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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묘해지고 거대해지는 밀렵산업… 阿 야생동물 멸종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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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08-16 20:12:13 수정 : 2015-08-16 20: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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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지금] 국제사회 '밀렵과의 전쟁' 요구 거세 지구촌 야생동물이 신음하고 있다. 기후변화와 서식지 파괴 등으로 가뜩이나 생존이 힘들어진 가운데 밀렵꾼들이 돈벌이를 목적으로 보호동물들을 아무런 죄책감 없이 마구잡이으로 사냥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프리카 짐바브웨의 ‘국민사자’ 세실이 지난달 27일 미국의 한 치과의사에게 잔인하게 사냥됐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국제사회가 공분하고 있다. 특히 동물을 사냥해 박제를 만드는 과시형 사냥인 ‘트로피 헌팅’에 집중적으로 비난을 쏟아붓고 있다.

하지만 야생동물에게 트로피 헌팅보다 더 큰 피해를 낳고 있는 것이 바로 밀렵이다. 트로피 헌팅이 일부 부유층의 합법적 일탈행위라면 밀렵은 철저히 돈을 목적으로 상시적으로 야생동물들을 대량 학살해 국제적으로 유통시키는 거대 범죄 비즈니스로 발전한 상태다. 국제사회가 야생동물 보호를 위해 ‘밀렵과의 전쟁’에 본격적으로 돌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번성하는 밀렵산업


트로피 헌팅은 합법적인 사냥 허가를 얻어 진행된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나미비아, 탄자니아, 짐바브웨 등 아프리카 여러 나라에서 트로피 헌팅이 사파리 관광과의 결합 관광상품 형태로 판매된다. 야생동물 서식지에 직접 가서 잡아보는 짜릿한 쾌감을 제공함으로써 고부가가치 관광수입을 얻겠다는 목적이다. 그 규모는 생각보다 크지 않다. 짐바브웨의 경우 트로피 헌팅으로 매년 2000만달러 정도를 버는데 전체 관광수입의 3.2% 정도에 불과하다. 트로피 헌팅의 천국이라는 남아공도 시장규모는 1억1200만달러(약 1308억원)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밀렵은 단위나 규모가 다르다. 세계야생동물보호기금(IFAW)에 따르면 전 세계 동물 밀렵·밀수 규모는 연간 190억달러(약 22조3000억원)에 달한다. 전 세계 상아의 밀거래 규모만 매년 최소 70억달러로 추산된다. 특히 2010년에서 2014년 사이에 상아의 가격이 1kg에 2100달러까지 치솟으며 수요가 폭증했다. 코뿔소의 뿔은 1kg당 최고 7만5000달러에 매매되는데, 이는 같은 무게의 금보다도 비싼 값이다. 여기에 호랑이와 표범의 뼈, 발, 성기 등도 인기상품으로 유통된다.

시장이 커지다 보니 과거처럼 생계형 밀렵에서 기업적 밀렵으로 변했다. 인터넷을 통해 세계적인 유통망을 확보하게 된 것도 밀렵이 성행하는 요인이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최근 “야생동물 불법거래 단속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며 “이베이나 크레이그스리스트와 같은 온라인 매매 사이트도 단속을 더욱 어렵게 하는 요인”이라고 전했다. 미국 어류야생동식물보호국(FWS) 관계자도 “인터넷이 보편화하면서 코끼리 상아와 코뿔소 뿔 등을 비롯한 야생동물 거래가 더 신속해지고 수익성도 좋아졌다”고 밝혔다.

◆밀렵에 희생되는 동물들

야생동물들 중에서도 특히 돈이 되는 ‘5대 동물’(사자·하얀코뿔소·코끼리·표범·물소)이 밀렵꾼의 집중 타깃이 되고 있다. 특히 코끼리의 희생이 심각하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에 따르면 2006년 55만마리였던 아프리카 코끼리 개체수는 2013년 47만마리로 감소했다.

최근에는 사정이 훨씬 더 악화됐을 가능성이 높다. 탄자니아 정부는 지난 6월 자국의 코끼리 개체수가 2009년의 10만9051마리에서 2014년에는 4만3330마리로 급감했다고 밝혔다. 연간 5%인 코끼리 출생률을 고려하면 실제로 죽은 코끼리는 8만5000여마리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된다. 앞서 모잠비크 정부도 최근 5년간 자국 코끼리의 절반이 도살당했다고 밝혔다.

