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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진의청심청담] 국회독재 시대를 걱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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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08-03 21:27:38 수정 : 2015-08-03 21:3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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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권·당리당략 판치는 당쟁국회
국민이 정신차려야 나라가 살아
서양이 근대문명을 주도하게 된 데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크게 보면 과학문명과 함께 정치적 삼권분립을 기초함으로써 오늘날 민주정치체제를 완성했기 때문이다. 국회는 삼권분립의 한 기관으로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오늘날 한국의 국회는 한국문화의 악폐적(惡弊的) 요소가 집결돼 있는 곳이다. 특권과 부정부패와 당쟁이 그것이다.

우선 국회는 민의를 대표하는 기관이라기보다는 국민 위에 군림하는 특권계층이고 특권기관이다. 선거 때는 국민에게 온갖 아부와 공약으로 환심을 사려 하지만 당선되고 나면 자신들의 권력 유지에 바쁘다. 요즘 국회의원의 행동거지를 보면 권력 강화와 유지에는 여야가 따로 없이 마치 이익집단처럼 행동하고 있다.

포퓰리즘 성향의 국회는 국가에너지의 블랙홀 기관이 되고 있다. 오늘날 국회를 ‘당쟁국회’라고 하는 데에 많은 국민은 동의할 것이다. 옛날 조선을 망하게 했던 당쟁이 국회에서 그대로 재연되고 있는 것이다. 제대로 된 법안도 만들지 않고, 합리적인 토론보다는 반대를 위한 반대, ‘법안 끼워 팔기’ 등 정상배적 행동도 서슴지 않고 있다. 명분은 그럴싸하게 걸어놓고 개인의 이익과 당리당략을 은폐하고 있다. 

박정진 객원논설위원·문화평론가
국회선진화법은 법안의 여야합의 통과를 전제하고 있기 때문에 민주주의의 다수결원칙에도 어긋나는 국회후진화법이다. 이 법은 다수의 여당이 소수의 야당의 간교에 속아 넘어간 것이다. 선진화법보다 당쟁을 구실삼기에 좋은 법이 어디에 있겠는가. 한국 민주주의 위선의 극치이다.

국회의원의 정치자금법은 부정부패의 온상이 되고 있다. 뇌물과 분간이 애매한 정치자금법으로 인해 대형 뇌물부정부패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의원들이 연루되고 있어 국회 불신의 원인이 되고 있다. 아마도 우리 시대에 국회는 권모술수에 가장 능한 자들의 집합장소일 것이다.

국회청문회법은 5·6공화국의 정권창출과 부정부패를 단죄하던 ‘사후청문회’였는데 이제 각료를 임명할 때마다 청문회를 통과케 하는 ‘사전청문회’가 됨으로써 행정부가 일도 하기 전에 찬반과 적부를 농단케 하는 법이 되고 말았다. 이 법은 의원 스스로를 무소부재의 권력자로 오인하게 하는 빌미를 주고 있다. 청문회법도 당쟁국회에 일조하고 있다.

최근 국회가 의원 수를 늘리는 본색을 드러냈다. 그것도 야당이 먼저 제안한 것이다. 야당이 비례대표를 늘릴 것을 제안한 것은 정치세력 불리기와 이념국회를 지향하겠다는 신호탄이며, 당쟁의 소지를 넓히는 것이 된다. 비례대표는 명분상으로는 전문성을 내세우고 있지만 도리어 정치 이데올로기가 강한 인물을 당 지도부 마음대로 등용하려는 저의가 숨어 있으며, 그동안 비례대표는 지역구 의원이 되는 디딤돌로 이용되어왔다. 이것도 국회를 이념국회로 만들겠다는 야당의 포석이다.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회는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을 통해 의원 수를 늘리는 안을 마련했다. 혁신위는 지역구 의원 수는 현행(246석)을 유지하는 대신 비례대표를 지역구의 절반(123명)으로 함에 따라 현재의 54명에서 대폭 늘리자는 내용이다. 새누리당 한 의원이 “국회의원 정수(현재 300명) 증가는 절대 불가능하다”며 “지역구를 늘리고 비례대표를 축소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지만 앞으로 어떻게 결말이 날지 귀추가 주목된다. 아마도 한국이 선진국 진입에 실패한다면 국회에 책임이 있을 것이다.

60년대 이후 소위 개발독재 시대에는 정부의 독재가 염려됐지만, 오늘날은 도리어 국회의 독재를 국민들이 걱정하지 않으면 안 되게 됐다. 개발독재는 당시 경제상황과 민도로 볼 때, 결과적으로 경제성장과 근대화·산업화를 달성한 덕분으로 국민 다수의 사후동의를 얻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요즘 국회독재 양상은 경제성장이나 민주주의의 발전은 고사하고 나라를 당쟁으로 몰아넣고 국력 소모의 장본인이 되고 있으니 한심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자신의 책무는 제대로 수행하지 않고 의원 수를 늘리려는 시도에 대해 일부 국민들은 전자투표시스템을 이용한 직접민주제도 거론하고 있는 마당이다.

국회가 국회선진화법과 청문회법을 스스로 개정하거나 폐지하지 않으면 스스로를 ‘당쟁국회’로 자승자박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이것은 ‘당쟁의 구조화’라고 말할 수 있다. 청문회법과 선진화법은 삼권분립에 금이 가게 했고, 국회가 정부에 대해 칼자루를 쥐게 함으로써 국회독재를 꿈꾸게 했는지도 모른다.

얼마 전 국회법개정안을 두고 정부가 국회와 첨예하게 맞선 것은 바로 국회독재를 저지한 마지노선이었다. 국회법개정안이란 국회 상임위원회가 행정입법 수정 및 변경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한 내용을 담고 있다. 또 중앙행정기관의 장이 국회로부터 요청받은 내용을 처리하고 결과를 국회 상임위에 보고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행정입법권 및 사법심사권 등을 침해할 소지가 있는 법이었다.

국회선진화법과 국회법개정안 등에 대해서 국민 일부에서는 이원집정부제를 도모해 대통령과 행정부를 무력화하려는 정치적 음모가 있었던 것은 아닐까 의구심을 갖고 있다. 국민이 정신 차리지 않으면 한국 민주주의는 국회에 의해 후퇴하게 될 것이다.

박정진 객원논설위원·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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