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범 김구와 의열단장 약산 김원봉이 등장하는 영화 ‘암살’은 지난 15일 1000만 관객을 돌파한 데 이어 역대 한국영화 흥행 순위 8위에 이름을 올렸다.
영화 ‘베테랑’ |
지난 2003년 말 한국영화 사상 처음으로 1000만 관객을 넘어선 ‘실미도’와 이듬해 개봉한 ‘태극기 휘날리며’가 1000만 관객을 돌파한 적은 있지만 극장에 걸린 영화 두 편이 나란히 1000만 관객을 넘어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 영화가 흥행 돌풍을 이어가는 데는 영화적 완성도가 높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현실에서 좌절된 ‘정의’가 영화 속에서 실현되는 데 따른 카타르시스가 관객을 흡인하고 있는 요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영화 ‘암살’에서는 독립 투사가 친일파 출신 경찰을 처단하고 ‘베테랑’에서는 안하무인 격으로 살아가던 재벌 2세가 철퇴를 맞는다. 광복 70주년을 맞아 독립운동가의 후손이 광복 이후 제대로 대접받지 못했다는 여론이 일고 있는 가운데 영화 암살의 줄거리가 관객들에게 대리만족감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영화 ‘암살’ |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두 영화는 이 시대의 대중 정서를 정확히 표현하고 있다”며 “친일파나 재벌의 갑질 등이 결국 응징을 받는다는 형식을 통해 관객들이 대리만족을 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모두 무거울 수 있는 주제를 다뤘지만 그런 영화들도 얼마든지 상업적으로 그려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완성도가 높은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종로구의 한 극장을 찾아 베테랑을 관람한 김태영(21)씨는 “베테랑은 내용 자체는 현실에서 불가능한 일종의 ‘판타지’가 아닌가 싶다”면서도 “그래도 영화에서나마 권선징악이 이루어지는 통쾌한 장면을 볼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고등학교 교사 조모(42)씨는 “‘암살’ 관람을 계기로 김원봉에 대해 더 잘 알게 됐다”며 “영화를 본 학생들도 교과서를 통해 피상적으로만 배운 독립운동사에 대해 좀 더 관심을 갖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우중 기자 lo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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