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왼쪽부터) 세계일보 자료사진 |
김 대표는 우드로윌슨센터 연설을 통해 “한국이 슈퍼 파워에 둘러싸인 지정학적 환경을 이용해 그 힘을 활용할 수 있는 능력과 의지가 있다”고 말했다. 스나이더 연구원은 이에 대해 “한국이 중진국 조정자 역할을 하려면 국내 정치 분열을 극복하고, 북한 문제에 과도하게 치중하지 않는 강력한 정치적 리더십이 전제돼야 한다”고 반박했다.
김 대표는 또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방안으로 미국이 견지하는 ‘전략적 인내’를 뛰어넘는 ‘창의적 대안’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스나이더는 이에 대해서도 “한국이 북한과 핵 문제를 논의하려 하지만 북한은 한결같이 미국과 협의하겠다는 입장이고, 이런 시각 차가 (한·미) 동맹 관계를 껄끄럽게 만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국의 외교적 고립은 외신보도를 통해서도 선명하게 드러난다. 외신은 미국이 이란 등 중동과 러시아 문제에 매달려 있어 아시아 국가들이 자구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고 이날 전했다. 중국의 부상에 위협을 느낀 일본, 인도, 호주, 필리핀, 베트남 등이 그룹을 결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외교 전문지 디플로맷도 최근 일본·인도·호주 간 3각 동맹이 태동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은 과거사 문제로 일본과 격하게 대립하고 있다. 반면 중국은 일본과 리스크 관리 시스템을 가동하면서 관계 개선에 나서고 있다. 미국은 한국을 제외한 채 일본 등 11개국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체결을 서두르고 있다. 미·일 관계가 ‘신군사동맹’에 이어 ‘신경제동맹’으로 도약하고 있는 셈이다.
한국이 이런 외교적 어려움에서 탈피하려면 남북 관계에서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는 게 미국 내 한반도 전문가들의 대체적 시각이다.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빅터 차 한국석좌는 “북한이 서울안보대화, 남북 국회회담 초청을 모두 거부했다”며 “북한은 지금 도발이나 대화 중 어느 쪽 사이클에도 있지 않다”고 분석했다. 한국 정부 및 정치권은 한창 태동하는 새로운 국제 질서 재편 과정에서 소외되고 있는 한국의 현주소부터 제대로 파악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국기연 워싱턴 특파원 ku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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