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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진의 밀리터리S] 방산비리보다 더 악취 '향군비리'

입력 : 2015-07-29 19:12:41 수정 : 2015-07-29 23:3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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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직 금권선거는 공공연한 비밀 "조남풍 캠프서도 17억 살포 소문"… 산하업체들 사업권 둘러싼 잡음도… 정부 이익단체 역할 충실히 수행 탓… 보훈처, 진상규명 소홀 '봐주기 감사'
재향군인회장은 385명인 재향군인회(향군) 대의원의 과반수 득표로 당선이 확정된다.

3년 주기(올해 4년으로 변경)로 향군회장을 뽑는 선거 때마다 투표권을 가진 대의원 ‘매수’ 비용으로 1인당 100만∼200만원씩의 돈을 뿌려야 당선될 수 있다는 얘기와 함께 ‘어느 후보자 선거캠프에서는 1억을 뿌렸네, 또 다른 쪽에서는 2억을 썼네’ 하는 소문들이 심심찮게 나돌았다. 이처럼 향군회장직을 둘러싼 금권선거는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취임 이후 인사전횡을 일삼은 것으로 드러난 조남풍(77·육사18기) 향군회장도 지난 4월 선거를 치르며 대의원을 상대로 금품을 살포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지난 4월 취임한 조남풍 재향군인회장. 사진=재향군인회.
‘1인당 500만원’이라는 액수와 돈을 전달한 날짜, 시간, 장소 등 구체적인 금품살포 정황이 담긴 선거캠프 내부 문서가 언론에 공개된 뒤에는 이 같은 소문이 기정사실로 굳어지는 분위기다.

향군 시·도지부장들에게는 적게는 1000만원, 많게는 3000만원씩 돌렸다는 말도 들린다. 이전 선거 때와 비교하면 몇곱절 많은 액수다.

이 소문이 사실이라면 예비역 대장 출신으로 군인연금 이외에 별다른 수입원이 없는 조 회장이 주변에 어느 정도 손을 벌렸을지 미뤄 짐작할 수 있다. 더구나 조 회장은 두 차례 회장 선거에서 고배를 마시고 세번째 도전 끝에 회장직에 올랐다.

조 회장 선거캠프 내부 사정을 잘 아는 한 인사는 “선거 당시 조 회장 캠프에는 60여명의 인원이 있었고, 주변에서 17억원을 끌어다 썼다는 말들이 나돌았다”고 전했다.

막대한 빚을 내 선거를 치러 회장 취임 이후 ‘보은인사’를 해야 할 사람이 그만큼 많았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2011년 3월 신주인수권부사채(BW) 사건으로 향군에 790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손실을 입힌 최모씨의 수하인 조모씨를 무리하게 향군 경영본부장에 앉힌 배경이기도 하다.

향군 비리는 비단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금권선거에다 방만한 조직 운영으로 향군 산하 업체들과 사업권을 둘러싼 잡음도 심심찮게 들려왔다. 파헤쳐 보면 방산 비리보다 향군의 고질적 비리가 더 심할 것이란 주장도 있다.

국가보훈처 최정식 홍보팀장이 28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지난달 26일부터 이달 17일까지 실시한 재향군인회 특별감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보훈처는 인사와 관련한 다수의 규정 위반 사례를 확인했다고 밝혔지만 지난 4월 이뤄진 향군 회장 선거에 대해서는 수사권이 없다는 이유로 감사를 하지 못해 ‘부실감사’라는 지적을 받았다.
연합뉴스
하지만 정부는 눈여겨보지 않았다. 시국이 어수선할 때마다 서울역 앞에서 정부를 지지하는 ‘관제데모’나 주요 일간지에 대문짝만한 성명서 광고를 내는 행위 등을 통해 정부 이익단체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온 탓이다.

감독기관인 보훈처가 지난 28일 발표한 향군 감사 결과에서도 조 회장의 금권선거 등 비리 의혹에 대한 진상규명은 쏙 빠지고 인사 잡음만 거론됐다.

현재 향군이 정부로부터 20년간 무상지원받는 송파신도시 3만3000㎡(1만평) 부지 개발은 이미 마스터플랜이 다 짜여진 상태다. 공사비만 4200억원짜리다. 조 회장은 선거공약으로 향군 사옥인 잠실타워를 팔고 5500억원에 달하는 빚을 청산하겠다고 밝혔다. 실제 매각이 이뤄질 경우 강남 노른자위 땅을 둘러싼 이권 다툼은 불 보듯 뻔하다.

포스코와 현대조선, 대우조선해양, KT 등에서 배출되는 고철은 향군 산하 향우실업이 관리한다. 이 또한 업자 선정에 막대한 이권이 걸려 있다. 이번에 진상 규명을 위한 수사가 무산될 경우 훗날 ‘향군게이트’로 비화하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는가.

박병진 군사전문기자 worldp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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