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학원가에서 단속반원들이 불법영업 학원 단속을 벌이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
지난달 29일 오후 11시쯤 서울 강남구 한 학원 건물 뒤편 출입문. 학원 교습이 금지된 오후 10시 이후 학원 건물 정문은 셔터가 내려졌지만 눈가림이었다. 학생들은 뒤편 비상구나 셔터가 반쯤 내려진 출입구를 통해 학원을 나섰다. 출입문을 나오던 이모(15)양은 “정문은 셔터를 내리기 때문에 못 나간다”며 “밤늦게 수업하는 게 불법이라 그렇다”고 태연하게 말했다.
또 다른 한 대형 학원은 단속을 의식한 듯 문을 잠가 두고, 건물 안쪽에 설치된 버튼을 누른 뒤 열린 문으로 학생들을 내보내고 있었다.
여름 방학을 맞아 심야교습 단속을 피하기 위한 학원의 ‘꼼수’ 운영이 늘고 있다. 단속을 피하기 위해 출입문을 잠그는 것은 물론 아예 강의실이 아닌 ‘비밀공간’에서 수업을 이어나가기도 한다.
강남구 학원가에서 일하고 있는 강사 김모(33)씨는 “특수반을 꾸려서 단속 요원들이 찾기 힘든 창고나 전혀 의심하기 힘든 건물 내 중국집을 빌려 심야교습을 하기도 한다”고 고백했다. 아예 강사가 가정집으로 자리를 옮겨 강의를 이어가는 사례도 있다고 했다.
학원의 꼼수 운영이 기승을 부리는 이유로 실효성 없는 단속 탓이다.
한 학원 관계자는 “자주 단속하지 않고 단속하더라도 인근 학원과 정보를 공유하는 등의 방법으로 충분히 대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 교육청의 한 관계자는 “인력이 충분치 않아 상시 단속은 어렵다”고 털어놨다. 여름철(6∼8월) 학원 교습시간 위반 적발 건수는 2012년 177건에서 2013년 111건, 2014년 105건으로 매년 줄어들고 있으나 제대로 단속하지 않은 데 따른 결과라는 지적이다. 같은 기간 단속 인원은 10% 이상 줄었다.
김승환 기자 hw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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