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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탈된 우리 문화재 日 '오구라컬렉션' 분석

입력 : 2015-07-30 21:03:45 수정 : 2015-07-30 21:0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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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있는 우리 문화재’ 출간
오구라, 수집 과정 불법 행위 보강
‘주칠십이각풍혈반’은 일본 도쿄박물관에 소장된 ‘오구라컬렉션’의 유물 중 하나다. 경복궁 내의 건청궁에 있었던 것인데, 명성황후 시해 후 방에 있던 것을 가지고 왔다고 전해진다. 오구라컬렉션이 만들어진 과정의 폭력성을 엿볼 수 있는 유물이다. 일제강점기 오구라 다케노스케가 수집해 보관하다 1981년 도쿄국립박물관에 기증된 오구라컬렉션은 대표적인 약탈문화재다. 1030건으로 수량이 많고 ‘금동관모’, ‘견갑형동기’ 등 39점이 일본의 중요문화재·중요미술품으로 지정될 만큼 질적으로도 우수하다. 이 때문에 1965년 한·일 문화재협정 등에서 중요한 반환 대상으로 꼽혔지만 지금껏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최근 발간한 ‘오구라컬렉션, 일본에 있는 우리 문화재’는 오구라의 생애, 유물 반출 정황, 관련 에피소드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한 책이다. 재단은 “2013년부터 2년간 국내외 자료를 최대한 수집해 분석했다”며 “광복 후 오구라컬렉션이 흩어진 상황이나 일본으로 반출된 후의 관리, 보존 정황 등을 보여주는 자료를 담았다”고 소개했다.

오구라가 한국 유물을 수집하는 과정에서 벌인 불법 행위를 보여주는 자료를 보강해 제시했다는 점이 특히 주목된다. 오구라컬렉션 관련 목록 10건을 구체적으로 분석해 얻은 성과다. 오구라컬렉션에는 ‘차양주’, ‘철제단갑’(사진) 등 부산 연산동 고분에서 출토된 유물이 있다. 오구라컬렉션 목록에는 유물의 출처를 ‘연산리 고분’, ‘연산리 산상(山上)’, ‘횡혈식석실’ 등으로 기재하고 있다. 당시 지명인 ‘경상남도 동래읍 연산리’의 산 위 석실묘에서 출토된 유물임을 밝히고 있는 것이다. 이 고분은 1931년까지 최소 4차례 도굴된 것이 확인된다. 도굴꾼들이 밀거래하던 것을 오구라가 입수한 것이다. 이는 당시 조선총독부가 만든 관련 규정상 명백한 것으로 해당 유물이 도굴 문화재임을 보여준다. 

경주 금관총에서 나온 ‘금제수식’, ‘금제도장구’ 등도 불법적인 거래와 수집을 암시한다. 금관총은 1921년 9월 24일 우연히 발견된 뒤 4일 만에 유물 수습이 마무리될 정도로 날림으로 발굴이 진행됐다. 금관총 유물을 수습한 일본인 학자가 “난폭한 방법으로 유물의 수습이 이루어지는 바람에 수많은 출토 유물이 손상되었으며, 현장에서 흩어진 유물을 조사하는 것도 순탄치 않았다”고 고백할 정도였다. 책은 “출토 유물의 상당수가 외부로 유출돼 개인의 수중으로 들어갔다는 사실은 발굴보고서를 집필한 일본인 학자도 밝혔다”며 “오구라컬렉션 가운데 금관총 출토품은 유물 수습 전후에 유출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지적했다.

강구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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