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닮은듯 다른 삼국의 美… 민족 기질 엿보다

입력 : 2015-08-07 21:13:47 수정 : 2015-08-07 21: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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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양식 곡선성은 관계의 지표
中 곡선 선호는 관계 중시 대변
한국은 열정과 순응 ‘양극성 기질’
직선의 日은 정적인 ‘우울한 기질’
지상현 지음/아트북스/2만원
한중일의 미의식/지상현 지음/아트북스/2만원


지붕의 처마 선은 동양 고건축물의 인상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나라마다 차이가 있어 한·중·일 3국은 다른 이미지의 건축물을 발전시켜 왔다. 한국은 처마 전체가 완만한 곡선을 그린다. 중국은 처마 양끝의 추녀 부분에서 곡선이 두드러진다. 반면 일본은 직선에 가깝다. 저자는 이를 “한·중·일의 매우 중요한 심리적 차이에서 비롯한 것일 수 있다”고 말한다.

처마의 곡선만이 아니다. 옛 미술품에서 드러나는 차이에서 해당 민족의 심리적 특성을 읽어내려 한다. “옛 미술 양식은 현대미술처럼 특정 사조에 의해 일시에 만들어지고 갑자기 사라지지 않는다. 옛 미술은 오랜 세월에 걸쳐 해당 민족의 성정에 맞게 조금씩 다듬어져 최적화된 것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한다. 

중국의 해녕해신묘전에 처마 끝 추녀 부분의 곡선이 두드러진다.
아트북스 제공
그렇다면 곡선의 차이에서 확인할 수 있는 심리적 특성은 무엇일까. 건축물뿐 아니라 중국 미술품은 곡선이 두드러진다. 한국이나 일본의 미술품에서 보기 어려울 정도의 정도의 두드러진 곡선이며, 그것이 시대를 막론하고 넘쳐난다. 조각상의 경우 금강역사상을 예로 들 수 있다. 남당 시대의 금강역사상은 비슷한 시기 만들어진 신라 석굴암의 금강역사상에 비해 몸통이 극적으로 휘어져 있어 동적인 느낌이 강하다. 일본의 조각상은 처마 선의 경우처럼 직선의 성향이 강해 다소 뻣뻣한 느낌이다. 회화에서도 비슷한 경향을 읽을 수 있다. 직선의 형태인 대나무도 중국의 화가들은 S자형의 곡선으로 표현해 냈다. 반면 “능숙하고 빠른 필치로 그리는” 한국의 대나무 그림에서는 곡선적인 형태가 나오기 어렵다. 

한국의 경복궁 근정전의 처마 선은 완만하다.
아트북스 제공
저자는 “미술 양식의 곡선성은 사람 사이의 관계를 중시하는 정도의 지표”라고 말한다. “쉽게 말해 인간 관계에서 타협과 양보를 중시하고 갈등을 회피하려는 성질이 강하면 모가 난 형태보다는 둥근 형태를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관시’(關係)라고 부르며 사람들 사이의 관계를 중시하는 중국인들의 성향이 곡선과 잘 맞아떨어진다. 완만한 곡선에 대한 선호가 강한 한국인에게는 ‘양극성의 기질’이 있다고 해석했다. 그래서 신명과 열정, 해학 등의 동적인 기질과 검박과 순응, 천연주의의 정적인 기질을 예술품에 동시에 표현해냈다. 일본인의 직선에 대한 선호는 곡선이 갖는 동적인 느낌과 대비되는 정적인 정서, ‘우울의 기질’에서 비롯된다고 분석한다. 유사한 색을 위주로 한 배색과 건축 부재, 목재의 단면을 꼼꼼하게 흰색으로 감춘 강박 등에서도 우울의 기질을 읽어낸다. 

일본의 도다이지 금당의 처마 선은 직선에 가깝다.
아트북스 제공
저자의 이런 접근은 문화를 “한 민족의 세계관이자 인간관이며 기본 성격”이라고 정의하는 데서 시작한다. 문화가 현실화한 형태인 미술품 하나하나는 그 미술품을 생산하고, 소비하던 사람들이 선호하는 감성이나 기질을 드러내게 되는 셈이다. 옛 미술품이 중요한 것은 “지금은 뒤섞여버린 국가 간 양식이나 현대미술에서는 파악하기 어려운 해당 민족의 감성적 기질 혹은 기저문화를 끄집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저자는 옛 미술 양식을 ‘문화적 화석’이라고 부른다.

옛 미술품에 드러나는 한·중·일 3국의 감성적 기질을 보여주기 위해 저자는 다양한 학술적 수법을 동원한다. 마케팅 이론에서 출발한 ‘니드스코프’와 ‘림빅 맵 분석’을 통해 세 나라의 특징을 도식화하기도 했다. 이를 통해 ‘곡선성’, ‘전형성과 은유’, ‘강박’, ‘공포와 해학’, ‘대비’, ‘복잡도’, ‘전망과 도피 이론’이라는 7가지 유형을 도입해 세 나라의 문화 지형을 그려낸다.

강구열 기자 river91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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