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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미 모형은 태양을 상징화한 빛살무늬”

입력 : 2015-08-04 20:13:27 수정 : 2015-08-04 20: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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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고대문화 원형의 상징과 해석’ 펴낸 서예가 김양동씨 “광학(光學)이라는 학문이 성립되기 이전에 빛은 하늘로부터 오는 것으로 여겼다. 신(神)적인 요소로 받아들였다는 얘기다. 고대의 태양숭배도 같은 맥락이다. 신석기 시대 등장하는 토기 문양도 태양숭배 사상을 이미지화한 것이다. 빗을 닮았다 하여 빗살무늬로 칭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태양을 상징화한 빛살무늬로 봐야 한다. 한국 미술의 조형적 모형(母型)이 바로 빛살무늬다.”

책 집필을 끝내고 인사동 나들이를 한 김양동 교수. 그의 저서에 대해 고은 시인은 “한국 고대문화 탐구의 새로운 기원”이라고 극찬했다.
서예가 김양동(73·계명대 석좌교수)씨는 한국 미술의 시원과 원형을 빛살무늬로 보고 있다. 최근 그가 펴낸 ‘한국 고대문화 원형의 상징과 해석’(지식산업사)은 이 같은 생각들을 정리한 책이다.

“한 시대의 문양은 당대 의식의 반영이다. 사상과 내용을 전혀 읽어내지 못한 채 그 형태만을 보고 후대에 막연하게 이름을 붙인다면 어불성설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그는 미학적 견지에서 한국미의 특질을 처음으로 규정한 일본 민예학자 야나기 무네요시(1889∼1961)의 잘못된 시각도 교정한다. 야나기는 한국미의 핵심을 ‘선(線)의 미’와 ‘한(恨)과 비애(悲哀)미’로 규정했다. 

빛살무늬의 유전인자를 가지고 있다고 언급된 김환기(위 사진)와 박서보 작품.
“빛살무늬는 태양의 광망을 간결하게 디자인한 ‘밝고 환한 광명의 생명세계’를 그려낸 고대의 상징기법이다. 절대로 곱고 가늘고 낭창거리는 선의 성질이 아니다. 오히려 굵고 투박하면서도 싱싱한 생명력이 넘치는 원시적인 획(劃)이라 할 수 있다.”

그는 한민족의 미의식은 태양과 같이 환한 ‘밝음의 미학’이라 했다. 극도로 추상화한 것이 빛살무늬로 상징화되었다는 얘기다. 빛살 같은 광명사상에 비애는 끼어들 틈이 없는 것이다.

“야나기의 주장이 오랜 세월 회자될 수밖에 없었던 것도 한국미 모형의 원리를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는 요즘 뜨고 있는 단색화의 원형 인자도 빛살무늬에서 찾고 있다.

“한국 현대추상화의 대부 격인 김환기를 비롯하여 곽인식 정상화 박서보 서세옥 이우환 하종현 윤명로 오수환 등의 작업을 보면 이들 스스로가 인지했건 못 했건 간에 빛살무늬의 인자를 발견하게 된다. 잠재되었던 한민족의 원형적 미의식이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그는 단색화의 이론적 빈곤함은 한국 미술의 모형을 깨닫지 못한 것에서 비롯됨을 지적했다.

“단색화는 한국 미술의 원형을 현대 회화로 승화시킨 것입니다. 빛살무늬가 든든한 이론적 근거라는 점을 드러낼 필요가 있습니다.”

서예가가 어찌해서 이런 문제에 천착하게 됐는지 궁금했다.

“문자를 다루는 사람으로서 신(神) 자의 근원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우연히 다다르게 됐다. 신 자는 나무막대 같은 문자에서 유래됐다. 빛살의 상형문자다. 태양숭배 사상이 깃든 빛살무늬와 다를 게 없었다.”

당초문이나 와당문의 기원도 태양문양에서 모두 풀어가고 있는 그는 빛살무늬로 회화작업도 했다.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 그의 작품이 소장돼 있다. 그는 책에서 태양신으로 환치되고 있는 솔개도 언급하고 있다. 한옥 기와지붕선이나 고대 유물의 새 형상들이 태양신으로 쉽게 설명되고 있다.

“서예가가 별것 다하고 있네 하는 시각이 있는 것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한국 문화의 원형을 찾아가는 데 고고학자나 언어학자가 따로 있을 수 없다. 기존 학계의 열린 자세를 기대한다.”

글·사진=편완식 미술전문기자 wansi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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