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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메모] 쥐꼬리 문화재 예산… 궁궐 복원은 요원

입력 : 2015-08-17 19:23:18 수정 : 2015-08-17 19:4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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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 타령.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못하고 “돈이 없다”고 변명할 때 언론에서 흔히 하는 비판이다. 일제강점기에 훼손된 조선 궁궐의 복원 사업이 지지부진한 상황을 취재하면서 기자는 ‘예산 타령’을 자주 들었다. 기사가 나가고 난 뒤에도 비슷한 반응이었다. “그게 현실입니다.” 허구헌 날 예산 타령이라고 비판할 수도 있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이해되는 부분이 적지 않았다.

경복궁 복원계획을 짜면서 문화재청은 2011∼2016년 진행될 2차 1단계 사업의 예산을 1038억원으로 추정했다. 단순 계산하면 한 해 170억원 정도의 돈이 필요하다. 그러나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경복궁 복원 예산은 많아야 50억원이었다. 사정이 이러니 내년까지 56개동을 복원하려 했으나 실제는 지금까지 17개동을 되살리는 데 그쳤다. 덕수궁 복원 역시 비슷한 상황이다. 애초에 현실성이 없는 계획이었다고 지적할 수도 있겠지만, 조선시대 문화적 역량의 집합체이고 지금은 관광자원으로도 크게 활용되는 궁궐의 복원에 우리가 투입할 수 있는 재원이 고작 이 정도인지 묻고 싶어진다. 

궁궐의 전각은 행각으로 영역을 구분하고, 그 안에 보조시설을 두었다. 덕수궁 정전인 중화전의 행각은 일제강점기에 훼손된 뒤 복원되지 않은 채로 현재에 이르고 있다.
서상배 선임기자
궁궐 복원 말고라도 문화재 관련 예산의 열악함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국립중앙박물관과 지방의 12개 국립박물관이 유물을 구입하는 데 쓸 수 있는 돈은 약 39억원이다. 28억원 정도였던 지난해보다야 많아지긴 했지만 명품 고려청자 한 점도 사지 못하는 수준의 금액이다.

국외소재문화재단은 해외 박물관이 소장한 우리 문화재의 보존, 복원을 지원하는 사업을 하고 있는데 예산이 고작 8000만원이다. 문화재의 대부분을 관리하는 지방자치단체의 사정은 더하다. 예산은 말할 것도 없고, 인력도 태부족이다. 국가지정문화재는 그나마 낫지만 시도지정문화재는 상당수가 방치되다시피하는 게 현실이다. 얼마 전 만난 한 지자체의 문화재 담당 공무원은 “여름철에는 불법영업 업소 단속에 시간을 더 많이 쓴다”고 말했다. 

민가의 담장 사이에 끼인 충남 서산의 동문동사지 당간지주가 위태로운 모습으로 서 있었다
불교문화재연구소 제공
문화재 관련 예산의 비효율, 낭비, 부정에 눈감을 생각은 없다. 다만 ‘찬란한’ 문화재가 찬란하게 유지될 수 있도록 얼마나 재원, 인력을 투입하고 있는지 따져볼 필요는 있다. 우리의 경제규모, 문화재에 대한 자부심 등에 비춰보면 한심한 수준이라고 하면 과한 걸까. 올해 문화재청 예산은 약 6800억원, 전체 정부 예산의 0.1% 정도다.

강구열 기자 river91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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