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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영철칼럼] 야당의 ‘떴다방’ 본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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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07-31 05:33:36 수정 : 2015-07-31 06:2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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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정배 신당 명분 없어 1년 만에 새정치 간판 내리면 정체성 상실
제1야당이 살려면 신장개업 습관 끊어야
‘통일민주당→민주자유당→신한국당→국민신당→새정치국민회의→새천년민주당→자유민주연합→국민중심당→민주당→통합민주당→무소속→자유선진당→선진통일당→새누리당’ 자그마치 14번이나 둥지를 옮기고 다녔다. 그는 현역의원 중 이 분야에서 독보적이다. 이인제 새누리당 의원이다. 그는 최근 새누리당 노동개혁 특위 위원장을 맡았다. 야권에서 이인제 못지않은 의원이 있다. 천정배 의원이다. 그의 정치이력도 놀랍다. ‘새정치국민회의→새천년민주당→열린우리당→대통합민주신당→통합민주당→새정치민주연합→무소속’ 국회의원에 다섯 번 뽑혔는데 모두 당적이 다르다.

천정배가 신당을 추진하고 있다. “8월 말께 신당 창당 추진 일정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말할 것”이라고 했다. 그제 라디오 인터뷰에서 밝혔다. 전국적인 개혁정당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정치인의 언행은 이중적이다. 그는 4·29보궐선거에 나서면서 “호남정치 복원”을 외쳤다. 당선되자 전국정당의 기치를 내걸고 창당에 나서고 있다. 천정배는 사실상 호남당인 새천년민주당 공천으로 재선됐다. 하지만 2003년 자신에게 의원배지를 달아준 새천년민주당과 분당하고 열린우리당을 창당했다. 그때 내건 슬로건이 영호남 정치를 깨자는 지역주의 타파였다. 그의 정치행로에는 하나의 특징이 있다. 지역주의 청산을 외치지만 지역주의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87년 직선제 개헌 이후 숱한 정당이 명멸했다. 정주영, 박찬종, 김윤환, 정몽준, 이인제, 문국현 등이 만든 정당은 선거 때 일시적인 바람에 그쳤다. 틈새정당의 한계와 선거용 정당의 운명은 이렇듯 확연하다. 천정배는 앞선 창당파들에 비해 여러 면에서 체급이 떨어진다. 재력가이거나 지지율이 높은 대권주자도 아니다. 특정인이나 세력에 정치보복을 당해 유권자들의 동정을 사는 상황도 아니다. 그런데도 굳이 호남까지 내려가 신당 창당에 나서는 것은 열린우리당 창당 때만큼의 명분마저 갖지 못하는 일이다. “호남자민련이 될 것”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백영철 논설위원
천정배 신당만큼 비합리적이고 우스꽝스러운 것은 또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의 당명 개정이다. 안철수는 한때 대한민국 정치 개혁의 총아였다. 안철수 의원이 국민적 기대를 안고 신당 ‘새정치연합’을 추진하다 거대 야당의 공동대표로 변신한 게 작년 3월이다. 1년이 겨우 지났지만 지금 이 당에 ‘새 정치’는 그저 당명에 간판으로만 명맥이 남아 있을 뿐이다. 이젠 그마저 선거에 도움이 안 된다며 떼어내 버리고 있다. “당명 때문에 우리 당이 집권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당명 개정론에 일갈하던 안철수였다. 그런 그가 엊그제 “혁신한다면 새정치민주연합의 당명을 바꿔도 상관 없다”고 물러섰다. 안철수가 마침내 손을 든 것이다. 정치개혁이라는 정체성을 상실한 안철수의 존재 이유는 뭘까. 호흡을 길게 가져가는 소신의 정치인을 야권에서 찾을 길 없게 된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새 정치를 형해화하는 것은 혁신의 길과 반대의 길이다.

제1야당은 또다시 당명을 바꾸고 이것저것 혁신이라는 화장으로 얼굴색을 고친 뒤 조만간 신장개업할 것이다. 이름 하나 바꾼다고 무슨 대수겠는가. 하지만 새정치민주연합의 문제가 바로 여기에 있다. 14년 동안 당명이 12번이나 바뀐 정당이다. 선거에 패하면 만들다 보니 비대위만 7번째다. 미국 일본 독일 등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돌연변이의 정당이다. 한국인의 평균수명이 80세가 넘은 지 오래다. 이에 발맞춰 야당도 이제 최소한 10년이라도 생명을 유지해야 하지 않겠는가. 1년 만에 당 간판을 내리면서 혁신 운운하는 것은 국민의 눈을 속이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당명 개정은 사소한 것 같지만 잠재돼 있는 ‘분열의 DNA’, ‘떴다방’ 본능이 다 농축돼 있다. 명분 없는 천정배 신당이 암약하고 당 소속 의원들이 솔깃해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습관적으로 간판을 내리고 신장개업하는 행태를 그만둬야 그나마 야당이 살 것이다.

백영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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