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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의 노력으로 헤어진 어머니와 33년만에 만난 30대 절도범, 새삶 다짐

입력 : 2015-07-30 14:00:30 수정 : 2015-07-30 15:5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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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절도범의 잃어버린 어머니를 33년만에 찾아줬다.

30일 서울 강서경찰서는 지난 28일 형사당직실에서 절도혐의로 구속된 김모(36)씨와 어머니A(56)씨와 만남이 이뤄졌다고 알렸다.

야간에 232만원을 훔친 혐의로 잡힌 김씨를 조사하던 조수호 형사(경위)는 "가족이 있었다면 이런 처지까지는 오지 않았을 텐데 후회스럽다"며 "기억하지도 못하지만 그리운 어머니의 얼굴을 너무 보고 싶다"라늘 말을 듣고 어머니를 찾아줘야겠다고 결심했다.

김씨의 제적등본을 토대로 조 형사는 어머니 A씨가 남쪽지방에 혼자 살고 있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경찰은 A씨에게 아들의 소식을 전했고 A씨는 서울로 달려와 33년 만에 눈물겨운 상봉을 했다.

비록 A씨가 구속된 관계로 2시간여의 짧은 만남이었지만 모자는 1초도 낭비하지 않고 부둥켜 안고 지난 33년 세월을 녹였다.

김씨는 3살이었던 33년 전 부모의 이혼으로 아버지가 양육하기로 하면서 어머니와 떨어지게 됐다.

약속과 달리 아버지는 김씨를 보살피지 않았다.

김씨는 눈칫밥을 먹으며 할머니와 고모와 함께 살았다.

초등학교 4학년 때 할머니집에서 나온 김씨는 길을 잃고 헤매다가 보육원에 들어갔다.

김씨는 중학교 2학년 때 보육원에서 뛰쳐 나와 살기위해 물건에 손을 대 소년원에 1년 6개월이나 있었다.

당시 몸을 의탁할 가족이 있었다면 훈방조치될 가능성도 있었지만 김씨는 그렇지 못해 자신을 바로세울 기회조차 잡을 수 없었다.

소년원에서 나온 김씨는 착실하게 살려고 다짐, 공장에서 일하기도 하고 음식점에서 배달일을 하며 고시원에서 생활했다.

그러다 최근 일하던 중국음식점이 폐업하면서 실직했고 다시 일자리를 구할 길이 없었다.

대출금 300만원의 이자와 생활비의 압박에 시달리던 김씨는 또다시 범죄의 유혹에 빠져 결국 지난 20일 체포됐다.

어머니 A(56)씨도 아들과 헤어진 뒤 생계를 위해 닥치는대로 일했다.

50살이 넘는 나이에도 품삯을 받고 밭일을 하는 처지라 건강이 좋지 않은 상태였다.

A씨는 "지금까지 아버지와 잘살고 있을 거라고만 생각했는데 아들이 힘들게 살았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며 "엄마라는 사람이 떳떳하게 돈이라도 많았으면 한 번 찾아가기라도 했을 텐데 그러지도 못해 상처받을까 봐 아들을 찾지 못했다"고 하염없이 울었다.

아들 김씨는 "빨리 죗값을 치르고 출소해 어머니를 잘 모시고 살아가겠다"고 약속했다.

박태훈 기자 buckba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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