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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수풍경 속에서 자라 … 결국 산수화로 다시 돌아와”

입력 : 2015-08-25 21:07:20 수정 : 2015-08-25 21: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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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전 이상범의 마지막 ‘무릎 제자’ 석철주 작가 개인전 한국화의 정체성 탐구와 현대화에 매진해 온 작가가 있다. 청전 이상범의 마지막 ‘무릎 제자’이자 미술대학 교육도 받은 석철주(65) 작가다. 그는 16세에 청전 문하에 들어가 스승이 작고할 때까지 6년간 전통산수를 익혔다. 전통적인 방식의 사제교육을 받은 마지막 세대인 셈이다. 청전 사후 늦은 나이에 다시 미술대학에 들어가 현대식 미술교육의 세례를 받은 것도 흔치 않은 경우다.

“목수로서 청전의 집을 손봐주던 부친의 주선으로 동내 이웃이던 청전한테 동양화 교육을 받게 됐습니다. 지금도 벼루에 먹이 말라서는 안 된다고 하신 말씀이 눈에 선합니다.” 

이달 말 추계대 교수직에서 정년퇴임하는 석철주 작가가 전시장에 걸린 자신의 작품 앞에 서 있다. 그는 지난 50년간 한국화의 당대성을 확보하기 위해 다양한 실험적 모색을 해왔다.
그는 인왕산 자락 누하동에서 자랐다. 운동선수가 꿈이었던 그는 무릎을 다치면서 인생행로를 바꾸게 된다. 꿈을 접은 아들을 안쓰럽게 생각한 부친이 청전에게 손을 이끈 것이다. 그는 1980년대 초 수묵화 운동이 확산되고 현대화를 위한 방법론 모색이 한창이던 시절 대학을 졸업했다. 1990년대 초 그는 독 그림으로 이름을 알린다. 이어 버선 등 규방물품을 먹이 아닌 아크릴 물감으로 그리기 시작한다. 전통적 소재의 발굴과 재료실험을 동시에 진행한 것이다.

한편으론 작업비용을 벌기 위해 등산가이드로 나섰다. 전국의 산을 오르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다. 여행가이드도 겸했다. 어느 날부턴가 무릎에 또다시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가이드를 못하게 되면서 그동안 몸으로 부대끼며 다녔던 산수풍경을 그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몸에 체득이 됐으니 자신감도 생겼고요. 돌고돌아 다시 청전의 손바닥에 다시 들어온 느낌이 들었습니다.”

산과 폭포가 어우러진 ‘신몽유도원도’.
2005년부터 시작한 ‘신몽유도원도’ 시리즈의 탄생 배경이다. 동양화의 전통 장르인 산수화를 캔버스에 아트릴 물감으로 그렸다. 바탕색을 칠한 후 그 위에 흰색을 덧칠하고 마르기 전에 물이 담긴 에어건을 쏘아 형상을 그리고 평붓으로 훑어내는 방식으로 그렸다. 이른바 ‘물로 그린 그림’이다. 안개 낀 뿌연 풍경이 펼쳐진다. 안견의 ‘몽유도원도’를 방불케 한다. 몽환적 분위기가 더욱 고조돼 그림이 꿈 같기도, 그림 속에서 또 다른 꿈을 꾸는 것 같기도 하다. 미시적 풍경으로 풀을 그린 그림도 매한가지다.

사실 그는 산수풍경 속에 자랐다. 서울이라 하지만 인왕산 자락에서 겸재의 ‘인왕제색도’ 풍경을 벗삼았다. 안개 낀 풍경은 그에게 익은 된 풍경이라 할 수 있다. 디지털 픽셀구조에서 힌트을 얻은 신작에선 젤에 의한 망구조가 화면을 덮고 있다. 꿈속에서 또 다른 꿈에 빠져드는 풍경이다. 몽중몽(夢中夢)으로 물아일체를 경험케 해주는 풍경이다. 그 속으로 마음을 풀어놓는다면 절로 청정해질 듯싶다. 힐링의 풍경이다.

“마주 앉아도 서로 휴대전화만 바라보는 시대가 됐습니다. 인간의 시선을 휴대전화가 대신해 주고 있는 것입니다. 기계의 시선이 인간의 시선을 대치해 가고 있는 형국이에요. 가상과 현실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더 이상 실재의 의미가 중요해지지 않는 시대입니다.”

그의 그림이 산세는 더 명확해졌지만 분위기가 더 몽롱해진 이유다. 10월18일까지 고려대박물관에서 열리는 그의 개인전에선 설치작품을 비롯해 이제까지 해온 작품들을 망라해서 볼 수 있다. ‘작은 회고전’성격의 전시다. (02)3290-1514.

글·사진=편완식 미술전문기자 wansi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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