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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제국 완성자’ 쿠빌라이 칸의 통합리더십

입력 : 2015-08-01 02:23:25 수정 : 2015-08-01 02:2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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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 세운 건 칭키즈칸이었지만
230년 지속 가능케 통치 설계한
손자 쿠빌라이 칸 도전의 일대기
모리스 로사비 지음/강창훈 옮김/사회평론/1만8000원
수성의 전략가 쿠빌라이 칸/모리스 로사비 지음/강창훈 옮김/사회평론/1만8000원


몽골제국의 탄생과 정복은 극적이었다. 고요한 초원에서 일어난 회오리바람이 거대 폭풍으로 돌변해 세계를 뒤흔들었다. 아시아와 유럽을 정복한 칭기즈칸(1162∼1227), 그가 고작 15만명의 기병을 휘몰아 세계를 제패한 사실은 현대에 들어서도 쉽게 믿어지지 않는다. 그러나 오늘날 역사에 나오는 몽골제국의 실제 건설자는 칭키즈칸의 손자 쿠빌라이였다. “말 위에서 천하를 얻을 수는 있으나 천하를 다스릴 수는 없다.” 중국 전한시대 유학자 육가(陸賈)의 말이다. 정복하는 것보다 다스리는 게 더 어렵다는 뜻이다.

뉴욕시티대학교 석좌교수 모리스 로사비의 저서 ‘수성의 전략가 쿠빌라이 칸’은 230여년간 지속된 몽골제국을 건설한 쿠빌라이의 통치술을 촘촘히 들여다본다.

저자는 종래 통념과는 다르게 접근한다. ‘몽골제국=칭기즈칸’이 아니라는 것. 과거 사가들이 지나치게 과장했다고 지적한다. 쿠빌라이가 없었다면 칭키즈칸의 정복은 초원에 한때 일었던 태풍으로 사라졌을 것이라고 했다. 쿠빌라이가 있었기에 할아버지가 확장한 영토를 통합리더십으로 안정화시켜 제국을 지속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쿠빌라이는 몽골제국을 반석 위에 올린 명군주로 추앙받고 있다.
쿠빌라이는 할아버지 칭키즈칸이 중국 베이징(北京)을 함락시킨 1215년에 태어났다. 칭기즈칸의 넷째아들인 톨루이의 둘째아들로 태어나 처음에는 권력의 핵심에 이르지 못했다. 쿠빌라이에 앞서 칭기즈칸의 둘째아들 우구데이, 그 아들 구육, 톨루이의 맏아들 뭉케가 차례로 권좌에 올랐으나 얼마가지 못했다.

쿠빌라이의 통치적 감각은 인구 1만명의 작은 영지에서 갈고닦아 발휘됐다. 칭키즈칸에 이어 대칸에 오른 삼촌 우구데이가 하사한 중국 하북지방의 작은 영지를 통치했다. 오로지 영지 소속 농민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 노력했다. 이때 터득한 기다림과 포용, 소통과 통합의 리더십은 훗날 제국을 다스리는 밑거름이 됐다. 신위만사본(信爲萬事本·신용이 만사의 근본)은 쿠빌라이를 정확히 묘사한 말이다. 백성의 신뢰를 얻고 난 뒤에는 어떤 장애도 쉽게 극복할 수 있다는 의미다.

몽골 기병이 초원에서 흙먼지를 일으키며 돌진하는 영화 속의 한 장면이다.
구글 제공
쿠빌라이는 다른 민족이거나 지역, 다른 종교라고 해서 차별하지 않았다. 통치에 도움이 된다면 출신과 무관하게 참모로 기용했다. 그는 조정대신들에게 제안서를 올릴 것을 적극 권장했다. 정책 제안을 담은 의견서를 올릴 때 비밀로 봉인했다. 그 제안이 채택되지 않더라도 처벌받지 않는다. 끝까지 비밀을 유지한다. 그러나 그 제안이 유용하면 의견을 올린 사람을 승진시키고 포상했다. 자유로운 의사소통이 가능했던 제도였다.

저자는 그간 역사가 평가하지 못한 쿠빌라이를 현지 자료에 근거해 제대로 복원해냈다. “쿠빌라이는 역사상 최대 영토에 통치시스템을 구축했던 문명의 설계자였으며 아직도 사가들의 연구대상”이라고 저자는 말했다.

쿠빌라이의 통치술은 오늘날에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무수한 정책과 수많은 기업이 금방 생겼다가 빠르게 사라진다. 단기간의 성공과 인기에 급급했기 때문이다. 정부나 기업의 수장이 바뀌면 기존의 것들을 전부 없애 버리기 일쑤다. 성공은 차근차근 다가온다. 당대의 이익을 추구하는 근시안적인 지도자보다는 큰 그림을 그리는 쿠빌라이의 통치술은 다시 조명되고 있다.

정승욱 선임기자 jswo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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