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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메모] '천민자본주의' 학습장된 미래스타 육성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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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08-02 20:27:23 수정 : 2015-08-03 00:4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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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 사각 놓인 아역배우 ‘피해자’
장삿속 업계·뒷짐 진 정부 ‘가해자’
아동학대 가까운 부당대우 감수
성공지상주의 부모들은 ‘방관자’
“제 연락처는 어떻게 알았죠?” “절대 저희 아이 이름이 노출되면 안 됩니다.”

세계일보의 ‘인권 사각지대 놓인 아역배우’ 시리즈 기사를 취재하면서 기자는 아역 배우의 부모들로부터 이런 얘기를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다.

성인 예술인이라면 예술인 노동조합이나 예술인 복지재단 등을 통해 연락처를 파악할 수 있었겠지만 아동·청소년 배우의 경우엔 자신들의 권리를 보호해줄 단체도 사실상 전무했다. 인권 침해를 당한 아역 배우 사례는 지인을 통해서 소개를 받는 수밖에 없었다. 한 부모는 기자의 지인들에게 “당신이 내 연락처를 가르쳐줬느냐”면서 ‘역취재’하기도 했다. 연예인을 꿈꾸는 청소년이 늘면서 경쟁이 치열해지다 보니 아역 배우의 부모들은 서로 힘을 합쳐서 아역 배우 시장의 잘못된 관행을 고치려하기보다는 다른 경쟁자를 찍어내려는 행태를 보였다.

아역 배우의 권한을 명시한 대중문화예술산업발전법은 촬영 현장에서 사문화된 지 오래였다. 여전히 아역 배우들은 감독의 야간촬영 스케줄에 따라야 하고 소정의 수당은커녕 제대로된 계약서조차 쓰기 힘든 현실에 놓여 있다.

한 학부모는 “‘야간촬영금지법이 생겨서 우리 아이가 일할 수 있는 시간이 줄었다’고 생각하는 부모도 있다”며 “촬영장에서 인권침해 장면을 보고 충격을 받아 불만을 제기하려 했지만 ‘출연진이 모두 교체될 수도 있으니 제발 입 다물라’는 이야기도 들었다”고 토로했다.

모든 부조리와 폭력에는 가해자와 피해자, 그리고 방관자가 존재한다. 연예인이 되겠다는 아이들의 꿈을 돈벌이 수단으로만 보는 대중문화계와 왜곡된 시장을 방치하는 정부가 가해자라면 자신의 아이가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는 사실을 알면서도 애써 눈을 감고 있는 부모는 방관자다. 그런 부모들은 “엄마 저 사람들 이상해”라고 울먹이는 아이들을 향해 “세상은 원래 그런 거야”라며 다독거릴 뿐이다.

“지금은 우리 아이가 잘나가기 때문에 그런 대접을 받지는 않아요.”

취재를 하면서 두 번째로 많이 들은 이야기다. 이름이 좀 알려진 배우의 부모들은 과거에 경험했던 자녀의 인권 침해는 묻어두려 했고 다른 아동 배우들의 인권 침해는 성장 과정에서 겪어야만하는 통과의례 정도로 치부했다. 대중문화 시장과 정부, 그리고 아역 배우의 부모마저도 아이들의 인권엔 눈을 감고 있었다.

이재호 사회부 기자 futurnalis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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