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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보다 무서운 자연재해…환경문제에 관심 높여야"

입력 : 2015-08-11 19:53:02 수정 : 2015-08-12 13:2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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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일식 선학평화상위원회 위원장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창시자인 문선명·한학자 총재가 제정한 ‘제1회 선학평화상’ 시상식(28일)을 앞두고 홍일식(79) 선학평화상위원회 위원장을 7일 서울 마포 도원빌딩 그의 집무실에서 만났다. 홍 위원장은 고려대 교수와 총장, 우당 이회영선생기념사업회 회장 등을 지낸 원로 인문학자로 한 시대를 풍미했지만, 타 학문은 물론 사회와 역사를 직관했던 인물로도 평가받고 있다. 1994년 고려대 총장에 취임해 교육개혁 기치로 내건 ‘바른 교육, 큰 사람’ 속에 그의 스승상이 응축돼 있다. 그는 스스로의 가치를 시세에 영합하지 않고 일관된 역사의식을 지켜온 데서 찾는다. 총리 후보로까지 이름이 오르내렸지만 고사한 배경이기도 하다. 


‘나의 조국 대한민국’ ‘한국인에게 무엇이 있는가’ 등 여러 권의 책을 저술해 민족정기를 드높이고 세계 중심국가로서 한민족이 나아갈 길을 제시했다. 꼿꼿한 선비 스타일이어서 완고한 전통주의자로 비칠 때가 있지만, 누구보다 개방적이고 진취적이라는 것이 가까이서 본 제자들의 평이다. 홍 위원장으로부터 선학평화상이 갖는 시대적 의미, 설립자의 사상, 운영 철학 등을 들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이 시대 선학평화상이 갖는 의미는 무엇인가.


“지난 세기 평화에 대한 통념은 전쟁의 반대 개념이었다. 그러나 21세기 들어 전쟁보다 더 무서운 재앙이 인류를 위협하고 있다. 지진과 엘니뇨현상 등 자연재해다. 2004년 강진으로 인도네시아에 거대한 쓰나미가 덮쳤을 때 인도양 연안국가에서 30만명 이상이 사망했다. 석탄과 석유 등 화석연료 사용으로 기온이 상승하면서 북극 빙하가 녹는 등 기후변화 위기가 심각하다. 한국도 이번에 포항 등 경북지방의 기온이 40도에 육박해 가축과 농작물 피해가 속출했다. 이제는 평화에 대한 개념이 바뀌어야 한다. 즉 자연을 보전하고 재해를 철저히 예방하는 것으로 평화의 개념을 새롭게 정립할 필요가 있다.

자연은 오늘의 인류에게 성장과 발전에만 집착하지 말고 자연과 평화롭게 공존하는 방법을 모색하라고 경고하고 있다. 결국 인류의 미래 운명은 오늘을 사는 우리가 준비해 만들어 가는 것이다. 선학평화상은 그래서 과거나 현재의 평화를 위해 기여한 인물보다 미래 평화를 위한 인물에 주목한다. 이 상이 자연재해에 대한 절박감과 책임감을 고취하고, 예방을 통해 안전한 지구를 다음 세대에 물려주는 데 기여하도록 운영해 나갈 것이다.”

―첫 수상자를 배출했는데, 주위의 평가는 어떤가.

“선학평화상은 홍보가 안 돼 백지상태였다. 지난 6월8일 미국 워싱턴DC 내셔널프레스클럽에서 제1회 공동 수상자로 기후위기 최전선에서 인류의 미래를 위해 노력한 아노테 통 키리바시 대통령과 미래 식량위기의 대안으로 혁신적인 물고기 양식기술을 개발한 인도의 모다두구 굽타 박사를 발표했는데, 반응이 궁금했다. 그런데 10일 후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을 촉구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회칙 발표를 접하고 우리의 판단이 적중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는 9월 열리는 유엔총회 의제도 환경문제라고 알고 있다. 이후 지인들을 만날 때마다 ‘선견지명’이라는 칭찬을 많이 들었다. 위원회가 잘했다기보다 선학평화상을 제정한 문선명·한학자 총재의 영감에서 나온 예언자적 탁견이었다고 본다.”

―선학평화상이란 명칭은 어떻게 붙여졌는가.

“대다수 평화상들이 설립자 이름에서 명칭을 따온다. 노벨평화상도 알프레드 노벨의 이름에서 땄듯이 선학평화상도 이를 제정한 문선명·한학자 총재의 함자에서 가운데 한 글자씩을 따왔다. 이것은 사견인데, 노벨평화상은 좀 늙었다. 20세기 말부터 이상하게 사토 에이사쿠 일본 총리나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등 정치인에게까지 수여하고 있다. 현직 정치인들에게는 평화상을 주는 게 아니다. 과거 2차대전을 승리로 이끈 윈스턴 처칠에게 노벨평화상을 주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그는 유럽을 넘어 인류의 영웅이었다. 그러나 노벨상위원회의 결론은 안 된다는 것이었다. 그가 지금까지는 평화를 위해 일했지만 앞으로 독재를 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라는 것이 이유다. 결국 처칠은 2차대전 회고록 집필로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노벨평화상의 위상이 그만큼 대단했다. 지금은 아무나 주는 것 같아 씁쓸하다. 21세기 선학평화상이 사양길에 접어든 노벨평화상의 권위와 위상을 되찾아올 것이다. 그러한 생각으로 소임을 다하고 있다.”

