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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호의법률산책] 토지와 건물, 그 불편한 동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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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08-04 21:28:47 수정 : 2015-08-04 21:2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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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문화 선진국은 ‘지상물은 토지에 따른다’는 로마법의 원칙을 따른다. 건물, 구조물, 나무 등은 모두 토지의 일부로 토지소유권에 흡수된다. 갑이 토지소유자 을의 허락 없이 무단으로 건축하거나 식재한 경우 건물이나 나무는 토지에 부합해 을의 소유가 된다. 갑은 건축비용을 을에게 청구해 보상받을 수 있을 뿐이다.

그러나 우리 법은 로마법의 원칙을 수용했음에도 예외적으로 건물은 토지와 별개의 독립된 부동산으로 취급한다. 그래서 갑이 토지소유자 을의 허락 없이 건축한 경우 건물소유자는 갑이 되고, 을은 갑을 상대로 철거를 청구할 수 있다. 건물철거는 엄청난 사회적 손실이다. 그리고 동일인 소유의 토지나 건물에 저당권이 설정된 뒤 경매로 소유자가 달라진 경우나 토지와 건물 가운데 하나만을 양도한 경우에도 건물철거를 막기 위해 지상권이 설정된 것으로 의제해야 한다.

정병호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법학
또 건물, 즉 건물소유권의 성립 시기가 문제된다. 대법원은 최소한 기둥, 지붕 그리고 주벽을 갖출 것을 요구하면서도 결국 사회통념에 따라 결정된다고 한다. 그런데 대법원은 아파트 같은 집합건물의 경우 구분소유의 성립은 집합건축물대장이나 등기부에 등록·등기된 시점을 기준으로 한다고 했다가 최근 판례를 변경했다. 구체적인 사건에서 판단이 쉽지 않음을 반증한 것이다. 다음으로 건축 도급공사에서 수급인이 자재와 비용을 주로 제공하는 경우 완성 건물의 소유자가 누구인가가 문제된다. 수급인인지 도급인인지 학설과 판례는 견해가 갈린다. 건물 소유권 문제는 분쟁 당사자의 채권자들의 이해관계에도 영향을 미치므로 파급효과가 크다.

실무상 가장 난해한 문제는 수급인의 부도로 건축이 중단된 후 도급인이나 제3자가 공사를 계속해 건물이 완공한 경우 언제 누가 소유자가 되는가이다. 대법원은 건축 중단시점에 독립된 부동산으로서 건물이 생겼는가를 기준으로 판단한다. 그 시점에 이미 건물로 완성된 경우 완공 건물의 소유권은 원칙적으로 수급인에게, 예외적으로 도급인에게 귀속하게 된다. 그러나 그 시점에 아직 건물이라고 할 수 없으면 단순한 공작물로서 토지에 부합하므로 일단 토지소유권에 흡수됐다가, 이어서 건물이 완공되면 완공자가 소유권을 취득하게 된다. 50% 공정이 완료되면 독립된 부동산으로 인정되는 경우, 수급인이 공정을 49% 완료하고 건축을 중단한 뒤 제3자가 1% 조금 넘게 공사를 하면 도급인, 수급인, 제3자 중 누가 소유자인가? 건물을 토지와 별개로 취급하기 때문에 생긴 문제다. 건물이 완성되기 직전까지는 토지에 부합해 토지소유자에게 귀속하는데, 건물 완성에 이르게 되는 마지막 공정을 완료하는 순간 갑자기 새로운 부동산인 건물이 탄생하고 그 소유자를 정해야 하는 것이다.

건물을 토지와 별개로 취급하는 태도는 일본민법에서 왔다. 그런데 일본민법 제정위원들의 의견이 가부동수로 갈려 위원장이 결정했을 정도로 논란이 많았다. 해방 70년이 된 지금 이 문제를 한번 종합적으로 검토할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기존의 태도를 유지하려거든, 적어도 신축건물의 소유권을 언제 누가 취득하는지를 명확하게 입법할 필요가 있다.

정병호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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