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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총선 불출마 할 정치인, 김태호 의원뿐이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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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08-03 21:29:16 수정 : 2015-08-03 23: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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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호 새누리당 최고위원이 어제 내년 4월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김 최고위원은 “초심이 사라지고, 국민의 목소리를 들을 귀가 닫히고, 내 말만 하려 하고, 판단력이 흐려지면서 언어가 과격해졌다”며 “다음 선거에 출마를 고집한다면 스스로를 속이고 국가와 국민, 누구보다 지역구민에게 큰 죄를 짓는 것”이라고 했다. 여야가 정쟁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면서 국민에게서 최악의 국회라는 지탄을 받은 지 오래다. 문제의 상당 부분은 김 최고위원이 지적한 초심의 굴절, 불통과 오만 등 때문일 것이다. 여야 의원들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적어도 김태호식의 자기성찰을 하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김 최고위원은 완전한 정계 은퇴냐는 질문에 “아니다”라고 했다. 향후 정치적 재기를 위해 일보 후퇴하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 총선 불출마가 국민 불신에 대한 정치인의 자기 반성이나 기득권 포기가 아니어서 의미는 반감된다. 그래도 평가할 대목은 적지 않다. 집권당 중진의원인 데다 50대 초반의 나이로 지역구를 포기한 것은 이유가 뭐든 정치인으로서 쉬운 결정은 아니다. 현재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의원은 10명도 안 된다. 새누리당에서 4선 중진 이한구 의원, 6선 강창희 의원, 비례대표인 손인춘 의원이 지난 2월부터 차례로 출마 의사를 접었다. 새정치민주연합에선 문재인 대표, 최재성 총무본부장 등이 불출마 선언을 했다. 김 최고위원의 불출마 선언이 여야를 넘어 국회의 기득권 타파와 불출마 선언의 기폭제로 작용하면 국회의 신뢰 회복에 도움이 될 것이다.

불출마를 선언해야 할 의원은 김 최고위원만이 아니다. 더 이상 정치적 역할을 하기 어려운 중진이나 비리와 범죄에 연루된 의원이 많다. 의원직을 돈벌이 수단으로 삼거나 패거리 구태 정치를 일삼은 의원들도 내려놓아야 한다. 비례대표 의원 52명 가운데 75%인 39명이 지역구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고 한다. 김 최고위원의 표현을 빌리자면 이들은 모두 국가와 국민, 지역구민에게 죄를 짓고 있다.

미국은 하원의원 임기가 2년이다. 돌아서면 선거 준비를 해야 하니 많은 의원들이 1년 전쯤 불출마를 선언한다. 자신을 뽑아준 선거구의 유권자에 대해 예의를 갖추기 위한 것이다. 김 최고위원은 내년 총선을 8개월을 앞둔 시점에 불출마 선언을 했다. 미국에 비하면 좀 늦었지만 나름 도리는 한 것이다. 한국의 정치판도 미국처럼 총선 1년을 앞두고 출마 여부를 분명히 밝히는 은퇴 문화가 정립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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