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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완역 약속 타계 5년 만에 딸이 지켜

입력 : 2015-08-06 21:21:49 수정 : 2015-08-06 21: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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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희‘플루타르코스 영웅전’번역 매듭
국내 처음 그리스어·영어 대조 원전 완역
소설가 이윤기(1947∼2010·사진)는 소설의 성가에 비해 번역가로 대중에 더 알려진 편이다. 맺힌 곳 없는 유려한 문장과 낭만적 감성으로 그리스신화를 번역해 한국에 신화 독서 열풍을 일으킨 장본인이다. 그는 평소 “서양의 무수한 고사성어가 탄생한 과정을 담은 책”으로 플루타르코스의 영웅전을 중시했고, ‘쉽고 친절하게’ 완역하겠다는 다짐을 2009년에야 실천에 옮겼다. 자신이 직접 번역에 참가한 게 아니라 딸 이다희에게 맡기고 그는 기획과 감수자의 역할만 맡았다. 애석하게도 그는 이듬해 1권만을 교열, 감수하고 타계했다. 본인이 다 끝내지 못하리라는 예감으로 미리 그의 유일한 ‘번역대학원’ 제자인 딸에게 맡겼던 모양이다.

그가 타계한 지 5년 만에 최근 마지막 3권이 출간되면서 총 10권으로 이루어진 ‘플루타르코스 영웅전’(휴먼앤북스)이 완간됐다. 플루타르코스의 영웅전은 고대 그리스·로마 인물들의 삶과 행적을 다룬 전기 가운데 최고의 작품으로 평가되고 있다. ‘최후의 그리스인’이라고 불릴 만큼 고대 그리스·로마세계에 정통했던 플루타르코스의 작품인 만큼 고대 세계의 역사·문화·지리·인물 정보를 총집합해 놓은 듯한 인상마저 준다는 평가다.

이다희씨는 “세 번째 권의 번역을 넘기고 며칠 뒤 이윤기 번역대학원의 유일한 스승이 제자를 놔두고 떠나버렸다”면서 “슬프고 아팠던 것은 물론 원망스러운 마음까지 누를 길이 없어 손 하나 까딱하기 싫은 상황이었다”고 밝혔다. 이씨는 “어쩔 수 없이 내가 번역한 원고를 스승의 눈으로 보고 다시 고치는 한편, 스승의 서재를 뒤져 사진과 그림을 찾아내야만 했는데 기대하지 않았던 일이 일어났다”고 술회했다. 번역할 때 보이지 않던 주인공들의 아픔과 실패가 보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는 “아들이 죽었다는 거짓 소식을 듣고 제 머리를 때리며 슬퍼하는 솔론이 그렇게 안타까울 수가 없었고 아들의 목을 들고 적들 앞에서 오히려 군의 사기가 떨어질 것을 걱정한 크랏수스의 의연함이 예사롭게 보이지 않았다”고 썼다. 

이다희 번역판 ‘플루타르코스 영웅전’은 1917년 간행된 그리스어·영어 병기 판본이 원전이다. 그리스어와 영어 대조 원전 완역은 국내 처음이다. 1세기 무렵 헬라스에 살았던 역사가 플루타르코스가 위대한 헬라스 사람 한 명과 위대한 로마 사람 한 명을 붙여 한 쌍으로 서술하는 형식으로 구성, 46명의 생애를 그려냈다. 추가로 4명의 생애가 독립적으로 전해져 플루타르코스 영웅전에 등장하는 인물은 모두 50명이다.

조용호 문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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