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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로 키워줄게" 꼬드긴 뒤 "학원비 먼저 내라"

입력 : 2015-07-31 19:32:53 수정 : 2015-08-01 00:4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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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 사각’ 아역배우] ㉻ 소속사 난립- 갈수록 횡포 <끝>
가정주부 이모(33)씨는 지난해 한 유명전자 회사에서 세탁기 광고모델을 모집한다는 온라인 글을 보고 아들 A(8)군을 데리고 아동모델 중개업체를 찾았다. 업소 관계자는 다짜고짜로 “아역배우·아동모델 학원에 등록하라”고 말했다. 학원에 보내면서까지 아들에게 모델·배우 일을 시키고 싶지 않았던 이씨는 이를 거부했다. 그러자 이 관계자는 “학원에 등록하고 몇 개월 다니면서 수업을 들으면 광고 일을 줄 수 있지만 그러지 않으면 곤란하다”고 퉁명스럽게 말했다. 이씨는 “한 달에 40만원 가까이 하는 학원비를 6개월치 선납하라고 해서 엄두가 나지 않았다”며 “더욱이 프로필 사진 한 번 촬영하는 데 30만∼50만원이 든다는 말에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31일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7월 말 현재 대중문화예술기획업으로 등록된 업체는 전국적으로 836개에 달한다. 이처럼 업체가 난립하면서 이들의 횡포가 심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개 소속사나 섭외 중개업체가 배우학원을 함께 운영하는데 이들은 광고모델이나 아역배우를 모집한다는 공고를 낸 뒤 이를 보고 아이들과 부모가 찾아오면 학원에 등록할 것을 먼저 요구한다. 학원 측은 “스타로 키워 줄 수 있다”는 감언이설로 아이와 부모를 유혹하면서 한 달에 수십만원에 달하는 비싼 강습료를 수개월치 선지급할 것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31일 온라인 포털 사이트에서 아역배우·아동모델 아카데미 관련 링크가 무더기로 검색되는 모습.
하지만 비싼 학원비를 지급하고 강습을 들어도 아역배우와 아동모델 선발 경쟁률이 워낙 치열하다 보니 보조출연이나 단역 등에 그치기 일쑤다. 아예 일거리를 얻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아동모델 B(6)양의 어머니는 “주변에 3년 가까이 학원에서 연기를 배우면서 수천만원을 썼지만 주·조연급 역할을 한 번도 하지 못한 경우도 있다”며 “‘등록하면 금방 데뷔할 수 있다’는 말에 현혹돼서 6개월치의 등록금을 미리 냈는데 학원이 문을 닫는 경우도 많다”고 귀띔했다.

학원을 통하지 않고 스스로 일거리를 따내더라도 학원과 중개업체·소속사의 횡포는 계속된다. 아역배우 C(9)군은 학원에 다니지 않고 몇몇 중개업체를 통해 유명모델로 성장했지만 중개업체가 운영하는 학원에서는 C군 부모에게 끊임없이 “등록하라”며 연락을 해왔다. C군 부모는 “학원 관계자가 ‘광고 섭외를 따내기 위해 광고회사에 술값으로 쓴 돈이 얼마인 줄 아느냐’, ‘학원에 등록하기만 하면 더 클 수 있도록 돕겠다’고 말했지만 이를 거부했다”며 “마지막에는 ‘이미 계약된 광고를 찍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협박까지 했다”고 털어놨다.

학원에 다니지 않는 유명 모델들을 내세워 다른 학생들을 유인하는 ‘꼼수 홍보’도 만연해 있다. 공중파 드라마에 아역으로 출연하는 D(12)군의 어머니는 “처음에 한 학원에 등록해서 몇 달 배우다가 나와서 다른 곳을 통해 캐스팅이 됐는데도 계속해서 아들을 자기 학원의 모델로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실련 소비자정의센터 윤철한 국장은 “청소년들이 연예인을 희망직업으로 삼는 경향이 많다 보니 이를 이용해 돈을 벌려는 업체들이 난립하고 불공정 행위가 만연한다”며 “정부가 문제점을 인식하고 수강료와 교육의 질 등의 실태를 파악한 뒤 횡포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재호 기자 futurnalis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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