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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찬의 軍] '구룡에서 천무까지' 한국군 다연장로켓 변천사

입력 : 2015-08-04 15:02:47 수정 : 2015-08-04 21:3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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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발사되는 천무 다연장로켓.

조선시대 화약무기를 다룬 영화 ‘신기전’ 등을 보면 화약의 추진력으로 날아가는 긴 화살 수십발이 일제히 적진에 떨어지는 장면을 볼 수 있다.

적진을 일거에 초토화하는 이 ‘신기전’은 현대 포병 화력의 핵심인 다연장로켓(MLRS)의 시초다.

다연장로켓은 여러 발의 로켓탄을 상자형의 발사대에 수납해 동시에 발사하는 무기다. 차량에 싣거나 견인할 수 있어 기동력이 우수하다. 명중률과 폭발력은 화포에 뒤지지만 짧은 시간에 강력한 화력을 목표 지점에 퍼붓는 게 가능하다.

이러한 장점 때문에 미국과 러시아 등 선진국은 물론 소말리아나 예멘 같은 후진국에서도 널리 쓰이고 있다. 특히 북한은 300mm 방사포(다연장로켓)를 개발하는 등 다연장로켓 전력 증강에 힘을 쏟고 있다.

우리 군도 신형 ‘천무’ 다연장로켓을 전력화하는 등 북한의 방사포 위협에 대응하고 있다.

◆ 구소련의 ‘카츄샤’가 시초, 북한도 6.25 당시 대량 투입

전쟁에서 다연장로켓이 주목을 받게 된 것은 2차 세계대전이다. 구소련은 1939년 BM-13 ‘카츄샤’ 다연장로켓을 실전 배치했다. 14~48개의 로켓발사기를 트럭에 탑재한 카츄사는 수천발의 로켓탄을 일거에 퍼부어 독일군을 공포에 몰아넣었다. 카츄샤에 자극받은 독일은 ‘네벨베르퍼’라는 다연장로켓을 개발해 전장에 투입하기도 했다. 카츄샤는 T-34 전차, IL-2 슈트르모빅 공격기와 함께 2차 세계대전 당시 구소련의 3대 무기로 평가받는다.

카츄샤는 이후 구소련에서는 기술적 진보를 거듭하면서 유도 기능까지 갖춘 첨단 ‘스멜치’ 다연장로켓포에 자리를 내줬지만 북한, 이라크, 예멘, 소말리아 등에서는 여전히 핵심 전력으로 쓰이고 있다.

2차 세계대전 직후 구소련의 지원으로 건설된 북한군 역시 다연장 로켓을 방사포라고 부르며 핵심 전력으로 사용했다. 1950년 6.25 발발 당시 북한군은 85mm 고사포와 더불어 우리 군의 진지에 카츄샤 로켓탄을 발사해 전쟁의 시작을 알렸다.

북한이 보유한 방사포는 107mm 단거리 다연장로켓부터 최대 사거리가 70km로 알려진 240mm까지 다양하다. 수적인 측면에서는 122mm 방사포가 주력이다. 구소련의BM-21 다연장로켓이 이와 매우 유사하다. 구소련과 중국제, 북한제 트럭에 탑재된 40발의 로켓을 모두 발사하는데 필요한 시간은 20초 정도다.


사격중인 북한 방사포들. 사진=노동신문


한편 북한은 작년부터 사거리가 230km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는 KN-09 신형 방사포를 시험 발사해왔다. GPS 유도장치를 부착해 정확도가 크게 높아진 이 신형 방사포는 서울은 물론 평택 주한미군 기지, 충청도도 사정권에 들어간다.

KN-09는 위력은 탄도미사일보다 떨어지지만 생산비가 매우 낮아 대량으로 배치되면 우리 군에 큰 위협이 될 것으로 보인다.

◆ 구룡에서 MLRS, 천무까지

북한 방사포에 맞서기 위해 국방과학연구소(ADD) 주관으로 개발한 것이 바로 한국군 최초의 다연장로켓인 K-136 ‘구룡’이다.

개발 착수 당시 미군은 MLRS와 같은 다연장로켓 무기를 갖추지 않았다. 때문에 ADD는 구소련의 다연장로켓을 참고로 구룡을 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5t 트럭에 탑재한 130mm 로켓탄을 발사하는 구룡은 1981년 실전배치가 시작돼 156대가 전력화됐다. 북한의 122mm 방사포와 유사한 성능을 지닌 구룡은 개량형 로켓탄을 사용하면 36km까지 사거리가 늘어난다. 36발의 로켓을 모두 발사하는데 20초가 채 걸리지 않는다. 3대의 구룡이 일제사격하면 축구장 5개 정도의 면적을 파괴할 수 있다.

구룡 배치로 한숨 돌린 군은 1990년대 들어 북한의 ‘서울 불바다’ 위협으로 비상이 걸렸다.

1990년대 초 북한은 서부전선에 수백여문의 방사포를 전진 배치하면서 ‘서울 불바다’ 발언과 같은 협박을 해왔다. 122mm 방사포보다 사거리가 늘어난 240mm M-1985, M-1991 방사포를 휴전선 일대에 배치하기 시작한 것이다. 240mm 방사포는 최대 사거리가 70km에 달해 수도권 대부분의 지역을 타격할 수 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군은 주한미군이 보유하고 있던 M270 MLRS에 주목하고, 1998년부터 MLRS 발사기 29문과 로켓포트 168개를 도입했다. 현재 96문이 배치된 MLRS는 1980년 양산해 이듬해부터 미 육군에 전력화됐다.


M270 MLRS가 가장 많이 사용하는 탄두는 227mm M26 로켓탄이다. 사거리가 최대 45km이며 탄두에는 644개의 M77 자폭탄이 들어있다. 목표지점 상공에서 탄두부가 분해되면서 살포된다. MLRS 한 번의 공격으로 축구장 3배 면적을 초토화할 수 있다.

MLRS는 북한 장사정포의 위협에 대응하는 대화력전의 핵심으로서 전쟁 억지력을 제공했지만, 구룡의 노후화와 MLRS의 수량 부족으로 인한 화력 열세 논란을 극복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군이 새로 개발한 무기가 바로 ‘천무’다.

2009년부터 2013년까지 5년간 1314억원을 투입해 개발했다. 사거리는 기존 MLRS인 구룡(130mm 무유도탄)보다 2배 이상 늘어난 80여km에 이른다.

천무는 차량에 탑재한 이동식 발사대와 탄약운반차로 구성된다. 실시간 정밀타격할 수 있는 사격통제장치가 있는 발사대는 239mm 유도탄과 227mm 무유도탄, 130mm 무유도탄을 발사할 수 있다.

227mm 무유도탄 1기에는 900여 발의 자탄이 들어 있어 축구장 3배 면적을 단숨에 초토화할 수 있다.

4일 실전 배치 행사를 가진 천무는 전방군단 예하 포병여단에 배치되며, 내년에는 북한의 장사정포를 무력화하기 위해 서북도서에도 배치될 예정이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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