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 복원계획을 짜면서 문화재청은 2011∼2016년 진행될 2차 1단계 사업의 예산을 1038억원으로 추정했다. 단순 계산하면 한 해 170억원 정도의 돈이 필요하다. 그러나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경복궁 복원 예산은 많아야 50억원이었다. 사정이 이러니 내년까지 56개동을 복원하려 했으나 실제는 지금까지 17개동을 되살리는 데 그쳤다. 덕수궁 복원 역시 비슷한 상황이다. 애초에 현실성이 없는 계획이었다고 지적할 수도 있겠지만, 조선시대 문화적 역량의 집합체이고 지금은 관광자원으로도 크게 활용되는 궁궐의 복원에 우리가 투입할 수 있는 재원이 고작 이 정도인지 묻고 싶어진다.
궁궐의 전각은 행각으로 영역을 구분하고, 그 안에 보조시설을 두었다. 덕수궁 정전인 중화전의 행각은 일제강점기에 훼손된 뒤 복원되지 않은 채로 현재에 이르고 있다. 서상배 선임기자 |
국외소재문화재단은 해외 박물관이 소장한 우리 문화재의 보존, 복원을 지원하는 사업을 하고 있는데 예산이 고작 8000만원이다. 문화재의 대부분을 관리하는 지방자치단체의 사정은 더하다. 예산은 말할 것도 없고, 인력도 태부족이다. 국가지정문화재는 그나마 낫지만 시도지정문화재는 상당수가 방치되다시피하는 게 현실이다. 얼마 전 만난 한 지자체의 문화재 담당 공무원은 “여름철에는 불법영업 업소 단속에 시간을 더 많이 쓴다”고 말했다.
민가의 담장 사이에 끼인 충남 서산의 동문동사지 당간지주가 위태로운 모습으로 서 있었다 불교문화재연구소 제공 |
강구열 기자 river91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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