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광복 70주년, 韓·싱가포르 수교 40주년 맞아 역사교육 전력

입력 : 2015-08-09 20:40:37 수정 : 2015-08-09 20:40:37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싱가포르 한국국제학교를 가다
청명한 하늘과 반짝이는 바다. 그 바다 위로 우뚝 솟은 검은 바위섬 위로 갈매기떼가 날고 있다. 싱가포르 한국 국제학교 정문에 들어서자마자 가장 먼저 보게 되는 것은 이 아름다운 독도의 풍광을 담은 대형 플래카드다. 싱가포르 한국 국제학교 박중재 교장은 “학교에 방문하는 손님과 원어민 교사, 학생 등 누구나 학교에 올 때마다 일상 속에서 독도를 볼 수 있게 걸어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독도를 특별한 날 기념하려는 것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 아이들 마음속에 자리 잡게 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28일 찾은 싱가포르 부키팅기 지역에 위치한 싱가포르 한국 국제학교에서는 독도가 학교 특유의 아기자기한 분위기 속에 녹아나 더 친근하게 다가왔다. 해외의 재외국민 교육현장에서도 광복 70주년을 뜻깊게 보내려는 노력이 각별했다.


싱가포르 북부 부키팅기 지역에 위치한 싱가포르 한국 국제학교에서 학생들이 여름방학 중 개설된 방과후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이 학교에는 중등 대상 15개, 초등 대상 19개의 창의적 체험 활동 프로그램이 방학 중 개설된다.
◆“해외에서 역사교육 더 신경써야죠”


싱가포르 한국 국제학교는 재외국민 교육을 위해 정부가 해외에 설립한 32개 한국 국제학교 중 최초로 독도 실시간 영상을 설치했다. 현재 이 학교 정규학교 과정에는 유치원생과 초·중·고교생 413명이 재학 중이다. 싱가포르 내에는 한국문화원이 없어 문화원 대신 이 학교가 재학생이 아닌 교민 자녀들을 위한 토요한글학교, 한국어를 배우려는 현지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한국어코스(KLC·Korean language course)도 운영한다. 한글학교 255명 재학생과 연간 1000명에 이르는 KLC 등록생이 이곳에서 공부한다. 한국인 교사 32명 외 외국인 교사 26명의 일터이기도 하다.

싱가포르에 30여년 거주했다는 이 학교 한국인 관계자는 “한국에 있으면 이슈가 계속 벌어지니 (독도에 대해 생각할) 계기가 생기지만 외국에서는 일부러 교육하지 않으면 아예 고민할 기회조차 없어진다”며 “당연히 해외에서 더 신경을 써야 하는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학교 식당에 들어서자 벽에 독도의 다양한 풍광을 담은 사진 50여점이 걸려 있어 마치 ‘독도 갤러리’에 온 듯했다. 학교 작은 도서관 앞 복도에 설치된 실시간 독도영상 앞에 한 학생이 독도 실시간 모습을 자신의 휴대전화 카메라에 담으며 놀았다. 학생들에게는 독도가 한국에서보다 더 가까이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현지에서 역사 발굴 나서기도

싱가포르 한국 국제학교는 올해 광복 70주년 및 한국·싱가포르 수교 40주년을 맞아 역사교육에 특히 방점을 뒀다. 역사교육 강화를 주도한 박 교장은 “해외에 나오면 영어 배우고 관광지로 여행만 다니다가 청소년기 시절 중요한 역사교육을 소홀히 하게 된다”며 “오히려 해외에서 대사관과 한인사회 전문가 네트워크 도움을 받으면 색다른 역사교육을 할 수 있고, 해외에서 청소년기 시절 흔들릴 수 있는 정체성 고민 등 정서적 부분까지 학교가 잡아줄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6, 7일 이틀 동안 중등과정 학생들과 역사교사가 함께 방학 역사탐방 체험 프로그램으로 싱가포르 내 한인 역사를 추적하기도 했다. 싱가포르 이주 최초 한인인 정대호 선생의 발자취를 주제로 ‘역사여행’을 떠난 것이다. 정대호 선생은 안중근 의사의 의형제로, 안 의사의 가족을 하얼빈으로 대피시키고 거사를 도왔던 독립운동가다. 쑨원의 조언으로 싱가포르에 이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학생들을 데리고 탐방을 떠난 역사교과 담당 이근혁 교사는 뜻깊은 역사발굴을 하게 됐다는 데 잔뜩 상기된 모습이었다. 그는 “싱가포르에서도 수난의 역사가 있었다는 사실을 교민들조차 잘 모르고 있고, 현지에서 숨진 한국인 징용피해자 관련 역사현장 고증도 제대로 돼 있지 않아 안타깝다”면서도 “학생들과 사전조사를 하고 답사한 과정에서 만든 제작물이 모두 좋은 자료로 남을 것 같다”고 말했다.

◆외국인 교사들도 지원군…해외 역사교육 확산돼야

최근에는 이 학교 교사들이 ‘특별한’ 연수 기회를 교내 외국인 교사들에게 양보하기도 했다. 지난달 정부와 독도재단 등이 마련한 ‘해외 국제학교 교사 독도 탐방 연수’에 이 학교에서는 한국인 교사들 대신 외국인 교사들을 보냈다. 외국인들에게 독도가 한국땅임을 알리는 게 더 좋겠다는 생각에서다.

인도계 싱가포르인과 중국계 싱가포르인, 미국인 등 외국인 교사 3명과 함께 독도를 방문하고 온 이근혁 교사는 “독도가 한국땅으로 표시된 2차세계대전 직후 미국 제작 지도 등 역사적 사료를 본 외국인들은 ‘독도는 논쟁 대상이 아닌 명백한 한국땅’이라고 말한다”고 전했다.

독도 연수에 참여한 싱가포르인 한국어 교사 웰린(여·26)은 “900조원에 달하는 독도의 메탄하이드레이트가스의 경제적 가치 때문에 일본이 영토 주장을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한국어를 배우고자 학교를 찾는 싱가포르인들에게 독도의 역사를 들려줄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근혁 교사는 “독도에 대해서는 앞으로는 외국인에게 사료 중심으로 설명하는 방향이 핵심이라고 느꼈다”며 “모국으로 돌아가서도 미래세대를 가르치게 될 외국인 동료 교사에게 제대로 된 정보를 알리는 데에서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박 교장은 해외에서의 역사교육은 특히 국내에서보다 더 세심한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해외에 나오면 학부모 관심이 외국어 교육에 있기 때문에 교내에서 다양한 역사대회나 원어민 교사와의 역사교육 등 학생들에게 흥미있는 프로그램을 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학교에서는 지난해 여름방학 중 안중근 의사의 발자취를 따라 역사탐방을 한 뒤 학생들이 광복절 한인행사에서 프리젠테이션을 했다. 박 교장은 “해외에서 역사교육을 진행하면서 개별적 네트워크로 한국에 자료를 요청했다”며 “영어 학교와 중국어 학교 등 세계 각지에서 다양한 언어로 재외국민과 외국인들을 교육하고 있는 학교들에 해당 언어로 된 자료가 체계적으로 공급되면 자연스럽게 독도교육과 역사교육이 활성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키팅기(싱가포르)=글·사진 김예진 기자 yejin@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제나 '깜찍하게'
  • 정은지 '해맑은 미소'
  • 에스파 카리나 '여신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