홍일식 선학평화상위원회 위원장은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사람은 업적보다 그가 무슨 생각을 했느냐가 더 중요하다”며 “문선명 총재의 발상은 동서와 고금, 온 우주를 넘나들어 놀랍고 더 감격스럽다”고 말했다.
서상배 선임기자
―선학평화상위원회 위원장을 맡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저는 문 총재에게 큰 빚을 졌다. 고려대 국문과 교수 시절 민족문화연구소장으로 있으면서 ‘한국민속대관(韓國民俗大觀)’(전 6권)을 발간한 뒤 ‘중한대사전(中韓大辭典)’ 편찬작업에 돌입했다(홍 위원장은 고려대 국문과 재학 중에 청록파 시인으로 유명했던 조지훈 교수를 도와 ‘한국문화대계’를 집필했다). 당시 중국은 적성국가여서 자료를 구하기도 어려웠고 ‘쓸모 없는 짓’이라는 핀잔도 받았다. 더 큰 시련은 민속대관을 팔아 비용을 충당하려고 했는데 순조롭지 않아 자금 벽에 부딪혔다. 1980년 12월 처음 문 총재를 만났는데, 그러한 곤란에 처한 생면부지의 나에게 도움을 줬다. 문 총재는 “중한대사전 편찬은 한·중 교류의 초석이 될 것이고, 장차 우리나라의 운명과도 직결된다”는 설명과 함께 당시로서는 엄청난 액수인 2억원을 지원해 줬다. 그때 문 총재는 “나는 워낙 욕을 많이 먹어 괜찮지만, 이 일로 홍 교수가 구설에 올라서는 안 된다”며 2억원의 대가로 ‘한국민속대관’ 1000질을 달라고 해서 드렸는데, 이 책을 미국 의원들에게 나눠줬다. 이로 인해 나는 창고에 쌓인 책도 처리하고, 사전편찬비도 해결했으며, 한국문화를 미국 조야에까지 알리는 1석3조 효과를 거뒀다. 문 총재의 도움으로 30만 어휘를 가진 세계 최대 ‘중한대사전’이 나오자 일본도 크게 놀랐다. 문 총재가 얼마나 크고 비범한 인물인지 알게 됐다.

이후 문 총재와 지속적으로 교류하면서 그의 사상과 세계관을 지켜보았다. 그의 사상은 우리 민족의 개국이념인 ‘홍익인간, 이화세계’를 기저로 하여 보편화된 세계적 고등종교의 옷을 입히고, 오늘의 기독교사상까지 융합·통일시켜 세계적 보편사상으로 재창조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문 총재는 한국 문화와 사상을 전 세계에 전파한 최초의 한국인인 동시에 전 세계에서 가장 넓게 존경받는 한국인이라고 생각한다. 선학평화상은 그러한 문 총재의 유지를 이어가는 부인 한 총재의 발의로 제정됐다. 해마다 시상될 선학평화상을 통해 설립자인 문 총재를 재평가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문 총재가 무엇을 생각했는가에 끊임없이 천착하는 일이 위원회의 할 일이 될 것이다.”

―선학평화상을 계속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한가.

상은 상금의 많고 적음보다 누가 받느냐에 따라 권위가 달라진다. 수상자 선정에 늘 신중을 기할 것이다. 또한 역사와 사회는 유기체다. 모든 것은 변화된다. 시대에 따라 평화의 개념도 달라질 수 있다. 선학평화상도 이러한 변화를 타고 함께 가야 한다.”

―올해가 광복 70주년, 분단 70년이지만 남북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치유법은 없는지.

“‘인생 칠십 고래희(人生七十古來稀)’라고 했다. 70년이면 충분히 살았고 인생 전체를 마감하는 나이다. 남북문제도 올해 방점을 찍고 새로 출발했으면 한다. 통일문제도 기존의 개념에서 진일보해야 한다. 통일을 분단 이전의 시대로 돌아가 하나의 국토, 하나의 체제, 하나의 국기를 가지는 것으로 생각해서는 곤란하다. ‘뉴 유니피케이션빌딩(새로운 통일국가를 짓자)’인 것이다. 2개의 한국이면 어떤가. 분단이 우리의 의지가 아니라 외세에 의한 것이니 통일 또한 외세가 아니면 어렵다. 남북이 서로 다른 국가 상태로 우애 있게 지내다가 주변이 인정할 때 하나가 되는 것이다. 유엔에서도 남북으로 표가 둘이면 이롭지 않겠는가. 나는 분명 그런 시기가 온다고 확신한다.

주역(周易)에 ‘물극필반(物極必返 )’이라는 말이 있다. 사물은 궁극에 다다르면 도로 그전 상태로 돌아간다는 뜻이다. 북한이 제2의 6·25를 일으키겠다고 협박할 정도이니 극에 달한 것이다. 지금 지식인들이 언론에서 호들갑스럽게 북한을 비난하는데 그럴 필요가 없다. 분단 70년을 새로운 시대의 개막이라고 생각하자. 중국 조선족이 통일을 위한 보물이었으나 우리가 저임금으로 이용만 했지 활용하지 못했다. 북한 주민들이 조선족에게 좋지 않은 소문을 듣고 남한 사회를 신뢰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적극 도와야 했다. 자본주의로 북한을 흡수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지금이라도 일정기간 북한체제를 보장하고 북한 지배계층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과거 동·서독 통일과정을 샅샅이 조사한 적이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동독이 서독의 도덕성을 믿었다는 사실이다. 지금이라도 남한에서 통일 이후 북한 주민들에게 기증할 의류나 생필품 모으기 운동을 벌였으면 좋겠다. 북한 주민들의 귀에 들어가면 얼마나 따뜻한 마음이 들겠는가. 이번에 이희호 여사가 방북했는데, 우리 정부가 먼저 가깝게 다가가는 것은 잘한 일이다.”

정성수 기자 tol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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