코뿔소도 곳곳에서 수난을 당하고 있다. 특히 북부아프리카산 흰코뿔소는 1960년대 2360마리였던 개체수가 50년 만에 4마리로 격감했다. 남부아프리카에 사는 코뿔소들도 위험하기는 마찬가지다. 남아공에서 올 1분기 393마리의 코뿔소가 밀렵당했다. 이는 전년 동기에 비해 18% 증가한 수치다.

맹수의 왕인 사자와 호랑이도 생존이 위태롭다. 동물보호단체인 판테라에 따르면 아프리카 사자 수는 지난 30여년 동안 밀렵과 서식지 파괴 등으로 30만마리에서 1만5000∼4만5000마리 정도로 줄었다. 특히 이 단체가 세네갈에서 나이지리아에 이르는 서부아프리카 17개국을 6년간 조사한 결과 사자 개체수는 400마리에 불과했다.

IFAW가 올해 세계야생동물의 날(3월3일)에 발표한 밀렵 관련 실태 성명은 더욱 충격적이다. 성명에 따르면 코끼리는 상아로 사람들의 자질구레한 장식구를 만들기 위해 15분에 1마리씩 도륙당하고 있다. 코뿔소는 뿔이 만병통치약이라는 의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은 소문 탓에 2007년 이후 밀렵 건수가 무려 1만%나 증가했다. 상어는 부유층의 사치스러운 파티에서 지느러미 수프로 사용되기 위해 매년 1억마리씩 포획되고 있다.

인간들이 뼈와 가죽을 장신구나 의학적 목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호랑이를 사냥한 결과 이제 호랑이는 4000마리도 채 남지 않은 상황이다. 북극곰은 2050년까지 개체수가 3분의 2까지 급감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국제적으로 상업적 포경을 금지했지만 일부 국가에서 여전히 고래잡이가 성행하고 있다. 최근 수년간 3만4000마리의 고래가 희생됐다.

◆국제사회, 밀렵과의 전쟁

변변한 산업 기반이 없는 가난한 아프리카에서 밀렵은 수익성 좋은 사업이다. 정부의 단속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밀렵에 뛰어든다. 일각에서는 아프리카의 반군단체나 군벌들이 밀렵산업과 깊이 연관돼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아프리카 국가들은 대부분 야생동물 경비대나 무장 산림 감시원을 고용해 이들을 단속하고 있다. 밀렵꾼들이 중무장을 하다 보니 단속과정에서 양측 간 총격전도 심심치 않게 발생한다. 남아공 크루거 국립공원에서는 지난해 12월과 올 1월에 경비대가 코뿔소 밀렵꾼들과 총격전을 벌였다. 인명피해가 나오는 경우도 적지 않다. IFAW에 따르면 아프리카에서만 매년 100명 이상의 감시원이 밀렵꾼과 싸우다 목숨을 잃고 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아프리카 국가들이 밀렵 단속을 벌이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국내 관광산업 때문에 사냥 허가를 늘려주고 있다는 점이다. 짐바브웨 정부도 세실의 죽음 때문에 지난 1일부터 사냥 제한조치를 내렸다가 11일 열흘 만에 해제했다. 이제 허가된 지역에서 국립공원 직원이 동행하면 다시 사자 등의 야생동물 사냥이 가능하다. 세실을 죽인 치과의사 팔머가 5만달러에 트로피 헌팅 허가를 얻었던 데서 알 수 있듯이 합법 사냥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밀렵으로 연결될 소지가 있다.

밀렵산업은 생산국에서 중간 가공국, 다시 소비국으로 연결된다. 거의 대부분 국가가 이 밀렵 유통망에 들어가 있다. 따라서 밀렵을 뿌리 뽑으려면 국제적 공조가 필요하다. 유엔총회는 지난달 30일 야생동·식물의 밀렵과 불법거래에 대해 국제사회의 강력한 대응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처음으로 채택했다. 특히 결의안은 동·식물을 범죄조직이 밀매하는 것을 중대 범죄로 규정하고 각국이 관련법을 개정해 단속을 강화할 것을 주문했다.

이 결의안에 주도적으로 참여한 헤랄드 브라운 유엔 주재 독일대사는 “야생동물 범죄는 글로벌한 문제가 됐다. 단일 국가, 지역, 단체의 노력만으로는 성공하지 못한다”며 유엔 회원국들의 협력을 호소했다. IFAW의 케빈 알리 야생동물 거래 프로그램 디렉터도 “만약 지금 행동하지 않는다면 너무 늦을지도 모른다”며 “그러므로 오늘 행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동진 기자 bluewin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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