-08-28 23:2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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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측 인센티브 대폭 삭감 통보에
노조 만들어 반발했다 실업자로
노조원 51명 24일째 파업 이어가
영업경쟁 과열 등 구조개선 시급
김창규(34)씨는 지난해까지 고급 스포츠카 포르셰 판매업체에서 ‘잘 나가는’ 영업사원이었다. 지난해에는 ‘포르셰 판매왕’(세일즈 오브 더 이어)을 차지하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 해직 통보를 받고 순식간에 거리로 나앉았다. 최고의 세일즈맨이었던 김씨가 하루아침에 해직 근로자로 전락하기까지,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스투트가르트스포츠카(SSCL) 영업직 노조원들이 27일 계열사인 서울 서초구 한성자동차 앞에서 노조 인정과 부당해고 직원 복직을 주장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발단은 지난해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28일 김씨에 따르면, 포르셰의 국내 판매 업체인 스투트가르트스포츠카(SSCL)는 그해 1월 영업사원들을 경기도 성남의 본사에 모아 놓고 성과보수(인센티브) 삭감을 통보했다.

당시 사측은 “국내 포르셰 차량 판매량이 늘었고 (회사 건물·토지 매입 비용 확보 등) 경영상의 이유”라며 “차량 판매가의 1%를 줬던 인센티브 규모를 40%가량 낮추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영업사원들은 “왜 우리만 임금이 깎여야 하느냐”라거나 “다른 임원들도 같이 고통을 분담하는 것인가”라고 물었지만 “알 필요 없다”는 매정한 답만 돌아왔다.

하지만 인센티브 의존성이 높은 열악한 임금구조 탓에 동료의 프로젝트를 가로채기하는 등 영업사원 간 실적 경쟁이 과열됐고, 생존권 자체를 위협받는 직원도 적지 않았다. 지난해 이 업체 영업사원들은 월 기본급이 40만원에 불과해 판매 인센티브에 목을 맬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영업사원만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는 생각에 참다 못한 ‘포르셰 판매왕’과 그의 동료들은 지난해 6월 노조를 결성했고, 김씨가 노조위원장직을 맡았다. 2007년 입사 이후 연평균 50대 이상의 차를 꾸준히 판매해 왔다는 김씨는 “많은 직원이 기본적인 생활권을 위협받는 상황에서 ‘나만 괜찮으면 된다’고 외면할 수 없었다”며 “수입차 시장 전반에 이런 문제가 많았기 때문에 우리 회사라도 조금이나 개선해보자는 차원에서 노조를 조직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바람은 곧 물거품이 됐다. 사측이 지난 6월 중순 김씨를 포함한 노조임원 4명을 해고하면서 졸지에 실업자 신세가 됐기 때문이다. 사측은 김씨의 해고 사유로 “포르셰 마크가 찍힌 가방 등을 만들어 판매해 부당 이득을 챙겼다”는 이유를 댔다.

김씨는 이에 대해 “마크가 찍힌 가방과 우산은 영업사원들이 고객들에게 사은품으로 증정하기 위해 관행적으로 만들어 오던 것”이라고 일축했다.

이어 “국내 수입차 판매량은 계속 늘어나고 있지만 열악한 임금 체계 아래에 놓인 영업사원들은 동료들에게 비인간적인 일도 서슴지 않는 등 과열 경쟁에 시달리고 있다”고 털어놨다.

결국 SSCL 영업직 노조원 51명은 지난 5일 노조 인정·기본권 보장과 단체협상 체결, 부당해고 4명과 강등된 1명 복직 등을 요구하며 파업에 돌입한 데 이어 회사 측을 노동청에 고소했다. 오는 31일 노조원 해고 등과 관련해 지방노동위원회의 판단이 나올 예정이다. 이에 대해 회사 측은 “이들의 평균연봉은 8900만원에 달하고, 노조의 부당 해고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며 “지방노동위의 판단이 나오면 그 결과에 따라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재호 기자 futurnalis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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