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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의디지털세계] 인터넷 오적과 국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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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07-31 22:40:13 수정 : 2015-07-31 22:4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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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없는 해킹… 감시… ‘디지털 용병’들 악명
윤리·인권 아랑곳없어
‘해킹팀’만 고용했나, 국정원 이젠 답할 때
공권력의 청부 해결사로 활동한 이탈리아 해킹팀 전모가 드러나면서 ‘디지털 용병’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경이 무의미한 디지털 네트워크 시대에 각국 정권이 자국 내에선 피하기 힘든 규제와 감시를 벗어나 반체제 인사 등 요주의 인물 사찰·검열을 위해 디지털 용병을 고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눈총 받고 있는 곳은 프랑스 비정부기구 ‘국경없는 기자회(Reporters without Borders)’가 지목한 디지털 용병들이다. 국경없는 기자회는 매년 ‘인터넷의 적들(ENEMIES OF THE INTERNET)’이란 보고서를 통해 인터넷 검열과 감시로 인권을 침해하고 정보 자유를 억압하는 인터넷의 적들을 지목하고 있다. 이중 2013년 “디지털 용병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고 우려하며 해킹팀을 비롯한 사이버 감시 전문 기업 5곳을 ‘인터넷 오적(五賊)’으로 지목한 것.

박성준 디지털뉴스 팀장
감마(Gamma), 트로비코(Trovicor), 해킹팀(Hacking Team), 아메시스(Amesys), 블루코트(Blue Coat). 이미 국내에선 익숙해진 해킹팀을 빼면 모두 생소하나 세계적으로 오래전부터 악명을 떨친 기업들이다. 독재정권이 언론인, 네티즌, 반체제 인사를 염탐하는 데 악용될 수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이들 디지털 용병의 제품과 서비스는 크게 두 종류다. 대규모 네트워크 감시에 특화된 곳과 특정인을 향한 ‘공격적 감시’ 즉 해킹에 특화된 곳으로 나뉜다.

1979년 프랑스에서 출범한 아메시스의 주력 상품 ‘이글 시스템’은 전자에 속한다. 전국 규모로 인터넷 네트워크를 광범위하게 감시하며 전자우편, 인터넷전화 통화 등 다양한 특정 정보를 탐색·저장할 수 있다고 한다. 옛 리비아 카다피 독재정권 시절 비밀경찰이 반체제 인사들을 추적·검거하는 데 사용됐다. 이들은 붕괴한 카다피 정권 내부에서 다량의 관련 문서가 발견돼 독재정권에 봉사한 이력이 들통났다.

미국 기업 블루코트는 보안솔루션업체로서 인터넷 정보를 가로채는 패킷 감청 기술로 유명하다. ‘딥 패킷 인스펙션(DPI)’이라는 기술을 통해 역시 광범위한 네트워크 트래픽을 감시하면서 특정 단어 등이 포함된 콘텐츠 등을 검출, 또는 차단하는 서비스를 고객에게 제공한다. DPI는 특히 언론인, 블로거 등과 그들의 취재원에게 위협적인 존재로 알려지고 있다. 이들은 정부기관뿐만 아니라 민간기업에도 제품을 판매하는 점이 특징이다. 인권 탄압국을 지원한다는 비판도 많이 받고 있는데 미얀마와 시리아가 대표적이다. 캐나다 토론토 대학 시티즌랩 연구팀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도 블루코트 제품을 사용하는 곳이 다수 있다고 한다. 실제 한국법인이 영업 중인데 홈페이지상으로는 보안 솔루션 판매가 주종을 이루고 있다.

최근 악명이 가장 높은 곳은 영국에 기반을 둔 감마 그룹이다. 해킹팀처럼 ‘공격적 감시’에 특화된 기업이다. 핀피셔라는 제품이 유명한데 특정 목표의 PC, 스마트폰 등을 스파이웨어로 감염시켜 각종 정보를 빼돌리는 분야에서 가장 앞선 능력을 지닌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특정 PC방 전체를 감염시켜 이용자 모두를 감시할 수도 있으며 한번 감염되면 제거하는 게 거의 불가능할 정도라고 한다. 독일 지멘스의 자회사로 출발한 트로비코 역시 100개국 이상에서 활동 중인 세계적 온라인 감시 시스템 판매업체다. 2010년 유럽의회에서 열린 이란, 바레인, 시리아 등의 언론인, 반체제 인사 고문·투옥과 관련된 서방 기술 기업 조사에 소환당하기도 했다.

해킹팀 내국인 사찰 의혹을 둘러싼 논란이 한창인데 일부에선 과연 국가정보원이 해킹팀만 고용했겠느냐는 의문을 제기한다. 다른 디지털 용병도 얼마든지 국정원의 사이버 전쟁에 참전했을 수 있지 않냐는 것이다. 이번 사건이 드러난 이후 지금까지 국정원은 많은 해명을 내놓았다. 하지만 그 많은 인력과 예산을 가지고도 왜 독재정권 부역 전과 때문에 인터넷의 적으로 지목당한 외국 디지털 용병을 고용해야만 했는지, 또 해킹팀 이외의 또 다른 용병을 고용하지는 않았는지에 대한 답은 없다.

박성준 디지털뉴스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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