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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양 오가는 루슈디의 익살과 풍자

입력 : 2015-08-21 22:50:49 수정 : 2015-08-21 22:5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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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만 루슈디 지음/김송현정 옮김/문학동네/1만2000원
이스트, 웨스트/살만 루슈디 지음/김송현정 옮김/문학동네/1만2000원

‘말로 폭죽을 쏘아올리는 작가, 우리 시대 가장 독창적인 상상력을 보여주는 작가’로 평가되는 살만 루슈디의 유일한 단편집이다.

이란 지도자 아야톨라 호메이니를 비꼬는 작품으로 10년간 살해 위협을 받으며 도피했던 시절인 1994년 발표한 단편들이다. 1981년 고국 인도에 대한 사랑을 표현한 장편 ‘한밤의 아이들’을 발표해 부커상을 수상하며 일약 세계적인 작가로 떠올랐다. 그러나 인도 정부는 루슈디가 장편소설 ‘악마의 시’로 신성모독 논란에 휩싸이자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루슈디의 입국을 금지했다. 루슈디는 사랑하는 모국의 땅을 오랫동안 밟지 못했다.

루슈디는 살해 위협 속에서도 특유의 익살과 날카로운 풍자로 글을 써냈다. 당시 영국 일간지 인디펜던트는 “편협한 사고의 희생양이 된 작가의 작품을 비판하면 광신적 행동을 돕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기쁘게도 이스트 웨스트는 이러한 걱정을 일소했다”고 평했다. 동양과 서양, 역사와 허구를 자유자재로 오가는 루슈디의 지적인 사유는 이 단편에서도 빛을 발한다.

예컨대 신대륙 인도를 꿈꾸며 대항해시대의 서막을 연 콜럼버스를 술고래, 망상으로 가득한 커다란 더벅머리, 황금빛 낙원을 꿈꾸는 바보 등으로 묘사했다. 영미문학 최고의 고전 햄릿을 재해석한 ‘요릭’이란 제목의 단편은 그의 글쓰는 재주를 입증한다. 고뇌하는 청년 햄릿을 되바라진 일곱 살 아이로, 햄릿의 연인 오필리아를 궁정 광대 요릭의 아내이자 지독한 입냄새를 풍기는 우스꽝스러운 여인으로 풍자한다. 영미문학 작가들에서는 나올 수 없는 기막힌 패러디와 언어 유희다.

김신성 기자 ssk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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