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우리 법은 로마법의 원칙을 수용했음에도 예외적으로 건물은 토지와 별개의 독립된 부동산으로 취급한다. 그래서 갑이 토지소유자 을의 허락 없이 건축한 경우 건물소유자는 갑이 되고, 을은 갑을 상대로 철거를 청구할 수 있다. 건물철거는 엄청난 사회적 손실이다. 그리고 동일인 소유의 토지나 건물에 저당권이 설정된 뒤 경매로 소유자가 달라진 경우나 토지와 건물 가운데 하나만을 양도한 경우에도 건물철거를 막기 위해 지상권이 설정된 것으로 의제해야 한다.
정병호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법학 |
실무상 가장 난해한 문제는 수급인의 부도로 건축이 중단된 후 도급인이나 제3자가 공사를 계속해 건물이 완공한 경우 언제 누가 소유자가 되는가이다. 대법원은 건축 중단시점에 독립된 부동산으로서 건물이 생겼는가를 기준으로 판단한다. 그 시점에 이미 건물로 완성된 경우 완공 건물의 소유권은 원칙적으로 수급인에게, 예외적으로 도급인에게 귀속하게 된다. 그러나 그 시점에 아직 건물이라고 할 수 없으면 단순한 공작물로서 토지에 부합하므로 일단 토지소유권에 흡수됐다가, 이어서 건물이 완공되면 완공자가 소유권을 취득하게 된다. 50% 공정이 완료되면 독립된 부동산으로 인정되는 경우, 수급인이 공정을 49% 완료하고 건축을 중단한 뒤 제3자가 1% 조금 넘게 공사를 하면 도급인, 수급인, 제3자 중 누가 소유자인가? 건물을 토지와 별개로 취급하기 때문에 생긴 문제다. 건물이 완성되기 직전까지는 토지에 부합해 토지소유자에게 귀속하는데, 건물 완성에 이르게 되는 마지막 공정을 완료하는 순간 갑자기 새로운 부동산인 건물이 탄생하고 그 소유자를 정해야 하는 것이다.
건물을 토지와 별개로 취급하는 태도는 일본민법에서 왔다. 그런데 일본민법 제정위원들의 의견이 가부동수로 갈려 위원장이 결정했을 정도로 논란이 많았다. 해방 70년이 된 지금 이 문제를 한번 종합적으로 검토할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기존의 태도를 유지하려거든, 적어도 신축건물의 소유권을 언제 누가 취득하는지를 명확하게 입법할 필요가 있다.
정병호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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